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봉사후기 한양대 화학공학과 이현송
대학 들어오기 전 12년간 봉사활동이라는 개념은 대학교를 잘 들어가기 위한 하나의 관문으로 거의 인식되어 왔다. 그래서 그동안 봉사활동을 통해 무엇을 배우는 지도 사실 잘 알지 못했고, 시간을 채우는 데만 급급했던 기억들만 선명할 뿐이었다. 대학교 들어와서는 그러한 봉사활동의 연장이 아니길 바랬다. 그래서 일부러 복지관이나 환경미화 등의 봉사활동이 아닌 조금 더 내가 사회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봉사활동을 선택한 것이 법률 모니터링이었다.
 지금까지 나에게 법이라는 것은 기본만 지키면 되는, 나와는 조금은 별개인 관념이었다. 더군다나 공학도인 나는 사실 법에 대한 관심을 가질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내가 3학년이 되고, 주위에 사회생활도 많이 보고 들으면서 실질적으로 법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하고 싶었다. 우선 이번 법률 소비자연맹에서의 봉사활동은 나에게 사회생활을 하기에 앞서 커다란 경험이었고, 겨울방학을 좀더 뜻깊게 보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
 TV에서만 보던 서울 중앙지방법원을 처음 방문하던 날, 길에서 항상 행복해 보이고 평범해 보이던 수많은 사람들이 어떤 이해관계에 얽혔는지,또는 무슨 잘못을 하였기에 여기 다 모였는지 북적이고, 바쁘게 보였다.
 우선 형사재판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게시판의 안내문을 보고 법정에 들어선 순간, 엄숙함과 긴장된 분위기가 역력했다.그날은 선고를 받는 사건들만 보게 되었는데 선고가 내려질 때마다 재판장 내에서는 희비가 엇갈렸다.재판장님께서 피고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물어보았을 때 거의 모든 피고들은 지난날의 자기 잘못에 대해 매우 후회를 하고 자신 때문에 누구보다도 마음고생을 하는 부모님과 가족들에 대해 굉장한 죄스러운 마음을 토로하였다.한순간의 잘못이 나뿐만 아니라 내 주위 사람들에게 몇 년간의 상처를 줄 수 있는 것에 대해 굉장히 안타까웠다.
 민사법정을 보면서 나에게도 법률상으로 꼭 해결해야 할 일이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세상이 관대하지만은 않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남보다 더 알고, 일이 발생하기 전에 방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사실 민사법정에서는 우리가 들어도 잘 이해되지 않는 금전상의 문제점이나, 그밖의 이해관계에 얽힌 재판들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여기 또한 사람들의 각기 다양한 성격과 얼굴 생김새처럼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도 사람들마다 각기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가정법원에서는 각 개인의 사생활에 걸린 민감한 사항이 많은 만큼 직접 들어가서 관람하지는 못했다.얼굴을 붉힌채 수심이 가득한 표정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이 보였다.처음에 행복하게 가정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던 약속,그 약속을 못지키는 서운함, 배신감, 안타까움이 재판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표정속에 역력하게 녹아있었다.
 고등법원 법정에는 또다른 모습들이 보였다.지방법원에서 받은 판결에 대해 다시금 재판결하게 되어 좀더 신중을 기하여야 하기 때문인지 지방법원처럼 젊은 판사들이 아닌,경험이 많고 세상에 살아가는 이치를 그분들보다 조금이나마 더 이해하실 듯한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이 보였다.
