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실의 국정감사자료

[윤건영 의원실-20251001] 화재 2시간42분 뒤에야 전원 차단…국정자원 피해 키웠나
[단독] 화재 2시간42분 뒤에야 전원 차단…국정자원 피해 키웠나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이 화재에 대비해 만든 매뉴얼에서 ‘불이 나면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에 시설 전원을 차단한다’는 내용이 있었지만, 이번 화재 당시에는 소방이 요청한 뒤에야 전원을 끈 것으로 나타났다. 매뉴얼에 있던 전원 차단이 늦어지면서 진압 역시 차질이 빚어졌고, 화재 피해가 커졌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행정안전부가 국회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자원 화재대비 비상대응 매뉴얼’을 보면, 국정자원은 전산실 배터리 화재가 발생할 경우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까지 5분 내로 ▶폐쇄회로(CC)TV 등 현장 확인 ▶전기 배선(EPS)실 등 전원 차단 ▶소방차 현장 유도와 상황 전달 순의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불이 나면 일단 전원을 내리고 화재에 대응하는 것으로 미리 방침을 세워 뒀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화재 발생일인 지난달 26일 당시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시설 전원 차단이 완료된 시점은 최초 화재 신고가 처음 접수(오후 8시20분)된 지 2시간42분이 지난 오후 11시2분이었다. 앞서 백승두 소방청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정자원 시스템에 서버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주수(물을 뿌려 불을 끄는 방식)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또 “(전원이) 살아있을 때 주수하면 대원이 감전될 수 있어 전원 차단을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소방 당국이 물을 사용하기 위해 전원 차단을 요청한 뒤에야 시설 전원이 차단됐다는 이야기다.

매뉴얼대로 EPS실 전원 차단이 먼저 이뤄졌다면 소방 당국이 주수 작업을 더 빠르게 시작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소방의 한 관계자는 “국정자원 측에서 시스템을 최대한 켜둔 채 화재에 대응하려 했던 것인지 향후 조사에서 확인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또 매뉴얼엔 국정자원 시설관리 요원은 소방이 소화수를 사용하기 전에 방수포를 전달해 전산 장비를 보호할 수 있도록 요청하게 돼 있었다. 소방청 관계자는 “화재 진압 작업 초반에는 방수포를 덮을 수 없었고, 진화 중 일부 서버에 방수포를 덮기는 했다”면서 “방수포가 국정자원에서 준비한 것인지 소방차에 준비된 것인지는 파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번 화재 피해를 본 행정정보시스템을 복구하고 있지만 시스템 중 96개는 완전히 불에 타 복구에 약 4주가 걸릴 전망이다. 윤건영 의원은 “국정자원이 스스로 세운 대응 매뉴얼조차 지키지 않았던 것”이라며 “국가 정보시스템 관리라는 막중한 책임을 지닌 국정자원이 안전 문제에서 안일한 인식과 준비 태세를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화재 전 ‘배터리 전원 차단’ 여부도 수사 중
경찰은 진화 과정 중에 꺼진 전원과는 별개로 화재가 발생하기 전 무정전 전원 장치(UPS)의 리튬이온배터리 이전 작업에서 배터리 방전이 잘 이뤄졌는지 등에 대해 조사 중이다. 작업 전에 배터리에 연결된 전기를 차단하지 않아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와 관련, 대전경찰청은 이날 “배터리 분리 작업 전 ‘주 전원’을 차단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용일 전담수사팀장은 “관계자 진술과 로그 기록 등을 종합하면 26일 저녁 7시9분께 UPS쪽 ‘주 전원’이 차단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작업에서 각각의 배터리팩 전원을 차단했는지 등은 현재 전산실 내부가 심하게 불에 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이 부분은 정밀 감식 등으로 밝혀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국정자원 작업자와 책임자 등 4명을 업무상 실화 혐의로 입건했다.

앞서 이재용 국정자원 원장은 “저희가 말한 전원 차단은 배터리를 교체하기 위해 배터리에 들어가는 전기를 차단했다는 말”이라며 “소방청에서 말한 전원(서버·전등 등 시설 전원)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