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사회봉사 소감문 한양대학교 법학과 박상현
법률연맹
2009-03-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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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학기까지 병원이나 동사무소에서 이미 3번의 사회봉사활동을 마친 나는 마지막 남은 한 학기 사회봉사를 법률소비자연맹에서 하기로 했다. 법대생으로서 법률관련단체에서 재판모니터링을 해본다는 것은 나 자신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를 통해 시민의 인권을 생각하는 재판을 만드는데 일조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나서 얼마 안 있어 법률소비자연맹 건물에서 사회봉사활동 오리엔테이션이 있었다. 대충 어떤 식으로 사회봉사를 하라는 지시 등 만을 듣고 끝날 거라고 생각했던 오리엔테이션에서 김대인 법률소비자연맹 총재님으로부터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법과 사법을 바로 알아야 나와 사회를 지킬 수 있다>는 제목으로 좋은 강연을 들을 수 있었다. 혹시나 법조인으로 살아가게 된다면 또는 그렇지 않더라도 가슴에 새겨두고 살아갈만한 좋은 내용이었다. 학교 헌법시간에 배웠던 내용이 생각나기도 했다. 강연이 끝난 후 오티 참석자들과 사진을 찍고 사회봉사활동을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안내를 듣고 오리엔테이션을 마쳤다.
내가 해야 할 재판 모니터링은 사건의 실체적인 면을 파악하여 판사의 입장에서 판결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보다는 재판의 절차적인 측면에서 재판을 공개하는 원칙이 잘 지켜지고 있는가나 아니면 은연중에 피고인의 기본적 인권이 침해당하고 있지는 않은가, 재판이 절차대로 잘 진행되고 있는가, 판사나 검사, 변호사 등은 성실하고 엄숙하게 재판에 임하고 있는가, 그 외 법원의 직원들이나 법원의 시설 등에 문제는 없는가 등을 체크하는 것이었다. 내가 아무리 법대생으로서 법을 좀 배웠다고는 하나 재판의 옳고 그름을 따질 정도로 법을 배운 것도 아니고 공권력을 가지지 못한 내가 재판의 실체적 정당성을 따지기에는 무리가 아닌가하고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라 할 것이다.
고향에 내려가 있다가 사회봉사활동 시간을 충분히 채우지 못했던 나는 봉사기간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모니터링을 부랴부랴 시작하게 되었다. 아침에 서울 교대 역에 가까이 위치한 서울지방법원, 서울고등법원으로 출근(?)하여 보통 이해하기도 쉽고 다른 재판에 비해 인권 보호의 필요성이 크다고 할 수 있는 형사사건부터 모니터링을 시작하였다. 법원의 재판은 그 동안 충분히 심리가 진행되어 판결만 내리면 되는 사건들의 선고부터 시작되었다. 그 선고만 하면 되는 재판들이 끝나고 나면, 예전에 심리 중이었던 사건들의 심리를 속행하거나 새로 소가 제기된 사건들의 새로운 심리가 시작되는 것이다. 판결의 선고는 매우 단순했다. 피고인이 판사님의 호명에 의해 법정에 출석하고 판사님의 훈계와 함께 징역 몇 년, 집행유예 몇 년 이런 식으로 단순한 판결만을 내리게 되었는데(형사소송법상 판사는 피고인에게 훈계할 수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판사님들은 엄격하게 판결을 내리고 피고인을 훈계하기도 하지만, 피고인에게 존댓말을 사용하는 것을 잊지 않고 피고인의 인권을 지켜주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재판의 선고가 끝나고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사건의 심리가 계속되거나 또는 시작되었는데, 판사님의 호명에 의해 피고인이 법정에 들어서고 검사가 피고인을 심문하고, 변호사가 피고인에게 질문하고, 판사가 중간 중간에 끼어 사건이 정확하게 어떻게 발생한 것인가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졌다. 사건에 증인이 필요하다면 사건의 피해자나 제 3자가 증인으로 나서 피고인과 비슷한 방식으로 심문을 받는 식이었다. 예상과는 달리 심문이나 질문 과정에 매우 길고 자세하게 이루어졌다. 재판에 참관하는 나의 입장에서는 어찌보면 지루할 수도 있으나, 피고인이 자기가 저지른 죄에 비해 더 무거운 형벌을 받는다거나 자기가 저지른 죄에 비해 가벼운 형벌을 받게 해서는 안 되고, 설사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그 오차 범위를 줄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되었다.
재판 중에 가장 정신없는(?) 재판은 가사 사건이 아닌가 한다. 가사 사건은 일단 하루에 단일 법정에서 진행되는 사건의 수가 가장 많은 듯 하다. 최근 이혼율이 증가하는 추세에 비추어 보면 이해가 가기도 하는데, 사건의 특성상 재판 도중에 당사자끼리 소란스럽게 다투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또 특성상 물리적인 문제보다는 사람의 정서적인 면이 관계된 사안이 많다보니 재판에서 판사가 당사자들을 중재하려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곤 했다. 당사자의 분쟁은 합리적으로 해결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이므로 제도가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그런 식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어야 할 것 같다. 가사 사건은 당사자의 사적인 일이 관련되어 있으므로 재판에 참관하기가 쉽지 않았고 볼 기회도 많지 않았다.
