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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타임즈]女의원 국감서‘똑소리’났다
17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지난 10월 22일 막을 내렸다. 국감 초반 국가기밀 공개 파문으로 여야 대립이 격화되고, 교과서 편향성 논란으로 이념공방까지 발생하는 등 잡음이 일기도 했지만 과거에 비해 질의 수준이 높아졌고,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국감으로 정화됐다는 평가다. 이 같은 평가의 이면에는 여성국회의원들의 성실성과 전문성이 큰 몫을 차지했다는 지적이다.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비례대표 50% 여성할당이 가진 의미를 이번 국감에서 확인하게 됐다”면서 “성실성과 의욕면에서는 남성의원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여성의원이 두각을 나타냈고, 분야별 전문성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17대 국회 개원 100일을 맞아 작성한 여성의원 39명에 대한 성적표에서는 일부 여성의원들이 정쟁에 휘말리는 등 ‘정치풍토 개선’에 걸었던 기대치에 미달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이번 국감에서는 여성의원들이 정책국감, 여성국감을 이끌어내는 주역이었다는 점에서 ‘희망’을 심어줬다.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성의원들에게 향후 정쟁과 부패로 얼룩져왔던 정치문화를 개선하는 데 박차를 가해줄 것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순영·심상정 민노당 의원, 장향숙 열린우리당 의원, 손봉숙 민주당 의원이 17대 첫 국정감사에서 베스트 여성의원으로 꼽혔다.
이 같은 사실은 본지가 지난 21일부터 3일간 여성국회의원 보좌진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통해 나타났다.
본지 국감평가단이 ‘가장 모범적인 국감을 수행했다고 생각되는 여성의원’을 추천받은 결과 25명의 보좌진이 설문에 응답했고, 최순영 의원이 6명의 추천을 받아 ‘최우수 여성의원’으로 선정됐다.
장향숙·손봉숙·심상정 의원이 각각 5명의 추천을 받아 우수의원으로 꼽혔다.
이 같은 결과는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이 지난 15일 중간평가에서 선정한 상임위별 국감 우수의원과도 거의 일치하고 있다.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은 지난 10월 25일 국감 총평을 통해 “39명의 여성의원들은 국정감사에서 시작부터 끝까지 성실한 자세로 전공 분야를 살려 정부 정책의 난맥상을 지적하고 꼼꼼한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여성국회의원들이 이번 국감에서 성실성 분야에서는 남성의원과 비교할 때 단연 돋보였고, 의원별로 전문성을 지니고 있어 개인기가 충분히 발휘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국감 중 국가기밀문서 공개 파문, 교과서 편향성 논란, 신행정수도 이전 문제 등으로 여야간 정쟁을 답습하는 모습을 바꾸는 데는 기여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낳기도 했다.
박영숙 여성재단 이사장은 “여성국회의원들이 국감에서 실력이 입증됐다는 것은 당연한 결과지만 여성계가 기대했던 정치문화풍토를 개선하는 데는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박 이사장은 “39명의 의원은 교섭단체를 구성하고도 남을 만큼의 힘이 있기 때문에 민족, 민생문제까지 정쟁으로 삼는 구태에 종지부를 찍는 역할을 여성의원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면서 “각 정당에 속해 있긴 하지만 깨끗한 정치를 희망하는 여성계의 바람을 담아 여성의원들이 정쟁을 중단시키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정치풍토문화 개선에 노력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국감서 모범 보인 의원에 최순영 의원 최다=최순영·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 손봉숙 민주당 의원, 장향숙 열린우리당 의원이 17대 첫 국정감사에서 베스트 의원으로 꼽혔다. 본지가 지난 21일부터 3일간 여성국회의원 39명의 보좌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 39명의 보좌진 가운데 24명이 설문에 응답했다.
설문에서 가장 모범적인 국감을 수행했다고 평가되는 의원을 각 3명씩 추천받은 결과 최순영 의원이 6명의 추천을 받아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심상정·손봉숙·장향숙 의원이 5명씩 추천을 받아 뒤를 이었다.
