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실의 국정감사자료

[유기홍의원실-20151007][국감64]한글날 맞은 국립국어원, ‘낮져밤이’는 신어 등록 ‘성소수자’는 나몰라라

한글날 맞은 국립국어원,
‘낮져밤이’는 신어 등록 ‘성소수자’는 나몰라라

-성차별적 단어, 비속어 넘쳐나 신어 선정·분류 기준은 있으나마나
-‘낮져밤이’는 신어 등록, ‘낮이밤져’는 신어 탈락
-‘성소수자’ 단어가 등장한지 15년, 표준어는 물론 신어 등록조차 하지 않아

○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기홍 의원(새정치민주연합 관악갑)이 국립국어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신어자료 10개년(2005~2014년)을 분석한 결과, 남녀차별적 인식이 드러나는 신어가 무더기로 선정되고 신어등록·탈락의 무원칙, 약자와 소수자 관련 단어가 배제되는 등 많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국어원은 지난 10년간 매년 334개에서 588개 사이의 신어를 발표해왔다. 지난해 신어(신조어)로 인정된 단어는 ‘후방주의’, ‘혼밥족’, ‘현웃’, ‘핵꿀잼’, ‘피꺼솟’, ‘킨포크족’, ‘존맛’, ‘진지병자’ 등 총 334개이다.
신어의 수집과 수록범위는 2014년 기준, 139개의 온오프라인 매체에 등장한 신어와 미등재어를 조사·정리한 것이며 이 중 비속어·비하어·사회통념상 부적절한 어휘 등을 제외한 후 신어 목록을 완성한다.

■ 신어 등록의 성차별, 전체 신어 3,663개 중 ‘~남’ 92개, ‘~녀’ 196개
여성지칭어의 11.7(23개)는 ‘낮잡아 이르는 말’

○ 2005년에서 2014년 10년간 선정된 신어 총 3663개 중에서 남성과 여성을 지칭하는 단어는 총 288개로 이 중 ~녀(걸)는 196개, ~남은 92개로 여성을 지칭하는 신어가 2배 이상 많았다. 여성지칭어의 11.7(23개), 남성지칭어의 5.4(5개)는 ‘낮잡아 이르는 말’, 비하어이다.

‘품절남-품절녀’, ‘힐링남-힐링녀’와 같이 양성이 함께 쓰일 수 있는 단어는 288개 단어 중 259개가 되지만 실제로 함께 등재된 신어는 33개뿐이다. 또한 ‘애정 결핍녀’, ‘페북녀’, ‘츤데레남’과 같은 신어는 양성으로 쓰일 수 있음에도 특정성으로만 지칭되어 있고 ‘오피스맨’은 오로지 ‘사무직에 종사하는 남자’만을 지칭하는 단어로 표기되어 있다. 한편 ‘오피(스)걸’은 오피스텔에서 성매매하는 여자로 뜻풀이 되어있다.
여성을 지칭하는 단어의 대부분이 청글녀, 잇몸녀, 스크림녀과 같이 외모비하·칭송·묘사 등 외모와 관련됐거나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 단어들이었다. 반대로 남성을 지칭하는 단어는 츤데레남, 뇌섹남, 꼬돌남과 같이 대부분 생활상에 관한 것이나 긍정적인 의미를 가진 단어들이었다.

-청글녀: 청순하고 글래머인 여자
-잇몸녀: 웃을 때 잇몸이 과도하게 드러나는 여자
-스크림녀: 공포영화 범인이 쓰고나온 괴기스러운 가면처럼 흉하게 생긴 여자
-츤데레남: 겉으로는 퉁명스럽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남자
-뇌섹남: ‘뇌가 섹시한 남자’의 줄임말. 유머가 있고 지적인 매력이 있는 남자

■ ‘낮져밤이’, ‘약혐’은 신어등재, ‘낮이밤져’, ‘극혐’은 신어탈락?
비공개(탈락) 분류 기준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

