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한국은행 국정감사의 현장에서 -기독교학과 정고은
□ 시작하며
아무래도 내가 지난 주에 모니터링을 했던 한국 가스 공사 국정 감사와 비교를 하게 된다.
우선은 확실히 돈이 관련되어 있어서 그런지 규모도 컸고 관심도 많았다.
서울 한복판의 경비가 꽤 철저한 한국은행 건물에서 확인 작업을 거친 후에 감사장으로 입실 할 수 있었다. 15층 대회의실은 좁지 않은 장소였고 배석인원들도 많았다. 의원들부터가 21명이나 됐고 피감기관의 관계자들도 한 50명쯤 됐다. 그 외에도 옆방에는 많은 보좌관들이 자리를 하고 있었다. 게다가 언론에서도 관심이 많았다. 연신 찍어대는 카메라와 전 과정을 녹화하는 고정 카메라, 감사가 시작되어서 한참동안은 많은 기자들이 함께 분주히 움직였다. 저녁 시간 전에 딱 끝났던 가스공사 국정감사와는 달리 꽤 긴 시간이 소요가 되었다. 여러 가지로 왠지 딱딱하고 경직된 느낌이 들었다.
따로 자리가 마련되어 있지는 않았고 진행 요원들과 기자들과 함께 피감기관 자리 쪽에 앉았다. 역시 모두들 친절하게 잘 대해 주었다. 쉬는 시간에 어느 기자 분은 그분과 한국 은행측 관계자와의 사적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
□ 옥(?)의 티
큰 규모와 많은 배석 인원들, 잘 준비된 식사와 철저한 출입 관리, 이런 것들과는 어울리지 않게 마이크 시설에 문제가 있었다. 장소가 꽤 넓었는데도 소리가 너무 작았다. 오히려 복도에서 듣는 게 더 잘 들렸다. 나중에 어느 의원님께서 지적을 하셨는데 그 후에도 마이크 소리가 별로 커지지도 않았고 오히려 중간 중간 잡음이 섞이는 등 편하지 않았다.
감사 도중 핸드폰이 여러 번 울렸다. 참 부끄러운 일이다.
한두 번도 아니고 잊혀 질만 하면 또 다른 사람의 핸드폰이 울리는 식이었다.
□ 전체적인 지적
피감기관의 배석인원이 많긴 많았다. 그리고 솔직히 별로 큰 역할을 감당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모두들 진지한 자세들이었고 긴 시간이 소요되었지만 자기 자리를 잘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총재의 답변 태도들이 한국은행을 대표하는 공식적인 자리에 비해 너무 개인적이고 감정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의원님도 잘 아시다시피" 또는 "질책이라 알겠습니다." 라는 식으로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의원님의 수가 많은 만큼 질의 시간도 늘어나서 전체적인 시간이 길어진 것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별로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는 분위기였다. 나중에 들어보니 작년에는 밤 11시까지 했다고 하는데 그래서 다들 여유를 갖고 계셨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긴 시간이 소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가스공사 때보다 자료도 적고 질의의 내용도 다양성 없이 폭넓은 감사가 이루어지지 못 한 것 같다. 의원님들의 수준은 높고 대체적으로 모두 유능한 분들이었는데 그래서 오히려 다들 깊은 통찰력을 가지셔서 같은 문제가 궁금하셨는지 중복되는 내용이 너무 많았다. 특히 여당과의 사전 협의에 대한 의혹과 이에 따른 한국 은행의 독립성 문제가 가장 많이 거론되었다. 그리고 이번에 한국은행이 밝힌 금리 인하 정책에 대해, 그리고 대북 정책에 대한 입장들이 주를 이루었다.
그리고 당장 최근에 일어났던 미국 테러 사건과 대테러 전쟁같은 일들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