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실의 국정감사자료
서범수 의원, "대통령의 사라진 45시간, 주무장관과 통화도 없이 무엇을 했나"
재난 컨트롤타워 실종... 대통령은 현장 아닌 예능 녹화장에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태를 둘러싼 정부의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 부재가 현실로 드러났다. 화재 발생 직후 대통령의 행적이 45시간가량 묘연했던 가운데, 재난 대응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 장관이 해당 시간 동안 대통령과 직접 통화조차 하지 않았다고 국정감사에서 실토했기 때문이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최고 책임자와 주무 장관 사이의 기본적인 소통 라인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화재 발생 초기 정부의 부실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의원들은 대통령이 9월 26일 저녁 귀국한 후 28일 오후 첫 중대본 회의에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약 45시간 동안의 행적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이 과정에서 한 의원이 행안부 장관에게 "대통령으로부터 전화 안 받으셨다 했죠"라고 묻자, 장관은 "통화는 안 했습니다"라고 답하며 대통령과의 직접적인 유선 소통이 없었음을 시인했다. 대통령실이 "밤새 점검했다"는 홍보수석의 문자 한 통으로 대응을 알렸지만, 정작 재난 총괄 장관과는 통화 한 번 없었던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서 의원은 "재난안전 총괄 장관과 통화 한 번 없이 대체 누구와 밤샘 점검을 했다는 것인지 납득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또한, 28일 오전에 열린 대통령실 '긴급 비대위' 회의에도 주무 장관이 참석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주무 장관을 제쳐놓고 무슨 긴급 회의를 하는가, 모든 게 대통령실 위주로만 돌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의 리더십 부재는 현장의 혼선으로 이어졌다. 화재 발생 2주가 넘도록 전체 시스템 복구율은 여전히 30%대에 머물고 있으며 , 행정안전부는 피해 시스템 규모를 사고 발생 12일이 지나서야 647개에서 709개로 정정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총체적 난국 속에서 대통령이 28일 오후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 녹화에 참여한 사실이 알려지며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야권에서는 "불타는 로마를 보며 악기를 연주한 네로 황제와 다를 바 없다" 는 격한 비판까지 나왔다
서 의원은 대통령이 10월 2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공직자가 솔직히 휴가 휴일이 어디 있습니까? 24시간 일하는 거예요"라고 발언하면서도, 동시에 "여러분도 좀 쉬세요"라고 말한 점을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의 말이 천근같이 무거워야 하는데, 이렇게 왔다 갔다 하는 메시지를 주면 집권 초 대통령실 눈치만 보는 공무원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한쪽에서는 가볍게 이야기하는 동안, 다른 한쪽에서는 엄청난 압박감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직원이 발생했다"며, 대통령실과 재난 현장 간의 심각한 인식 괴리를 지적했다.
서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 야당 시절, 세월호 참사와 2023년 행정망 마비 사태 등에서 정부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던 사실을 상기시켰다.
특히 2023년 행정망 마비 사태 당시 "사태의 책임자인 행안부 장관을 즉각 경질하는 것이 온당하다"고 주장했던 발언을 언급하며, "이번 사태야말로 대통령의 리더십 부재가 드러난 인재(人災)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