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쉽고도 어려운 작은 참여-서울대 경제학과 구자휘
법률연맹
2009-03-13 00:00:00
322
나에게 있어 법은 무관심의 대상이었다. 주변에 사법고시를 보는 친구들도 많이 있고, 이미 법조계에 진출해있는 선배들도 많이 있지만 법은 어차피 나와는 상관없는 것, 나에게 도움을 준다면 좋은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나쁜 것이라는 정도의 인식밖에는 없었다. 그러던 중 이번학기에 사회봉사과목을 들으면서 봉사활동 단체를 선택할 때가 되었다. 나는 최대한 내 전공에 관련이 있는 시민단체를 찾으려고 했고 “법률소비자연맹”이라는 단체가 웬지 시장과 관련이 있을 것 같아서 이곳에 봉사활동을 신청했다. “법률소비자연맹”. 뭔가 소비자 문제를 다룰 것 같다는 것이 당시의 내 느낌이었다. 하지만 막상 봉사활동 오리엔테이션에 가보니 이건 소비자문제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단체였다. 여기서의 소비자란 법률을 소비하는 주체로서의 시민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후 나는 봉사활동 단체를 잘못 선택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당시의 “잘못된” 선택은 내게 이전에는 전혀 할 수 없었던 색다른 경험을 안겨주었다. 내게 무관심의 대상이었던 법이 내 생활에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처음 내가 선택했던 봉사활동은 언론 모니터링이었다. 집에서도 할 수 있고 시간에 구애 없이 할 수 있다는 것이 선택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다. 그리고 처음 찾아간 법률소비자연맹에서 법률소비자연맹의 김대인 총재님은 처음 봉사활동을 한다는 내말에 법정 모니터링을 추천해주셨다. 처음 법관련 봉사활동을 한다면 실제의 법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는 게 가장 먼저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한 두번의 법정 모니터링 이후 다른 봉사활동을 하면 된다고 하셨다. 그렇게 나는 법정 모니터링을 하게 되었고 법원이라는 곳을 난생 처음 들어가 보게 되었다.
방송에서 봤던 차가운 느낌의 서울지방법원. 건물의 중앙에 있는 거대한 홀에 들어가면서 그 위용에 약간은 위축되기도 했지만 막상 실제 민원이 처리되는 곳에 가보니 보통의 동사무소와 다를 바가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들어간 실제 법정. 주변에 법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판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검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변호사는 어떤 일을 하는지 등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실제 법정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내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나는 판사라고 하면 왠지 위엄이 있을 것 같은, 변호사와 검사는 날카로운 눈빛을 하고 서로 말을 주고받는 외국의 법정드라마를 상상하며 법정에 들어갔다.
그러나 실제의 법정은 내 기대와는 전혀 다른 세계였다. 판사는 재판을 이끌어 가는데 급급했고, 검사와 변호사 역시 내가 기대했던 날카로운 발언은 거의 하지 못했다. 특히 민사재판의 경우에는 소수의 판사에게 너무나도 많은 사건이 배정되기 때문에 판사들이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짜증을 내면서 재판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들이 이해되는 때도 많았다. 물론 모든 판사가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요새 벌어지고 있는 법조브로커 윤상림씨 관련 재판에서는 판사가 여유를 가지고 재판에 임했고 피고인들에게도 경어로 친절히 현재 재판 진행상황을 설명해 주곤 했다. 현실에서의 검사와 변호사는 판사보다 더 실망스러웠다. 자신이 맡은 사건이 올 때까지 졸고 있는 변호사도 보았고 증인에 대해서 비인격적으로 몰아붙이는 변호사도 보았다. 검사도 이와 별 다를 바가 없었다.
물론 내가 꿈꿔왔던 이상적인 법정은 말 그대로 이상일 뿐이고 그것이 사회전체가 인정할 만큼 이상적인 것인지도 확실치 않다. 하지만 법정 모니터링을 하면서 현재 우리가 받는 법률 서비스가 결코 우리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확실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누군가는 진정한 소비자의 입장에서 더 나은 법률 서비스를 요구해야한다. 너무 작은 것일 수도 있지만 법정에서 일어나는 잘못된 일들에 대해서 나라도 고발할 수 있다면, 그래서 바뀔 수 있다면 적어도 나는 법률을 소비하는 한명의 시민으로서 능동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이번 법정 모니터링이 내게 일깨워준 것은 내안의 참여의식이다.
이번 봉사활동 기간 동안 그 참여의식은 게으르기만 했던 내게 예전엔 없던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그동안 만나게 되었던 법률 소비자 연맹에서 일하시는 분들에게서 나와는 다른 생각들을 많이 듣고 배울 수 있었다.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목소리들이 존재하지만 내가 아는 것은 그중의 극소수일 뿐이고 그마저도 편견에 치우쳐 있을 수 있다는 것.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세상 구석구석에서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 이번 봉사활동을 통해서 배우게 된 작은 것 같지만 전혀 작지 않은 진실들이다. 그리고 나도 그 우리를 위한 목소리 중의 하나로 작은 시간을 함께 했다는 자부심 역시 이번 봉사활동을 통해 얻게된 값진 소득이다.
법률소비자연맹에서 알게된 다양한 사회봉사의 방법들, 특히 정치 참여와 관련된 방법들은 다음 봉사활동의 방향을 이미 정해버렸다.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감시하는 의정모니터링, 국정감사에 법률소비자연맹을 대표해서 참여하게 되는 국정감사 모니터링 등 실제 정치에 일개 학부생이 참여하게 되는 기회들을 놓치고 싶지 않다. 이제 막 알게된 참여의식을 보다 넓은 곳에 적용시켜 보고 싶다.
