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소감문 동국대 법학과 유연경
대학에 들어와 일년간 법학공부를 배웠다. 처음 기대하고 설레이던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학문에 대한 지루함과 경직됨에 점점 흥미를 잃어가고 있었다. 때 마침 봉사활동 중에 법률 소비자 연맹이라는 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법률소비자 연맹에서 사회(자원)봉사의 프로그램에 여러 가지가 있었다. 국회의정모니터링, 법정모니터링, 언론모니터링, 법률노래 작곡 및 법가단 봉사 등 그중에서 나는 법정모니터링과 언론모니터링이 있어 함께 해보기로 하였다.
먼저, 법을 공부하면서 이 법들이 실생활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몰랐기 때문에 나 자신에게 동기를 부여해보고자 법정모니터링을 하게 되었다. 기관에서 몇 가지 주의사항을 듣고 법원으로 가보았다. 법원 안에는 재판 신청 등을 담당하는 부서들과 은행, 치과 등이 있었다. 표지판을 잘보고 따라가야만 위치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넓고 복잡한 구조였다.
그리고 TV에서 봐오던 법정을 찾아갔다. 내가 가장 관심을 갖는 분야는 형법이었기 때문에 형사법정을 가장 먼저 찾아가 보았다. 법정에 들어서는 순간 엄숙한 분위기에 함부로 행동할 수 없었다. 판사, 검사, 변호사들 그리고 피의자가 앉아 있었다. 형사법정은 사람의 죄를 묻고 처벌하는 곳이기에 더욱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것이었다. 처음의 긴장이 풀리고 1시간 정도 재판을 지켜보던 중‘이래도 되는 걸까’라고 생각 할만한 상황이 벌어졌다. 내가 간 곳은 형사합의부의 재판이었다. 그곳엔 네 분의 판사님이 계셨다. 그곳엔 담당판사님만이 깨어있고 다른 분들은 조금씩 졸고 계셨다. 하루 종일 업무에 시달리고 한자리에서 세, 네시간을 앉아있어야 한다는 것이 피곤할지모르겠으나 재판도중 주무시는 것은 재판을 하고 재판을 받는 사람 모두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인간적이라고 생각도 했지만 가장 무서운 판단을 하고 계시는 분들의 모습이 내가 생각했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에 실망도 하였다.
다음으로 가본 곳은 민사법정이였다. 이곳은 형사법정과 달리 사람들이 울고 웃고 화내고 호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특히 돈에 관한 문제였기 때문에 그만큼 민감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민사법정의 판사님들은 대부분 젊으신 분들이었고 사건에 대해서도 세밀한 금전적인 부분을 제대로 알지 못해 되물어보는 경우가 많았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기관에 계신 선생님께 여쭤보았다. 그건 우리나라 판사임용제도의 하나의 문제점이었다. 사법시험으로 사법연수생이 된 뒤 그중 우수한 사람들을 뽑아 판사로 임용하기 때문에 전문성이나 경험적인 면에서 많이 뒤떨어진다. 미국의 경우 판사의 임용을 로스쿨의 졸업 뒤 로펌에서 경력을 쌓아 그 후 선발한다는 것이었다. 어느 쪽이 합리적인지는 단번에 알 수 있다.
이런 문제점을 지적해 내는 것이 법률소비자연맹의 할일이라는 것이 다행스러웠다. 그리고 내가 그러한 기관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도 뿌듯했다. 법정모니터링을 하면서 나는 내 곁에 많은 사람들과 법원을 방문해서 법정의 구조와 재판의 진행과정 등을 알려주고 법률구제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함께 공유하고 싶어졌다.
기관에 계신 선생님께 더 많이 질문을 하고 법률지식을 배웠으면 하는 아쉬움도 들었지만 짧은 봉사활동으로 나는 다시 한번 법학공부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한사람의 시민으로서 알면서도 경험해볼 수 없었던 세계를 접할 수 있었던 이번 봉사활동의 경험을 소중히 여기고 앞으로 공부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는 것 즉 인권이라는 사실을 꼭 생각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