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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올 국감, 파행 얼룩져선 안되는데.....
세계일보 2006.10.11 (수) 18:22



‘의정 활동의 꽃’이라 불리는 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되면 의원과 보좌관, 피감기관 관계자들 못지않게 바쁜 사람들이 있다. 270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국정감사NGO모니터단’(공동단장 김대인 법률소비자연맹 총재 등 18인)이다. 모니터 요원들은 13일부터 14개 상임위에서 일제히 진행되는 국감을 앞두고 실전 준비에 들어갔다. 국감 현장과 방송 모니터링, 사이버 모니터링에 참여하는 연인원은 약 1000명. 1999년부터 8년째 국감모니터단 교육 등을 주관해온 김대인(55) 상임공동단장은 상임위별 모니터 요원 배치와 면담 등으로 요즘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추석 연휴 전날인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무실에서 만난 김 단장은 전화 한 통을 받고 있었다. “이라크 주둔으로 인한 국가 예산 낭비가 심하다는데 국감 현장에서 확인하고 싶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 모니터 요원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해달라”는 ‘민원성’ 전화였다. 김 단장은 “신청자가 많이 늘어 상임위별로 배치하는 데 상당히 애를 먹고 있다”고 했다. 국감 내용을 모니터링하려면 어느 정도 전문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상임위 관련 직종 경력과 과거 모니터링 경험, 상임위 개회 시간 내내 참석과 질의 내용을 기록하는 성실성 등이 배치 기준이라고 한다. 이번 국감에 참여하는 모니터 요원의 약 40%는 한 번 이상 모니터로 활동한 경험이 있다. 그는 “시민단체 소속 회원들과 대학생들이 많고 최근에는 직장인의 참여가 늘고 있다”며 “교통비, 식사 등 일체의 비용을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만큼 순수 자원봉사”라고 강조했다.

15대 국회 말부터 16, 17대 국회의 국정감사를 지켜본 김 단장은 “2002년 ‘자유투표’ 원칙을 명시한 국회법 114조 2항을 신설한 건 당론에 매이지 않고 국민 대표로 일하겠다는 뜻인데, 과거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여당 의원들은 여전히 정부를 감싸고, 여야가 당론에 따라 서로 양보하지 않는다. 16대까지만 해도 상임위 회의장에서 멱살잡이하고 싸워도 복도에서 만나면 서로 인사했는데, 요즘은 감정적으로 부딪치고 파행으로 간다”고 비판했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열리는 이번 국감에 대한 우려도 내비쳤다. 그는 “입법, 국민대표, 예산 감시, 정부 견제라는 국회의 4대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1년에 20일 남짓한 국감 기간이 그런 기능을 하는 유일한 시간인데 파행으로 날을 지새울 때가 많다. 이번에도 여야가 정책 실패와 예산 낭비를 야무지게 따지기보다는 정쟁, 입씨름으로 허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했다.

모니터단은 국감을 마치면 종합 평가를 거쳐 3개 우수 상임위와 우수 의원들을 선정, 발표한다. 이 때문에 모니터 활동에 의원들도 적잖이 신경을 쓴다.

김 단장은 “우수상을 몇 년째 연속 수상한 김효석 민주당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탄핵 역풍을 뚫고 살아남은 게 이 상 덕분이라고 하더라. 지역구 사무실에 상장을 붙여놓은 의원들도 있다. 일부 의원실은 국감 시작 전부터 모니터단에 보도자료와 보도된 기사 등 자료를 보낸다”고 전했다. 2004년 총선에서 국감 우수의원으로 선정된 의원들의 재당선율이 83%에 달했다는 게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하지만 모니터 활동에 대한 불만도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우리가 초등학생이냐. 하루 종일 어떻게 회의장에 앉아 있느냐”고 따졌다고 한다. 모니터단이 20분마다 이석을 점검하는 걸 두고 한 말이다. 이에 대해 그는 “의원들이 이석을 자주하면 다른 의원들이 어떤 질문을 했는지, 장·차관의 답변이 무엇이었는지 모른 채 똑같은 질문을 하고 장·차관의 의례적인 답변에 추궁도 못한다. 자기 차례가 되면 보좌관이 준비한 자료만 읽는 건 국감이 아니다. 자리 지키기는 실질적 국감의 기본”이라고 반박한다. 모니터 요원들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도 억울하다는 기색을 보인다. 법사위의 헌법재판소 감사 현장에는 헌법학자가 들어가고, 보건복지위에는 약사·의사 출신, 환경노동위에는 환경단체 임원이나 노무사 등을 투입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단장은 “대령 출신의 양승민씨는 몇 년째 국방위 국감 현장을 모니터링하는데, 계룡대 국감 때는 전날 내려가 숙박할 정도로 열의를 보인다”고 했다.

NGO모니터단 활동의 주요 성과로는 국감의 중요성을 부각시킨 점과 모니터 활동의 공정성을 꼽았다. 그는 “몇 년 전에는 우수 의원에 포함시켜 달라고 집행부에 로비하고 압력을 넣는 사례도 있었는데, 그런 것에 흔들렸다면 2년도 못 가 모니터단 활동이 중단됐을 것이다. 지금은 아예 그런 시도가 없다. 의원이나 보좌관들이 국민들의 감시를 의식해 의정 활동에 충실하려고 노력하는 게 눈에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 단장뿐 아니라 한국여성유권자연맹, 한국부인회, 한국NGO연대 등 주요 참여 단체 대표들은 국회 본청에 임시로 마련된 모니터단 사무실에서 다른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모니터 활동에 참여한다. 평범한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감시를 통해 정치 품질을 개선하는 것이 그가 모니터단 활동에 거는 기대다.

황정미 정치전문기자

bird@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