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실의 국정감사자료

[박병석의원실-20131101]정부가 예산 사용해 ‘기획 탈북’ 직접 개입한 셈
정부가 예산 사용해 ‘기획 탈북’ 직접 개입한 셈
한겨레 등록 : 2013.11.01 08:06

통일부 산하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이 북한 주민의 탈북 비용을 지원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진은 중국 단둥에서 바라본 북한과 중국의 접경지대 모습. 단둥/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북 국경수비대에 줄 뇌물 지원
사실일땐 실정법·국제법 위반
재단 구호사업 증빙자료 소홀
통일부 부실관리 책임 불가피
전문가 “남북관계 악영향 우려”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북한 내 주민에게 탈북비용이 지원됐다는 소식을 접한 통일부 당국자의 반응이다. 그는 “중국 등 제3국에 머물고 있는 탈북자에 대한 지원도 정부로서는 부담스럽다. 그 탈북자가 설령 남한행을 염두에 뒀다고 하더라도 엄연히 북한 국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를 대신해 탈북자 지원사업을 집행하는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이하 재단)의 태도는 통일부 당국자의 조심스러운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재단은 제3국이 아니라 북한 내에 거주하는 주민에 대한 탈북비용 지원을 단 이틀 만에 결정해 집행했다. 긴급한 사업을 진행하더라도 최소한의 심사 과정이나 절차 등을 밟아야 했는데도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재단은 이 건 외에도 50여건의 긴급구호 사업을 진행했지만, 증빙 자료를 확보하거나 사후 검증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
문제가 드러난 뒤 재단의 해명도 어설프기 짝이 없다. 재단은 지난 9월 중순께 국정감사를 앞두고 한 국회의원실에서 이 사업을 문제 삼자, 뒤늦게 “탈북자 단체 쪽 실무자가 지원요청 문서를 잘못 작성했다. 이틀 뒤에 제대로 된 문서를 다시 받았다”고 해명했다. ‘도강비’라는 표현이 실무자의 실수로 잘못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이틀 만에 다시 받았다는 문서는 애초 문서와 글꼴이 다르고, 주소 부분의 괄호 표시도 빠져 있다. 파문이 일자 문서를 나중에 조작해냈을 가능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또 재단이 자체적으로 작성한 문서에는 ‘북한 내 주민의 도강비 지원’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기도 하다.
재단이 속해 있는 통일부도 부실 관리·감독의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구병삼 통일부 정착지원과장은 “이번 사건을 미리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탈북자 지원사업이라는 민감한 업무를 재단에 맡겨둔 채 제대로 관리하지도, 보고받지도 못한 것이다.
확인이 쉽지 않겠지만, 북한 국경수비대에 돈이 건네진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북한 경비대에 건네지는 뇌물 비용을 우리 정부 쪽 재단이 지원한 것은 실정법에도 걸릴 수 있다.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의 군부에 뇌물을 건넨 것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위급한 상황에 처한 북한 내 주민이 구조 요청을 할 경우 남쪽 정부가 눈감고 있는 게 타당한 것인지는 논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럴 때에도 우리 정부가 직접 나서는 모양새는 피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정부는 대화로 해결을 시도해야 한다. 이런 과정 없이 직접 지원을 하면 상대방 입장에서는 납치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과거 동·서독이 분단돼 있을 당시 서독 정부도 1964년부터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까지 정치범 송환의 대가로 동독 정부에 돈을 준 적이 있다. 하지만 이는 양국간 합의를 통한 것이었다. 이른바 ‘프라이카우프’(자유구매) 방식이다. 이를 통해 모두 3만3755명이 동독에서 서독으로 넘어왔고, 총 지급액은 35억마르크에 달했다.
주권국가인 북한 주민의 탈북을 우리 정부가 국가예산으로 도운 사실이 확인될 경우 남북관계뿐 아니라 국제법상으로도 큰 파문이 일 수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우리 정부 입장에서 무척 곤란한 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으로 조·중 국경 지대에 대한 단속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최현준 박병수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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