가장 일반적이고 기본적인 형태의 재판은 민사 재판이라고 할 수 있으나 민사 재판은 다른 재판에 비해 쓰이는 용어라든가 절차가 더 어렵게 되어있는 듯 했다. 법대생이 아니라면 구상금이라든가 근저당, 공동소유 등등의 용어들을 쉽게 알아들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민사사건은 형사사건에 비해 당사자가 적극적으로 자기 자신의 주장을 펴고 대등한 관계에의 당사자끼리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인권침해의 개연성이 적은 듯하여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재판을 참관할 수 있었다.
법정의 실내 분위기는 매우 권위적이고 엄숙했다. 그러나 판사님들은 어려운 법률용어나 절차에 대해 관계 당사자에게 직접 자세히 설명해주는 등 당사자들을 최대한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그러나 형사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암묵적으로 자기가 잘못했다고 말하라고 강요하는 느낌을 받기도 하였는데 마치 왕이 죄수에게 내가 형를 좀 감해줄테니 잘못을 빌어보아라 하는 것 같이 권위적인 모습도 없지 않다고 할 수 있겠다. 그 외 법정에서 일하는 직원이나 청원경찰 등은 법원의 질서 유지에 힘쓰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법원 내에서 모르는 것이 있으면 친절히 안내해주셨다.
기억나는 몇 가지를 적어보면 형사사건에서 강간죄가 문제되는 사건에서는 증인을 심문할 때는 나도 잠시 퇴정을 당했었다. 증인이 받는 수치심 같은 것을 생각해보면 증인의 권리 보호를 위해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청객을 퇴정시킬 때에는 판사님께서 그 퇴정시킬 수 있는 근거 조문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국민의 알 권리를 적정하게 제한하는 적정한 예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살인 관련 사안에서 피해자의 모친이 피고인의 진술과 관련해 소란을 피우자 당장 퇴정시켜 재판의 엄숙한 진행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송두율 교수의 항소심도 기억에 남는데 사건의 신중한 판결을 위해서였는지 몰라도 재판부가 지각을 하였다. 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어서 였는지 아니면 원래 그러시는지 모르겠지만 법정 내의 방청객들에게 정중히 사과하였다. 그 재판을 보기위해 나는 1시간 전부터 법정 내 방청석 맨 앞자리에서 기다렸으나 재판 시작 직전에 송두율 교수의 부인되시는 분이 도착하시는 바람에 자리를 비켜드리고 맨 뒤에서 재판을 서서 방청한 기억이 있다. 물론 나에게 자리를 비켜줄 의무는 없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그러지 않을 수 없었다.
재판에 대하여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점은 재판이 부득이하게 한 사건에서 좀 지체되다 보면 그 다음 사건의 관련 당사자는 아무래도 오래 기다릴 수밖에 없는데 다행히 양 당사자가 전부 출석하거나 증인이 출석하면 늦게나마 재판을 진행할 수 있지만 한 명이라도 출석을 하지 않으면 힘들게 법원에 찾아와서 2~3시간이나 기다린 것이 헛수고가 되어버린다. 그러나 힘없는 당사자들이 재판부에 뭐라고 하소연이라도 하겠는가? 그냥 말없이 돌아가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합리적으로 사건의 심리 순서를 조정한다는가 하는 방법 등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관계 당사자들의 비용이나 시간 측면에서 볼 때 반드시 조정되어야 할 것이 아닌가 한다.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점은 식당 관련이다. 식당에서는 직원에게는 1500원, 일반 민원인에게는 3000원을 받고 점심을 파는 듯 하다. 먹어보면 도저히 3000원 짜리라고는 생각이 안 든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파는 천 원대의 식단정도였다. 일반 민원인이 어느 정도나 식당을 이용하는지 모르겠지만 국가 기관내의 식당에서 이용 시민에게 3000원이나 받아야하는 그 이유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래도 식당에선 적자가 난다고 한다.) 이런 것 까지 소감문에 적어야 할 필요가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3000원을 내고 밥을 먹은 적이 몇 번 있기에 또 사회 봉사하는 도중에 느낀 ‘소감’이기에 적어둔다.
마지막 날에는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국회인권포럼에도 참석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국회는 처음 가보는 곳이라 덥고 멀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다녀올 수 있다. 토론회같은 것은 처음 떠오르는 것이 지루하다는 느낌인데, 참석하고 나서보니 국회의장님과 국회의원 분들도 뵐 수 있었고, 판사, 검사, 변호사, 교수님들의 피의자, 피고인의 인권 보호 방안에 대한 열띤 토론을 들을 수 있었다. 생각했었던 것보다 흥미진진하게 토론이 진행되었고 나 역시 전공공부에 관련되어 있는 것이기에 관심을 가지고 들을 수 있었다. 세상에 대한 시각을 넓힐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되었었던 것 같다.
이것으로 4학기 봉사활동을 모두 마쳤는데, 많은 시간은 아니지만 공익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 것이 보람되고, 나 역시 좋은 사회 경험을 하고 많이 배운 것 같아 이런 기회를 갖게 된 것이 참 행운이라고 생각된다. 앞으로도 살아가면서 봉사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