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사회봉사 소감문 동덕여대 영어과 안혜린
1. 법률소비자연맹과의 만남
2006년 6월 24일 , 연맹 자체의 오리엔테이션이 있었다. 하필 전날 새벽 우리나라와 스위스의 축구경기가 있어서 다들 잠을 못잔 표정이었다. 나도 마찬가지였고… 밤을 새고 온 터라 졸음을 참는 것이 힘들었지만, 졸지 않기 위해 일부러 앞자리에 앉았다. 4시간의 오리엔테이션은 법률연맹의 김대인 총재님의 강의로 이루어졌다. 열성적으로 강의하시는 총재님을 뵈니 더욱 신뢰가 갔다. 학생들도 저마다 피곤해보였지만 몇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열띤 강의를 하시는 총재님에게 압도된 듯 보였다. 또한 인상적이었던 것은 다같이 열창한 잊지맙시다란 노래이다. 갑자기 노래를 부르게 되어 당황하긴 했지만 그 덕에 잠도 깨고, 가사의 내용도 자세히 설명해 주셔서 왜 이 노래를 열심히 불렀는지 알 것 같았다. 국회나 사법부에서 하는 일은 나와 상관없을 것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강의를 들으니 지금이라도 법이나 정부에서 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겠다. 평소엔 아무 관심도 없다가 막상 정책이 실패하거나 경제가 어려울 때 무조건 비난만 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다. 신문이나 뉴스를 보더라도 내 관심사는 사회나 정치와는 거리가 멀었는데, 내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법률연맹에서 대학생 사회봉사자들이 할 일은 크게 몇 가지로 분류되어 있었다. 기본은 법정모니터 활동과 언론모니터 활동이었는데, 이외에도 다양한 세미나참석이나 자료수집도 봉사에 포함되는 것이었다.
내가 그 중에서 가장 관심이 갔던 활동은 법정모니터였다. 전공과는 무관했지만, 법관련 수업을 몇 번 들었던 터라 실제 재판과정을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었다. 법원은 일반 사람들에겐 다소 어렵고 무거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또한 판사나 검사는 차갑고 위압적인 이미지로 묘사된다. 강의를 들으며 법원이란 곳이 우리 생활과 얼마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일상의 작은 분쟁이나 사고를 해결하는 곳이 바로 법원이기에 이러한 것들을 내가 몸소 체험해 보고 싶었다. 언젠가 이런 경험들이 내게 유용하게 작용할 것이란 총재님의 말씀도 수긍이 되었다.
여타 봉사기관과는 달리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도 좋았다. 물론 학교에서 정해놓은 이수시간이 있고, 자발적인 봉사는 아니었다 해도 내가 봉사를 시작한 시점부터는 내 의지대로 해야 이번 사회봉사의 취지를 제대로 사릴 수 있고 나중에 내가 얻는 보람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하게 될 각종 모니터활동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니, 내가 얻게 된 모니터 요원이란 지위에 어깨가 으쓱해졌다.
2. 구체적인 활동
오리엔테이션 때 앞으로의 활동사항에 대해 대략적으로 듣긴 했지만 막상 시작하려니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무작정 법률연맹 사무실로 찾아가 여쭤보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하게 된 일이 제17대 국회의정모니터링의 기초자료를 작성하는 행정보조 업무였다. 수만은 국회의원들을 일일이 모니터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싶었지만 법률연맹에서는 그 일을 하고 있었다. 국회의원 개개인의 파일을 만들어서 그들의 의정활동을 기록하고 자료수집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기초자료를 위한 준비에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다.
또한 다른 학생들이 그 동안 해온 모니터링 내용을 구분해서 전산으로 입력하는 업무도 했었는데, 내 또래의 많은 대학생들의 의견을 알 수 있어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비전문가인 대학생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이유는 보다 새롭고 신선한 그들의 생각을 듣기 위함이 아닐까. 대부분의 국민들은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법에 대해 문외한인 경우가 많다. 그러니 그들을 대표하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모니터 활동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러 날 동안 사무실에서 데이터베이스 구축업무를 했다. 덕분에 변호사대회나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 등에도 참석할 기회가 생겼다. 특히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세미나는 각 대학의 교수님들이 토론식으로 벌이는 회의라 단체로 온 대학생들도 많이 눈에 띄였다. 그래서인지 난해한 주제였음에도 이해하는데 큰 무리가 없도록 배려해주는 분위기였다. 중간 중간 학생들의 의견을 묻기도 했다. 처음엔 딱딱하고 어려운 분위기가 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편한 느낌이었다. 국회의사당은 뉴스나 각종 매체를 통해선 많이 봤지만 실제로 가본 건 처음이었다. 건물도 웅장했고, 주변 조경도 잘 가꿔놔서 멀리까지 찾아온 보람이 있었다.
