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실의 국정감사자료
[경향닷컴 입력: 2007년 10월 28일 18:12:58]
공무원들의 해외연수가 낭비성, 놀자판으로 흐르는 것은 왜 일까. 한마디로 감독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해외에 나가 무슨 일을 해도 상부에서는 알 길도 없고 알려고도 하지 않으니 실컷 놀
다 와도 괜찮다는 생각이 공무원들 머리 속에 뿌리깊게 남아있는 것이다. 이들은 그래서 귀국
후 내는 보고서에 별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여기 저기 남의 것을 보고 짜깁기해 내면 그만이라
고 생각한다.
국회 행정자치위 김기현 의원이 행정자치부와 경찰청 직원들이 제출한 해외연수보고서를 분석
해본 결과 이런 부실·표절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행자부 공무원이 제출한 ‘2006년 제2
기 선거제도 해외연수보고서’는 앞부분이 인터넷에 있는 900원짜리 대학생 리포트와 토씨까
지 똑같았다. 괄호속 영문 및 숫자표기나 ‘~함으로써’라고 써야할 문구를 ‘~함으로서’라고 맞
춤법이 틀리게 쓴 대목까지 완벽하게 같았다. 일자 일획도 고치지 않고 그대로 베껴서 낸 것이
다. 경찰공무원이 낸 연수보고서 역시 인터넷 사이트에서 1200원에 살 수 있는 대학생 리포트
와 말만 조금 다를 뿐 내용은 사실상 같았다고 한다. 누구나 인터넷에서 클릭 한번이면 쉽게
볼 수 있는 문서를 베껴놓고도 버젓이 귀국보고서라고 제출한 것이다.
이들이 유독 강심장이어서 그랬을 것 같지는 않다. 그보다는 이들의 선배 동료들이 엉터리 보
고서를 써도 사후에 검증받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는 공직사회의 경험칙이 그런 표절 행위를 낳
았을 것이다. 얼마전 감사원이 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벌인 국외여행 실태 감
사에서 그런 분위기가 확인된 바 있다. 이미 종료된 국제기구 행사에 참석한다며 출장을 떠나
관광만 하고 돌아온 경우, 자료수집이란 같은 명목으로 수십명이 특정 도시를 수차례 반복적으
로 방문한 경우 등 사후 검증시스템이 작동한다면 있을 수 없는 놀자판 출장·연수 사례가 수없
이 적발된 것이다. 공무원 개인의 도덕적 해이를 탓하기에 앞서 정부의 감독 시스템 부재를 꾸
짖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