 법정을 다니면서  첫 기관 오리엔테이션에서 많은 학생들도 지적하였고,또 사무실에서도 들었던 설명이지만 실제로 법정에 가서 확인해보니 우리나라 법정에서는 피고인들의 권위가 아직은 많이 낮아보였다. 형사법정에서 피고인은 피고의 입장, 검사는 원고의 입장이다. 따라서 실제 재판입장에서 둘은 동등한 위치이므로 당연히 앉는 좌석배치도 동등하여야 한다. 그러나 오히려 피고인을 변호하는 변호사들까지도 피고인보다 더 높은 위치에 앉는다. 그 때문인지 피고인들은 우선 주눅이 들어있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우선 법률적인 지식에서도 검사보다 훨씬 불리한 피고인이 자신에 대해 최선의 변론을 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물론 그래서는 안되겠지만 어쩌면 이로 인해 조금이나마 손해를 본 피고인이 있을 여지도 배재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따라서 누구나 법을 공평히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침해받지 않도록 우리나라에서도 무언가 대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외국에서는 실지로 살인혐의를 받는 피고인일지라도 그를 변호하는 변호인과 동등한 자리에 앉고 검사 또한 바로 옆자리에서 재판을 진행한다고 한다.또한 지적하고 싶은 것으로는 중앙지법에서 판사님들의 연령대였다. 물론 사법연수원에서 충분한 공부와 훈련을 받고 모든 사건에 임하시겠지만 그래도 삶에는 법 이외의 영역에서 해결책을 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외국에서는 이러한 약간의 불합리한 점을 막기위해 변호사 중에서 판사를 선임하는 제도를 마련하였다고 한다. 전문적 지식에 수년간의 인생에서 터득한 삶의 해법을 곁들여 재판하는 것과 단지 냉철함과 합리성을 가지고 법률에 있는 조항들을 그대로 적용시키는 것 중 어느것이 더욱 합리적이고 공정한 재판인지는 두고 봐야 될 듯 싶었다.물론 외국의 법률제도를 그대로 모방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심리적인부분 까지도 공평한 재판을 받고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법률모니터링을 하는 틈틈이 우리는 국회도서관, 헌정기념관, 프레스센터 등을 돌면서 각종세미나에도 참석하기도 하였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지난 20일 프레스센터를 방문했던 일일 것이다. 새만금간척지구 사건에 대해 법원에서 양측입장에 대해 조정판결이 난 것에 대한 기자회견이었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새만금사건을 환경 보호론자와 지역개발론자간의 분쟁이라는 단순한 지식만 가지고있던 나는 새만금을 지키기위해 여러 종교계대표분들,학계대표분들, 심지어 외국 환경운동론자분들까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신 사건이라는 점,그리고 생계를 눈앞에 두고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지역 주민들 간의 자세한 입장까지도 이날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새만금 관련자분들이 이야기 하실 때마다 그 옆에 앉아있던 나에게 각종 카메라에서 뿜어지는 플래쉬를 받아보는 기분 또한 처음 느껴보는 것이었다.신문에서만 보던 사회문제도 생각해보면 나와 이렇게 가장 가까운 부분에 있는 것이었는데 지식인의 한 사람으로써 너무나  나 이외의 부분에 무관심했던 내 자신이 조금 부끄러웠다.
 바로 전날인 19일,국회 도서관에서 있었던 국회 의정개혁을 위한 토론회 또한 정치상황, 특히 의회에서 하는 일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켜주는 기회였던 듯 싶다. 17대 의회에 대해 현직 국회의원들 뿐만 아니라 각계 각층 전문가들께서 문제점을 짚어보시고 토론하시는 과정이 인상깊어보였다.지금 우리나라 의회의 사정이 어떤지, 또한 각종 매체에서만 비춰지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정치에대해 편견을 갖기 쉬운데 이렇게 직접 그들의 입장을 들어보고 우리 국민들이 보고있는 편협된 모습뿐만 아니라 그들의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었다. 사실 우리 대학생들에게는 직접 관련된 전공을 하지 않는 학생들 외에는 정치에 대해 자세히 알수 있는 기회를 갖기 어려운데 신문 뿐만 아니라 이러한 모임을 통해서 그들에게 의견까지도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종종 만들었으면 좋을 듯 싶다.
 봉사활동을 하러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날씨도 너무 춥고 힘들어서 솔직히 꾀를 부리고 적당히 하고 싶을 때도 많았다. 그래도 끝까지 참고 버티며 한 것은 이 기회가 내가 조금 더 성숙해지는데 커다란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 느꼈기  때문이다. 법정에 가기 전 사무실 관계자분께 들었던 우리나라 법정제도에 대한 지식,문제점등은 내가 실제 법정에 가서 더욱더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데 도움을 주었다. 학생들에게 단순한 봉사활동의 기회보다는 우리사회를 실제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관심의 범위를 넓혀준 법률소비자연맹에서의 봉사활동은 내가 사회 생활을 하기 전,성숙한 어른이 되기위해 내 삶에 적지않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 다음에 또 기회가 허락된다면 이번 활동을 바탕으로 다음에는 조금더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활동에 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