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실의 국정감사자료

[재경위-심상정의원실] ‘성역’에 날개 꺾인 재경위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10월 13일 재정경제위원회가 지난 해 국감 증인 출석 요구를 거부
한 이건희 삼성회장을 고발하지 않기로 한 데 이어, 정의선 기아차사장, 존그레이켄 론스타 회
장, 김영무 김&장 대표변호사 등 ‘경제권력의 성역’들에 대한 국감증인 채택 건을 부결시킨 데
대한 참담한 심경을 밝히는 글을 발표했습니다. 다음은 전문입니다.



‘성역’에 날개 꺾인 재경위



비통하고 참담합니다. 성역을 건드리지 않고는 경제정책의 허와 실을 따지는 게 불가능한 한
국 현실에서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는 재벌총수, 외국투기자본 대표, 김&장 대표 변호사 등 성역
이란 성역은 모조리, 신청한 증인 모두를 부결시켰습니다. 1년을 끌어온 삼성 이건희 회장에
대한 증인 불출석 고발 건도 부결시켜버렸습니다.



이럴 바에야 과연 무엇을 위해서 국정감사를 하는 것인지, 과연 국회가 도대체 왜 존재하는지,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자괴감을 숨길 수가 없고 국민 앞에 얼굴을 들 수
가 없습니다.



2004년에 27명, 2005년에 39명의 증인을 채택했던 재경위가, 올해 국감의 경우 열린우리당은
단 한 명의 증인도 신청하지 않았고 거대 야당인 한나라당도 4명밖에 신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신청한 증인 12명이 대다수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관련법상 증인 출석요구일 7일 전에 본인에게 송달돼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 9월 말까지는 증인
채택을 마무리했어야 함에도 미루고 미루다가 국정감사가 시작된 오늘에서야 이 안건을 처리
했습니다. 따라서 오늘 부른다 해도 앞으로 일주일 뒤에나 출석할 수 있기 때문에 재경위는 이
미 국감 절반은 포기한 상태였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제가 신청한 정의선 기아차 사장, 이건희 삼성 회장 등 재벌들의 탈세와 편법경
영의 실체를 증언할 재벌총수, 외환은행 불법매각 사건의 핵심성역인 존그레이켄 론스타 투기
자본 총수, 외국자본의 ‘길잡이’ 김&장 김영무 대표변호사 등은 모조리 부결시켰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른 동료의원들이 신청한 외평기금 불법 운용 책임자인 전직 경제부총리도 현직 국회
의원이란 이유로 부결시켰습니다.



서민경제 파탄으로 절대다수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고 그 어느 때 보다도 이번 국감에서 재정경
제위원회의 책임이 막중한 이 시점에, 결국 서민경제를 파탄으로 몰아간 경제권력 정치권력에
굴복함으로써 서민경제 파탄의 공범임을 자임했습니다.



특히 ‘무증인 국감’을 작정한 여당은 ‘회장님방패당’이 되기로 결심한 듯 핵심 증인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 거부와 기권의사를 집단적으로 표시했습니다. 한나라당 또한 이건희 회장 고발
건 투표에 대다수가 불참하고 론스타 회장과 재벌총수, 김&장 대표 변호사 증인 채택에 반대하
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국감 증인은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의정활동의 꽃이라 불리는 국정감사에서
독자적인 감사를 수행하기 위한 강력한 수단입니다. 명백한 사유와 법적인 하자가 없는 한 가
능한 해당의원의 의정활동을 보장하는 것이 순리입니다. 이것은 정부 감싸기를 넘어 스스로 국
회 직무유기행위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기야 지난 한 달여를 되돌아보면 동료의원들 심정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닙니다. 이번 국
감을 앞두고 본 의원은 증인에서 빼달라는 로비에 수도 없이 시달려야 했습니다. 해당기업이
나 기관 뿐 아니라 동료의원들까지 통사정을 할 때는 서글픔을 넘어 가슴이 아팠습니다. 때로
는 증인을 한 명도 신청하지 않은 여당의원들의 심정을 알 것 같기도 했습니다.



오늘 재경위 회의에서 증인 10여명을 한 사람씩 부결시키기 위해 열 번도 넘게 기립투표를 해
야 했던 동료의원들의 ‘고충’에 연민을 느꼈습니다. 성역의 힘 앞에 무기력하게 난도질당하는
국회 재경위의 참담한 위상이 떠올라 말문이 막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저를 국회로 보내주신 서민들을 생각하면 참담함도 비통함도 연민도 사치라 생각합니
다. 더 열심히 싸우겠습니다. 더 큰 목소리로 국회의 맹성을 촉구하겠습니다. 섰다 앉았다 하기
를 10여차례 핵심 성역증인들을 일일이 부결시킨 재경위의 국민에 대한 쿠테타에 결코 굴하지
않겠습니다. 오늘의 이 참담함을 씹고 또 씹어 국회와 정치를 지배하고 서민경제를 망가뜨린
경제성역에 더 힘내서 맞서겠습니다.



2006년 10월 13일 국정감사 첫 날 |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심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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