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실의 국정감사자료
은행연합회, 보이스피싱 무과실 배상책임 추진에 “위법” 결론
민사법상 과실책임주의에 위배, 영국‧싱가포르도 예외적 상황에만 배상책임 인정
이헌승,“범죄 피해 책임 구조 왜곡 우려…법 원칙과 제도적 정합성 고려해야”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국회 정무위원회/부산진구을)이 2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은행연합회가 최근 의뢰한 자문용역에서 보이스피싱 무과실 배상책임 제도 도입이 위법하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은행연합회의 「보이스피싱 무과실 배상책임 도입 관련 검토」 보고서는 △국내 법체계 및 금융환경 적합성, △해외 주요국의 관련 사례 두 가지 측면에서 제도의 타당성을 검토했다.
우선 국내 법체계 및 금융환경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보이스피싱은 비대면 범죄가 주를 이루는데, 금융회사가 단순한 의심만으로 거래를 거절하기 어렵고, 통신사‧금융기관‧수사기관‧정부가 각각 책임을 나누어야 하는 상황에서 모든 책임을 금융기관에 지우는 것은 민사소송법상 ‘과실책임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또한 금융소비자의 고의‧중과실 여부 입증과 관련해서는 △범죄자와 피해자 간의 통화 내용, 피해자의 금융 지식수준 등 주관적이고 내부적인 사실을 금융기관이 증명하기 어렵고, △일괄적인 무과실 배상책임을 법제화 할 경우 피해자의 도덕적 해이와 보이스피싱 범죄 증가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해외 주요국 사례 역시 전면적인 무과실 배상을 인정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영국 : 「APP 사기 보상 가이드라인」에 따라 일정 심사를 거친 뒤 금융기관이 보상하되, 소비자가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보상에서 제외
•싱가포르 : 공동책임제 운영, 기관별 의무 이행 여부에 따라 배상책임 부과
•미국 : 무단 이체나 사기범으로부터 금융기관이 직접 송금 지시를 받은 경우 등 예외적 상황에만 금융기관 책임 인정
•EU 일부 국가 : 전자지급서비스 제공자의 거래 모니터링 의무 불이행이 입증될 때만 보상 가능
•일본 : 일부 은행이 자율적으로 보상제를 시행한 사례는 있으나, 법률로 무과실 배상책임을 규정한 경우는 없음
이헌승 의원은 “보이스피싱 피해의 심각성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법리적 원칙과 제도적 정합성을 무시한 채 모든 책임을 금융기관에 전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피해자 보호를 위해 통신사‧수사기관‧정부 등 각 기관이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체계적 대응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