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실의 국정감사자료
'햇볕정책'은 결코 실패하지 않았다
[주장] 참여정부 3년반, 외교·안보정책 비판 ②
"포용정책의 효용성이 더 있다고 주장하기도 어렵다."
지난 9일 노무현 대통령의 말이다.
"대북 포용정책이 북한의 핵실험을 막는 데 실패했다고 자인한다.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명숙 국무총리의 10일 국회 답변이다. 한 총리는 11일 자신의 발언을 이렇게 약간 수정했다.
"대북 포용정책은 완전 폐기하는 것이 아니고 변화된 상황 속에서 어떤 수위에서 이를 조정할
지 고민하고 있는 단계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런 인식과 판단에 동의하지 않는다. 아니 동의할 수 없다.
누가 햇볕정책의 실패를 말하나
이런 인식과 판단은 대북포용정책, 즉 '햇볕정책'에 대한 '몰이해'에서 출발한다.
햇볕정책은 대북3원칙으로 구성된다. 그 첫째가 '무력도발의 불용'이고, 둘째가 '흡수통일의
배제'이며, 셋째가 '화해와 협력의 적극 추진'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시민들은 햇볕정책 혹은
대북포용정책을 세번째의 의미로만 받아들인다.
햇볕정책은 '안보'를 가장 우선시하되, 북한과의 경제협력과 인도적 교류 등을 지속하면서 변
화하는 북한 체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권교체나 체제 변환이 목적이 아니다. 변화하는 체
제, 즉 남한의 도움에 의해 '스스로 변화하는 북한'이 햇볕정책의 목적이다.
그 반대말은 당연히 봉쇄정책이다. '봉쇄'를 통해 고립시키고, '고립'을 통해 내부분열을 유도
하며, '내부분열'을 통해 스스로 자멸을 유도하는 전략이 봉쇄정책이고 대북제재정책이다. 그
런데 햇볕정책의 세번째 항목만을 가지고 대북봉쇄정책과 비교하며 그 전략적 가치를 따져보
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한 언동이다.
변화하는 북한 체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 대북정책의 일관성·자발성·능동성이 핵심이
다. 이런 측면에서 대북포용정책, 즉 햇볕정책은 가장 적극적인 대북 개입정책이고 가장 능동
적인 대북참여정책이다. 이런 정책의 비전과 목적이 공유되고 실천될 때만이 북한과의 '상호주
의'가 가능해진다.
햇볕받은 북한에는 자본주의 싹이 텄다
상호주의 원칙은 1:1의 등가성 상호주의가 아니다. 북한이 주장하는 '장사꾼식 조치'도 아니
다. 우리 측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관계 개선 노력에 대해 북한도 일정한 수준의 상응하는 조
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2002년 7월 1일 단행된 '7·1 경제개선조치'이다. 배급제를 폐지했고, 시장
을 열었다.
시장경제는 자본주의의 핵심이다. 배급제는 사회주의의 핵심이다. 가격에 대한 결정권을 전부
는 아니지만 일정 부분 시장에 위임하고, 개인이나 협동농장의 사적 소유권을 인정하는 혁명적
인 조치였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개인이나 농장이 물건을 팔아 이득을 내고, 그 이득을 재투자하고, 그 이득
으로 나중에 받게 될 연금까지 내야 한다는 것이 '7·1 경제개선조치'의 내용이었다. 북한에 자
본주의의 맹아가 시작된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햇볕정책이 갈망했던 진정한 의미의 상호주의이고, 압력에 의한 변화가 아니라
스스로의 노력에 의한 '변화하는 북한체제의 참모습'이었다.
햇볕정책의 상호주의를 '이에는 이, 눈에는 눈' 개념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가장 좁은 의미
의 거래 개념으로 '100원 대 100원'으로 평가하는 이도 있다. 이런 오류에 대해선 더 이상 언급
할 필요가 없겠다.
야금야금 미국 세계전략에 참여했던 참여정부
참여정부는 북한 핵문제를 북미간의 관계로 치환시켜 버렸다. 사실상 대북정책의 주도권을 미
국에 넘기고 만 것이다. 이라크 파병 등 미국의 대테러 정책에 전면적으로 동참했고, 북한과 중
국이 그토록 두려워하는 '전략적 유연성'에 전격 합의했다.
한미합동군사훈련은 갈수록 도를 더해갔고, 패트리어트(PAC-3) 미사일 도입 예정 등으로 이
른바 MD(미사일방어) 체제 편입을 기정사실화해갔다.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에도
참여했고 대북금융제재에도 정보 제공 등으로 간접 참여했다. 또 쌀과 비료지원을 이산가족 상
봉과 연계시키지 않고 미사일과 연계시켰다. 과연 누구를 향한 제재이고, 누구를 향한 고립이
겠는가.
이처럼 미국 세계전략에의 '야금야금식 동참'은 결국 북한에 대한 제재로 비춰졌고, 이는 사실
상 햇볕정책의 '반쪽 포기'로 평가되었으며, 남북관계의 신뢰를 깨뜨리는 주범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대북포용정책의 실패가 북핵위기를 가져왔다고 말하는 것은 전적으로 잘못
된 해법이다. 이것이야말로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고 있는 것이다.
엄밀히 따지면 북한의 핵실험 강행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당사국 모두의 실패이
다. 그중에서도 미국의 책임이 크다. 미국 조야(朝野)의 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