베스트 의원으로 뽑힌 4명의 의원들은 다른 당 소속 의원 보좌진들의 추전을 받은 것으로 분석돼 정당편향을 벗어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가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이들에 대한 추천 사유는 대개 철저한 준비, 정책대안까지 내놓는 치밀한 감사를 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베스트 의원 외에 김현미 열린우리당 의원, 김희정·나경원·진수희 한나라당 의원도 성실성·논리성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최순영 의원(교육위·여성위)은 5월말부터 국정감사체제에 돌입, 교육·여성관련 시민단체들과 네트워크를 구성해 정책국감을 준비해왔다. 한편 최 의원은 당 차원에서 여성의제를 선정, 각 상임위를 통해 여성국감의 실현을 끌어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교육부 국감에서 일부 대학이 고교등급제를 실시했다는 것을 최초로 확인했으며, 대학 본고사 부활 의혹을 제기해 주목을 끌었다. 이밖에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 성폭력 피해자, 이주여성 등 소외 분야를 빼놓지 않고 거론했다는 것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손봉숙 의원(문광위·여성위)은 탁월한 정치적 식견과 숙련된 전문성이 유감없이 발휘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광부 공무원 출신들의 친목모임인 문공회가 수익사업에 특혜를 받아온 사실을 밝혀냈고, 한국방송광고공사가 시보광고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연간 260억원 이상의 광고수익을 내왔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등 면밀한 조사가 수반된 감사활동을 벌였다. 특히 정책대안을 도출할 수 있는 수준의 문제제기가 탁월했고,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부분에서는 다른 의원실에 참고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심상정 의원(재경위)은 세제개혁과 금융부실에 치중한 감사를 벌였다. 심 의원은 조세투명성과 형평성을 강화하는 조세개혁을 통해 직접세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부분을 강조했다. 한편 1천만원 미만의 생계형 신용불량자 170만명의 빚이 총 6조원대에 달한다며 이들에 대해서는 공적자금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장향숙 의원(보건복지위)은 체력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100% 출석률을 기록하는 한편 철저한 자료분석을 통한 복지정책 개선책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백혈병 환자를 위한 의료환경 개선책, 비싼 약가(藥價) 책정에 대한 문제 제기, 여성장애인의 열악한 복지정책 등을 집중 거론했다.

▲시민단체 모니터단 평가서도 인기=최순영·손봉숙·장향숙 의원은 270개 민간단체가 참여하는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의 평가에서도 우수의원으로 선정됐다. 모니터단은 지난 15일 국감 중간평가를 통해 우수국회의원을 선정해 발표했다. 성실성, 피감기관의 긴장도, 충실성, 모티터단의 평가를 지표로 상임위별로 활동이 두드러진 국감 우수의원이 선정됐다. 57명의 우수의원 중 12명이 여성의원으로 전체의 30.8%를 기록하는 성과를 냈다.
홍금애 국감모니터단 집행위원장은 “16대 국회 국감에선 여성의원이 두드러지지 못해 우수의원을 선정할 때 일부러 여성을 배려하기까지 했는데, 이번 국감에서는 남성의원과 동등하게 경쟁을 했는데도 여성의원들이 모든 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며 “여성의원 39명이 국감의 전문성과 질을 높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모니터단이 선정한 우수국회의원을 상임위별로 살펴보면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정무위),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재경위), 송영선 한나라당 의원(국방위), 박찬숙 한나라당 의원(행자위), 김영숙 한나라당 의원·최순영 민노당 의원(교육위), 김영선 한나라당 의원(과기정통위), 손봉숙 민주당 의원(문광위), 박순자 한나라당 의원(산자위), 고경화·전재희 한나라당 의원(복지위), 장향숙 열린우리당 의원(복지위), 김영주 열린우리당 의원(환노위) 등으로 한나라당 여성의원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
윤소라 법률소비자연맹 대외협력부장은 “성실성을 가장 중시했고, 정쟁에 휘둘리지 않고 국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전문성이 발휘되었느냐가 평가의 중심이었다”면서 “김영숙 의원이 이익단체를 지나치게 대변하지 않았느냐는 문제제기도 있었지만 교원단체, 전교조 등에서 고루 높은 점수를 받아 우수의원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3D업종 된 국회의원

17대 첫 국감을 치르면서 ‘국회의원은 3D업종’이라는 신조어가 나돌았다. 국회의원 배지가 특권층의 권위를 상징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말이다.
