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봉사 후기 -한양대 기계공학 장보현
법률소비자연맹에서의 사회봉사가 이번 학기로 세 번째이다. 4학년 여름방학을 맞아 하는 일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았지만 학교 동료들에게 이 사회봉사 프로그램을 추천하는 와중에 한 번 더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 신청하게 되었다. 다른 학교들의 학생들은 많은 수가 법률소비자연맹에서의 사회봉사를 지원했지만 유독 우리학교는 극소수의 인원이 배정되어 신청하는 것조차 쉽지가 않았다.
예전처럼 사회봉사는 김대인 총재님의 강연을 오리엔테이션으로 하여 시작되었다. 처음 사회봉사를 하게 되었을 때의 오리엔테이션 강연이 생각난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정보의 부족 속에서 시작된 첫 사회봉사의 오리엔테이션. 네시간여의 강연동안 화장실 한 번 못 가고 앉아있었던 고통아닌 고통. 좋은 얘기라고 해서 들었지만 공대생인 나에게 법은 알고 싶어하는 내 욕구만큼이나 쉽게 다가오지 못했다. 그렇게 끝난 강연 이후 무척이나 그 내용이 낯설어 힘들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사회봉사를 하며, 느끼고 알고 깨달으며 행동했던 첫 학기의 사회봉사는 시간이 갈수록 나에게 매력으로 다가왔었다. 어찌 보면 그 기억에 젖어 이번에 다시 자원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똑같은 내용의 오리엔테이션이 될거라 생각했던 세 번째의 오리엔테이션 강연은 색달랐다. 기존에 미처 듣고도 느끼지 못했던 바들이 새삼 진지하게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나 ‘소크라테스의 독배’란 교과서에서의 낯익은 그림을 보며 들었던 ‘악법도 법이다’라는 내용의 강의는 실정법이 현 민주주의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내용인지 깨닫게 하는, 소중하고도 중요한 시간이었다. 알고는 있지만 깨닫지 못한 것들이 이런 것이 아닐까 한다.
법정모니터, 언론모니터 활동 등은 예전이 많이 경험해 보아서 이번 사회봉사는 주로 사무실에서의 업무지원으로 이루어졌다. 세계인권선언을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만화로 엮은 책들에 포장을 입히는 작업을 했는데 처음엔 아무 생각 없이 책 하나하나에 반복되는 작업에 지쳐가다 홍실장님의 조언으로 문득 책 내용을 잠깐 살펴보게 되었다. 아직 시판되지 않은 책이라서 그런지 더욱 호기심이 생겼다. 세계인권선언, 단어만 들어봤지 그것의 내용엔 무관심했던 것이 지금까지의 내 삶이었고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러하였으리라 짐작된다. 법에 관련없는 전공을 공부하는 대학생이지만 법이 우리 가까이에 있고 우리가 법을 누려야 한다는 것을 예전의 사회봉사를 하며 깨달았었지만 세계인권선언이란 것이 몇 조까지의 조항으로 되어 있는지, 또 그것의 내용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대강조차 모른다는 것이 조금 부끄러웠다. 그것은 30조까지의 조항으로 되어있는 것으로 내용으로는,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권리를 체계적으로 구분을 지어 만든, 우리 인간이 삶 속에서 어떠한 권리를 추구할 수 있는지 사회적, 문화적인 부분이나 또는 국제관계 속에서의 질서에 대한 권리 등으로써 모든 사람 각각이 삶을 영위하면서 꼭 알아야 할 내용들이었다. 반면에, 이러한 세계인권선언의 내용들이 과연 지구촌 모든 이들에게 전파되어 지켜지고 있는지 또 만약 누군가가 이 권리를 침해하면 그 침해에 대해 실정법으로 저항할 수 있는지 의문스러웠다. 조금은 추상적이라는 생각과 함께 아직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법과 관련된 작업들을 하다보니, 법은 참으로 논리적이면서도 세부적으로는 그 판단이 주관적이란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보게 되었다. 세상에 일어나는 갖가지 난해한 상황들을 해결하기 위해 법이 필요하고, 재판이라는 시간을 만들어 그 잘잘못을 따지지만 과연 현존하는 법조항이 모든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들을 속시원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엔 회의적이다. 그래서 더더욱 주관성을 띄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무엇을 시사하는 것일까? 법이 주관적이므로 판단이 난해한 상황에서는 자신이 유리한 상황으로 끌고 나가는 것이 그리 잘못되지 않았다는 소리인가? 여기서 나는 악법도 법이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이 떠오른다. 실정법이 잘못되었어도, 그래서 그 판단이 미숙하더라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난 후, 그 법이 진정 잘못 되었으면 의견을 수렴하여 모든 이에게 공감이 가는 법으로 우리가 다시 고치면 되는 것이다. 그러한 과정을 돕고자 법률소비자연맹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어느 사회봉사라도 하고 난 후엔 개인적으로 깨닫는 바가 다들 있을 것이다. 나는 법률소비자연맹에서 사회봉사를 할 때마다 그 느끼는 바가 다르다. 어찌 보면 그 깊이가 깊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예전에 느꼈던 것과는 또 다른 것을 느끼고, 또 느꼈던 것을 더 구체적으로 느끼고 하는 이런 바들이 새삼 또 매력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