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실의 국정감사자료
올해 벼농사가 지난해처럼 풍년이 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쌀 재고량은 급증하고 쌀값은 급
락해 농민들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농림부가 23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 소속 박승환 한나라당 의원에게 낸 국정감사 자료를 보
면, 올해 8월 정부와 민간 공매업체가 보유한 쌀 재고량은 711만섬(정부양곡 611만섬, 공매업
체 100만섬)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32만섬보다 279만섬, 65%가 늘어났다.
쌀값 안정 위해 방출 줄여 재고량 느는 악순환 = 이는 농림부가 쌀값 안정을 위해 공매량을 39
만섬(지난해 180만석)으로 줄인데다 농협이 재고량을 갑절쯤 늘린 결과다.
쌀 소비량은 줄어드는 상황에서 올해 쌀 작황은 평년작을 웃돌 것으로 보여 쌀 재고가 이렇게
늘어남에 따라, 쌀값 하락폭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농산물품질관리원 전남지원의 한계
수 과장은 “전남도의 올해 쌀 예상 수확량이 93만5천t으로 잠정 집계돼 평년작 93만2천t을 웃
돌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만 올해 친환경쌀 재배를 권장하는 바람에 지난해보다는 조금 줄어
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재고물량의 증가는 쌀값 하락을 가져와 전남에서 지난해 9월 조곡 40㎏ 기준 5만6750원이
던 쌀값이 올해는 17% 내린 4만7157원으로 떨어졌다. 전국 평균 하락률도 13%에 이르고 있
다.
특히 여느해와 달리 올해 단경기(수확기가 아닌 시기) 쌀값이 지난해 수확기 때보다 더 떨어지
는 ‘역계절진폭’을 나타내고 있다.
농협 전남지역본부의 최성열 양곡팀장은 “민간 미곡종합처리장(RPC)의 경우 쌀값이 떨어지
면 농민들한테서 벼를 사들이지 않기 때문에 농협이 사줄 수밖에 없고, 이는 농협 미곡처리장
의 재고 누적과 경영 부담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 팀장은 “추곡수매제 대신 공공비
축제를 도입하면서 지난해보다 100만섬 가량의 수매량이 준데다 중국산 찐쌀과 가공용 수입쌀
의 부정 유통 등도 쌀값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산 등 찐쌀은 지난해 9633t이 수입됐으며, 올해는 5월 현재 4230t이 수입돼 지난해 같은 기
간보다 갑절이 늘어났다. 지난해 가공용 수입쌀의 부정 유통 물량도 366t에 이른 데 이어 올 상
반기에만 245t으로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쌀값 급락으로 소득보전직불제 무력화 우려 = 쌀값 하락폭이 커지면서 정부가 쌀시장 개방 대
비책으로 내놓은 소득보전 직불제가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쌀값
이 5% 떨어질 경우 목표가격 17만원(80㎏ 기준)의 98.2%까지 보장해 주기로 하고, 고정직불금
도 애초 1㏊당 60만원에서 70만원으로 올렸다. 박동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소득보전 직불제는 애초 쌀값이 5~6% 정도 떨어질 경우를 고려한 제도로서, 예산도 이에 맞
춰 책정돼 있다”며 “10~15% 이상 일시에 떨어질 때는 정부가 별도의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
라고 말했다.
올해 2만평 벼농사를 지은 김득중(60·충남 논산시 채운면 화정리)씨는 “정부가 직불제를 한다
지만 얼마나 보상이 될지 불안하다”며 “정미소들은 싼값에, 그것도 물벼만 받는다고 나서니 정
부 보상만 가지고는 부채를 갚을 수도 없고 앞으로 걱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한겨레 2005-09-23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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