3주간의 짧은 시간에 혹독한 노동강도를 경험하며 국감을 치러내고도 초선 여성의원들의 불타는 의욕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짧은 질의시간과 한정된 기간 때문에 피감기관에 대한 충분한 감사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 여성의원들의 하소연이다.
국감이 끝난 후 여성의원들 사이에서는 행정부에 대한 감시가 상시화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연중 상시국감을 통해 순시적 감사를 함으로써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거나, 일반 상임위를 강화에 일상적 국감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결과는 본지가 여성국회의원 보좌진 39명을 대상으로 국감 개선 방안에 대한 의견 조사를 통해 나타났다.
정부기관의 성실한 자료 제출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고, 의원들도 무분별한 자료 요구를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됐다. 한편 정책중심의 감사, 피감기관에 대한 현장조사, 민생현장 방문 등 현장국감에 대한 욕구도 높게 나타났다.
한편 당별로 상임위 의원들이 피감기관별로 감사 분야를 분담해 집중감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의원별로 전문 분야를 맡아 감사를 진행하게 되면 의원들의 자료 요구에 대한 피감기관의 업무도 줄어들 뿐만 아니라, 질의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주요 현안이나 이슈가 되는 사안에 대한 집중 감사가 진행되면서 부처가 추진하는 다른 정책은 소홀히 다뤄진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지난 16일 여성부 감사도 성매매방지법 시행에 따른 문제점, 공보육 체제 확립방안 등이 주요 이슈로 제기되면서 여성부의 기타 다른 사업은 홀대를 받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두 가지만이 중점적으로 다뤄질 경우, 행정부가 국감에서 지적되지 않는 정책에 대해 소홀히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상시국감이 이뤄진다면 이 같은 단점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사람잡는 국감

3주간의 국정감사는 살인적인 노동강도를 수반했다. 체력에서 남성에 뒤지는 여성의원들에겐 국감이 ‘체력과의 전쟁’이기도 했다.
국감 기간 중 과로로 쓰러지는 여성의원들이 속출했던 것. 송영선 한나라당 의원, 이승희 민주당 의원은 병원에 입원하는 사태까지 겪었다.
병원과 국회, 피감기관을 오가며 강행군이 계속됐다.
보좌진들도 밤샘노동이 계속되면서 병원신세를 져야 했다. 이경숙 의원실 조정하 보좌관은 이틀간 밤샘을 한 뒤 졸도하기도 했다. 국감이 시작된 지 일주일이 지난 뒤부터는 국회 본관과 회관에 마련된 의무실에는 빈 침대가 없을 정도로 피로를 호소하는 보좌진들이 줄을 이었다. 약봉지를 들고 다니는 보좌진도 눈에 띄었다.
짧은 국감기간 동안 많게는 수십 개에 달하는 피감기관에 대한 감사가 이뤄지는 팍팍한 일정에 ‘과부하’가 걸린 것이다. 게다가 초선 여성의원들의 열정적 의욕이 과로 입원이라는 불상사까지 벌어지게 한 셈이다.
진수희 의원실 조용남 보좌관은 지방 교육청 감사를 하면서 전국 일주를 한 뒤 체력의 한계를 경험했다고 털어놨다. 15대 국회부터 의원 보좌진을 해온 조 보좌관은 “이번 국회만큼 노동강도가 센 적이 없었다”면서 “의원들의 일에 대한 열정이 의욕만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바삐 움직일 수밖에 없다”며 체력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먼타임스-황훈영 기자 hhy@iwoma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