○ 국립국어원 신어 선정은 신어검색기 프로그램을 통해 온라인 뉴스에서 단어를 취합한 뒤, 부적절한 단어를 탈락시킨다고 설명했다. 2012~2014년 비공개 신어(신어탈락)기준은 1.비속어, 2. 사회통념상 부정적 어휘, 3. 특정 도시나 개인, 단체 등과 관련된 어휘, 4. 사회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어휘, 5. 한국 사회 현상과 관련이 없는 어휘 등이다.
그러나 선정된 신어 현황을 살펴보면 ‘존-’, ‘개-’가 포함된 ‘존잘남’, ‘존예’, ‘존맛’, ‘위꼴’, ‘개공감’, ‘개알바’, 그리고 ‘찍퇴자’, ‘진지병자’ 등 비속어/특정대상 비하어가 버젓이 남아있다.
또한 ‘시월드’는 ‘처월드’의 유래이고 대중에게 더 익숙한 단어임에도 남성전용 단어인 ‘처월드’만이 신어등록 된 상태이다. 이밖에도 ‘낮져밤이’는 등재, ‘낮이밤져’는 탈락, ‘약혐’은 등재, ‘극혐’은 탈락, ‘의란성 쌍둥이’는 등재, ‘의슴’은 탈락시킴으로써 기준을 알 수 없는 단어 등록·탈락이 허다했다. ‘보슬아치’, ‘별창’ 등은 수집기준에 의해 애초에 배제되어야 할 명백한 비속어이지만, 신어로 선정이 된 후 나중에 비공개(탈락)로 분류됐다.

※‘극혐’의 경우, 용례 부적절로 탈락했지만 같은 용례 부적절인 ‘차임류’(남녀관계에서 일방적으로 관계를 끊는 경우를 이르는 말)는 신어등재 되었다. ‘의슴’과 ‘의란성 쌍둥이’는‘의사에 의해 만들어진, 성형으로 만들어진 외모’를 비하하는 단어들이다.

■ 약자, 소수자 배려 없는 표준대국어사전

○ ‘성소수자’라는 단어는 1996년 처음 등장해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지만 표준어 미등록은 물론 신어목록에도 올라온 적도 없다. ‘퀴어’, ‘트랜스젠더’, ‘이주노동자’, ‘대안학교’, ‘자궁경부암’, ‘발달장애’,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낮아 보인다. 국립국어원은 지난해 단어 ‘사랑’을 ‘남녀 간의 사랑’으로만 뜻풀이 한 뒤 번복하는 등 논란이 된 바 있다.
또한 광범위하게 쓰이는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사후피임’(다른 피임방법인 ‘루프’는 표준어 등록), ‘웰빙’(순우리말로 ‘참살이’도 미등록)도 미등록 상태이다.

■ 유행과 편리함보다 올바르고 명확한 기준을 다시 세워야

○ 국립국어원은 당대 문화를 반영하는 신어에 대한 기준을 명확하게 세우지 않아 비속어·비하어와 성차별적 단어들이 혼재된 신어목록을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신어선별 용역의 사후 관리를 하지 않아 수년째 신어 등재·탈락의 과정에 문제가 반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 2007년 국립국어원은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 함께 ‘성차별적 언어 표현 사례조사 및 대안마련을 위한 연구’를 발간하며, “성차별적 언어 표현은 성별 간의 편견을 고착화함으로써 성별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었다. 당시 연구에서 개선방안으로 ① 성별화된 언어표현 최소화, ② 과도한 외모 관련 표현 자제, ③ 특정 성역할을 고정관념으로 결부시킨 성차별적 표현 자제, ④ 비하적 표현은 다른 말로 대체 등을 제안했었지만 수년째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 유기홍 의원은 “언어는 정신과 문화를 담는 그릇인데, 신어 목록조차 편견으로 가득차서 되겠는가”라고 지적하며 “편리함과 유행보다는 올바름을 따라 성 불평등 해소와 사회적 약자·소수자를 배려하는 언어문화를 위해 국립국어원의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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