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소감문 동국대 경영학과 강은미
내가 법률소비자연맹을 알게 된 계기는 지난 가을학기에 동대신문에 실린 한 학생의 사회봉사 경험에 대한 글 때문이었다. 그 학생이 한 활동, 그 당시까지만 해도 생소했던 ‘법정 모니터링’이란 단어가 눈길을 끌었고 아주 보람 있는 시간을 보냈다는 이야기가 무척 가슴에 와 닿았다.
맨 처음 오리엔테이션 시간은 악법에 대한 논란, 거짓말 할 수 있는 권리, 피의자에 대한 정의, 변호사와 법조인은 같은 개념이 아니라는 점, 피고와 피고인의 다른 점, 우리나라 소액재판은 49초에 1건을 졸속 처리한다. 법의 이념은 ‘정의’만이 아니라는 등 그동안 그냥 지나쳤던 법에 대한 개념이 새롭게 느껴지던 순간이었다. 호주제의 폐지에 반대하는 법률소비자 연맹의 입장도 알게 되었고 내가 그동안 너무 한쪽의 의견만 들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판은 공개주의가 원칙이라는 것도 몰랐던 내게 법원은 ‘사랑과 전쟁’에서 이혼한 부부가 어색하게 나오는 장면의 배경이거나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에서의 낭만적이고 정의가 넘치는 공간으로 비쳐지곤 했다. 하지만 난생처음 실제 재판과 그 속의 다양한 인간군상을 보면서 법정 안은 우리가 늘 보았던 정의가 승리하는 공간만은 아니었다. 엄청나게 쌓여있는 서류더미 속의 판사들도 가지각색의 스타일이었다. 신경질적으로 증인의 말을 막으며 ‘학교 어디까지 나왔어요?’라고 묻거나 꾸벅꾸벅 한 쪽에서 조는 판사부터 소년 재소자를 향해 따뜻한 눈길을 보내는 판사까지... 또한 어려운 형편 때문에 보험사기를 저지른 피고인과 실패한 주식투자로 딸의 월급까지 차압당하고 있는 주부... 기업간의 작은 분쟁들과 각종사기, 간통, 폭력사건들에 자의반이든 타의반이든 연루된 사람들의 갖가지 반응들... 사실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알기가 어려워 판사의 고충이나 신경질도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그들의 눈물과 분노가 진심인지 연기인지 나로서는 판단하기 무척 어려웠다.
법정모니터링활동 말고 또 열심히 한 활동은 바로 세미나 출장이다. 주로 국회의원회관이나 헌정기념관에서 열리는 세미나에 참석하고 자료를 수집하는 일이었다. 이렇게 다양한 세미나가 국회의원들의 주최로 열린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순간이었다. 주로 현재의 여론을 달구는 이슈들이 세미나의 주제로 나와 무척 흥미로웠다. 오마이뉴스, 내일 신문 등 여러 언론사의 기자들이 열띤 취재를 하는 가운데 나도 있다는 것이 뿌듯했다. 국회의원을 꽤 많이 봐서 내가 국회의원이 된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까지 하고 말았다. 특히 기억에 남는 세미나는 한일협정 문서 공개에 따른 일제피해자 문제해결방안 토론회이다. 살을 에는 영하의 날씨에도 많은 노인분들이 오셔서 그분들의 고통을 직접 들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질의응답시간에 이 문제는 시간과의 전쟁이라며 우리에겐 이제 남은 삶이 많지 않다고 토로하시던 분, 이 운동에 16년간 종사했다는 분, 우리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라 양국정부의 사과라고 흥분해 말씀하시던 분, 한일협정에서는 전혀 언급조차 되지 않았던 위안부 문제 등... 신문기사의 헤드라인에 난 한일협정 기사를 무관심하게 넘겨버렸던 내가 무척 뜨끔했던 시간이었다.
다른 기억에 남는 세미나는 고구려 역사 왜곡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는 주제에 대한 토론회였다.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인데도 그 옛날 들끓었던 여론이 식었는지 참석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래도 고구려 역사에 대한 열정을 가진 학자들의 주제발표는 마음을 든든하게 했다. 또한 세 시간이 훨씬 지나고 종료시간을 30분 넘겼어도 계속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며 자리를 지키고 고개를 연신 끄덕이는 소수의 참석자들의 태도는 주제발표자도 감탄하게 했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무척 답답한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아직 우리사회에는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너무 많은 것 같아서였다. 회피하고 싶은 현실문제들에 다시 눈을 뜨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그런 현실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남모르게 땀 흘리며 노력하는 법률소비자연맹의 존재도 확연히 알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남은 학교생활이 얼마 안 남았지만 기회가 된다면 가을에 하는 국정감사 모니터단 등 또 다시 법률소비자연맹에서의 활동에 도전해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