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실의 국정감사자료

[보건복지위-정화원의원]시각장애 정화원 의원 '파워포인트' 국감

시각장애 정화원 의원 '파워포인트' 국감 질의 감동



(중앙일보 강주안.조용철)
정화원(한나라당) 의원은 앞을 보지 못한다. 한국전쟁 중이던 세 살 때 옆에서 터진 포탄 화염
에 눈을 다쳐 19세 때 완전히 시력을 잃었다. 글씨도, 그림도 볼 수 없다.



그런 그가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의 국민건강보험공단 국정감사에서 '파워포인트'를 사용해 질
의를 했다. 파워포인트는 도표.그래프 등 시각적인 자료를 활용해 발표 내용에 대한 이해를 돕
는 프로그램이다. 정 의원은 물론 파워포인트를 본 적이 없다. 어떻게 생긴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국감장의 대형 스크린에 꺾은선.막대 그래프 등 도표를 띄웠다. 이날 오후 4시20분
쯤 서울 마포구 건강보험회관 6층 국감장. 정 의원 순서가 되자 노트북 컴퓨터와 대형 스크린
이 설치되고 전등이 꺼졌다.



"여기 도표에 보이는 바와 같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실시한 요양기관의 허위 청구 실사 비율
이 1%밖에 안 됩니다. 보시는 것처럼 부당 확인 비율은 점점 늘어나는데 그 이유가 무엇입니
까."그는 마치 자신도 화면을 보는 것처럼 매끄럽게 발언을 이어갔다. 그래프 위의 수치를 소
수점 이하까지 정확하게 읽었다. 그의 질의는 25분을 넘겼다. 동료 의원들은 파워포인트 화면
을 보며 간간이 메모를 하는 등 진지했다.



그래프를 보는 사람들에게 25분은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이를 볼 수 없는 정 의원이 자료를
준비하고 연습하는 데는 보름 이상이 걸렸다.



4월 14일 정 의원은 시각장애인으로서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국회 대정부 질문을 훌륭히 해내 많
은 격려를 받았다. 그가 이번 국감에서 새로운 도전을 한 이유는 '정책 국감'을 해보고 싶은 욕
심 때문이라고 보좌진은 설명했다.



"정책 제안을 하려면 이를 뒷받침하는 많은 수치를 제시해야 하는데 손으로 원고를 읽고 말로
만 전달해서는 다른 사람들이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고민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때 떠오
른 것이 파워포인트 아이디어.



정 의원은 한동안 주저했다고 한다. "자기가 볼 수도 없는 화면을 띄워놓고 주목받으려는 것
아니냐"는 오해와 "혹시라도 화면에 오차가 생겨 문제가 제기되면 대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 의원은 "내가 못 봐도 남들이 보고 이해에 도움이 된다면 도전해 보겠다"며 나섰다.
이달 초 도입된 '전자국회'가 정 의원에게 또 하나의 벽이 될 수 있기에 차제에 이를 극복해 내
야 한다는 절박함도 결심에 도움이 됐다.



화면을 제작하고 컴퓨터를 조작하는 것은 보좌진이 맡았다. 정 의원은 관련 수치를 외우고 점
자 원고를 이용하기로 했다. 파워포인트의 한 장면이 다른 장면으로 바뀔 때, 즉석 질의응답이
벌어질 때를 대비해 이런 상황을 섬세하게 알려줄 보좌진과 호흡을 맞추는 데 특히 신경 썼다.
매일 밤 늦게까지 연습하는 강행군 끝에 완벽한 준비를 마쳤고, 이날 파워포인트 질의를 멋지
게 해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도 정 의원 질의가 시작될 무렵 국감장에 찾아와 끝까지 지켜봤다. 질의
를 마치자 박 대표는 "수고하셨다"며 정 의원을 격려했다. 정 의원은 "대표가 와 있어서 더 긴
장됐다"고 했다. 점자 원고를 읽어간 정 의원의 왼쪽 집게손가락은 상처가 난 것처럼 빨갛게
변해 있었다.



강주안 기자 jooan@joongang.co.kr사진=조용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