그날도 내가 참석했던 주제 외에도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해 세미나가 열리고 있었다. 내가 참석한 목적은 세미나에 대한 자료 수집과 분위기 등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런 세미나가 종종 열리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단지 보이기 위한 형식적인 모임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국회의원이 주관을 하고는 있었지만, 인사말이나 간단한 축사정도만 하고선 뒷문을 hd해 빠져 나가는 모습을 보니 과연 이 세미나에서 얻어진 자료나 토론 등이 국정에 반영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어찌되었던 내게 있어선 더할 나위 없이 뜻깊은 경험이었고, 이 일을 통해서라도 국회의사당에 와 본 것이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다지 많은 횟수는 아니었지만 몇 번의 시도로 인해, 국회나 기타 모임 등에 대한 거부감도 완화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법률소비자연맹에서의 하이라이트는 법정모니터 활동일 것이다. 이는 봉사활동 초기부터 하고 싶은 것이기도 했고, 재판과정에 대한 막연한 동경도 있는 터라 매우 기대되었다.
항상 TV에서만 접하던 법원 건물을 눈으로 보니 위축되는 게 사실이었다. 건물의 구조가 복잡해서 한참을 헤매기도 했다. 건물 내에는 법정만 있는 것이 아니고 등기소 등 관공서가 많았다. 그렇지만 공무원들은 친절하다는 인상보다는 자기 일 외에는 관심이 없어 보여 차가운 느낌마저 들었다.
재판은 오전과 오후로 나눠져 있었고, 한번 개정하면 별도의 쉬는 시간 없이 계속 진행되는 듯 했다. 일단 법정으로 들어서자 엄숙한 분위기에 주눅이 들었고, 누가 보기에도 학생인 나를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이가 많았다. 방청석은 피고인과 몇몇 관계자 외에는 텅 비어 있어 더욱 시선이 쏠린 듯하다.
한 사건의 재판시간은 불과 5분을 넘는 것이 드물었고,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검사와 변호사간의 치열한 논쟁도 없었다. 그저 재판장이 피고인에게 몇 마디 정황을 묻고, 서류를 검토하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어, 나처럼 아무 정보가 없는 방청객이 사건의 요지를 파악하기는 매우 힘들었다. 물론 신건의 경우 변호사가 앞뒤상황과 범행동기 등을 정리하여 읽어주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론 공개재판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그들만의 재판이었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증인이나 변호사가 제때 출석하지 않아 재판이 연기되거나 순서가 뒤죽박죽이 되는 것이다. 신성한 재판을 앞두고 있는 그들이라면 책임감을 가지고 약속을 지켜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형사재판에서 대부분의 피고인들은 학력이나 생활환경이 미약한 사람들이었다. 범행동기 역시 불우한 환경으로 인한 것이고, 변호사들의 변론은 그들의 어려운 상황을 이해해 선처를 바란다는 말 뿐이었다. 그걸 보다보니 우리나라가 겉으론 경제성장을 하고 발전되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현실을 비관해 범죄를 저지르고 있구나 하는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마약복용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던 한 젊은 여성이 무릎을 꿇고 울며 사죄하는 모습과 방청석에서 소리죽여 울던 그녀의 어머니를 보니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오후에 본 마지막 사건은 이슈가 되었던 강정구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관련 재판이었다. 각계각층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사안이라 그런지, 다른 공판 때와는 달리 기자와 방청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그래서인지 보안검색도 강화하고 법정내 질서유지를 하느라 시간이 서요되기도 했다. 재판장도 방청객에게 특별히 질서유지를 당부하기도 했다. 강정구 교수는 심문에 앞서 방대한 양의 항소이유서를 낭독하고, 재판장도 다른 피고를 대할 때와는 달리 주의깊게 경청해 주었다.
법정모니터링을 하면서 다소 실망스러웠던 점도 많았다. 우선은 검사나 변호인들의 태도가 그것이다. 모니터의 주된 목적도 인권보호였기 때문에 나는 피곤이에 대한 그들의 태도에 주목했는데, 억압적이고 권위를 내세우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 피고인들은 범죄자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인간이다. 누가 봐도 나쁜 짓을 저지른 사람도 있겠지만, 내가 재판을 보면서 본 몇 몇 사람들은 못 배우고 돈 없는 사회적 약자들이기 때문에 억울해 보이는 사정도 간혹 있었다.
대다수가 벌을 받아야 할지라도 결백한 몇 사람들을 위해 인권은 존중되어야 한다. 다른 친구들의 모니터 내용처럼 판사나 검사가 그들을 인격적으로 무시하고 화를 내는 경우를 직접 보진 못했지만, 적어도 내가 본 법정에서는 진실을 규명하려는 열의가 없어보였다. 서류상의 내용만 확인하고 넘어가는 지극히 형식적인 모습을 많이 보았다. 이런 모습을 보니 왜 법률소비자연맹이 필요한지, 미약하나마 나의 모니터활동이 앞으로 어떤 영향을 줄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