법률 소비자 연맹의 첫 오리엔테이션 때 잊지맙시다 라는 노래를 불렀던 일이 떠오른다. 갑자기 웬 노래냐며 대충대충 불렀던 모습이 기억난다. 하지만 우리 앞의 김대인 총재님을 비롯한 법률 소비자 연맹의 가족들은 너무나도 자신감에 가득찬 얼굴로 그 노래를 불렀다.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확고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에 비해 당시의 나는 지금 내가 하려는 일이 어떤 일인지도, 어떤 가치를 지닌 것인지, 내가 무엇을 얻게 될 것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아마 지금의 내가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이젠 좀 다른 모습으로 그 노래를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그때보다는 좀 더 확신을 가지고 있고 좀 더 자부심이 차 있는 얼굴로.
하지만 당시의 “잘못된” 선택은 내게 이전에는 전혀 할 수 없었던 색다른 경험을 안겨주었다. 내게 무관심의 대상이었던 법이 내 생활에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처음 내가 선택했던 봉사활동은 언론 모니터링이었다. 집에서도 할 수 있고 시간에 구애 없이 할 수 있다는 것이 선택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다. 그리고 처음 찾아간 법률소비자연맹에서 법률소비자연맹의 김대인 총재님은 처음 봉사활동을 한다는 내말에 법정 모니터링을 추천해주셨다. 처음 법관련 봉사활동을 한다면 실제의 법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는 게 가장 먼저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한 두번의 법정 모니터링 이후 다른 봉사활동을 하면 된다고 하셨다. 그렇게 나는 법정 모니터링을 하게 되었고 법원이라는 곳을 난생 처음 들어가 보게 되었다.
방송에서 봤던 차가운 느낌의 서울지방법원. 건물의 중앙에 있는 거대한 홀에 들어가면서 그 위용에 약간은 위축되기도 했지만 막상 실제 민원이 처리되는 곳에 가보니 보통의 동사무소와 다를 바가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들어간 실제 법정. 주변에 법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판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검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변호사는 어떤 일을 하는지 등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실제 법정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내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나는 판사라고 하면 왠지 위엄이 있을 것 같은, 변호사와 검사는 날카로운 눈빛을 하고 서로 말을 주고받는 외국의 법정드라마를 상상하며 법정에 들어갔다.
그러나 실제의 법정은 내 기대와는 전혀 다른 세계였다. 판사는 재판을 이끌어 가는데 급급했고, 검사와 변호사 역시 내가 기대했던 날카로운 발언은 거의 하지 못했다. 특히 민사재판의 경우에는 소수의 판사에게 너무나도 많은 사건이 배정되기 때문에 판사들이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짜증을 내면서 재판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들이 이해되는 때도 많았다. 물론 모든 판사가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요새 벌어지고 있는 법조브로커 윤상림씨 관련 재판에서는 판사가 여유를 가지고 재판에 임했고 피고인들에게도 경어로 친절히 현재 재판 진행상황을 설명해 주곤 했다. 현실에서의 검사와 변호사는 판사보다 더 실망스러웠다. 자신이 맡은 사건이 올 때까지 졸고 있는 변호사도 보았고 증인에 대해서 비인격적으로 몰아붙이는 변호사도 보았다. 검사도 이와 별 다를 바가 없었다.
물론 내가 꿈꿔왔던 이상적인 법정은 말 그대로 이상일 뿐이고 그것이 사회전체가 인정할 만큼 이상적인 것인지도 확실치 않다. 하지만 법정 모니터링을 하면서 현재 우리가 받는 법률 서비스가 결코 우리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확실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누군가는 진정한 소비자의 입장에서 더 나은 법률 서비스를 요구해야한다. 너무 작은 것일 수도 있지만 법정에서 일어나는 잘못된 일들에 대해서 나라도 고발할 수 있다면, 그래서 바뀔 수 있다면 적어도 나는 법률을 소비하는 한명의 시민으로서 능동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이번 법정 모니터링이 내게 일깨워준 것은 내안의 참여의식이다.
이번 봉사활동 기간 동안 그 참여의식은 게으르기만 했던 내게 예전엔 없던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그동안 만나게 되었던 법률 소비자 연맹에서 일하시는 분들에게서 나와는 다른 생각들을 많이 듣고 배울 수 있었다.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목소리들이 존재하지만 내가 아는 것은 그중의 극소수일 뿐이고 그마저도 편견에 치우쳐 있을 수 있다는 것.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세상 구석구석에서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 이번 봉사활동을 통해서 배우게 된 작은 것 같지만 전혀 작지 않은 진실들이다. 그리고 나도 그 우리를 위한 목소리 중의 하나로 작은 시간을 함께 했다는 자부심 역시 이번 봉사활동을 통해 얻게된 값진 소득이다.
법률소비자연맹에서 알게된 다양한 사회봉사의 방법들, 특히 정치 참여와 관련된 방법들은 다음 봉사활동의 방향을 이미 정해버렸다.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감시하는 의정모니터링, 국정감사에 법률소비자연맹을 대표해서 참여하게 되는 국정감사 모니터링 등 실제 정치에 일개 학부생이 참여하게 되는 기회들을 놓치고 싶지 않다. 이제 막 알게된 참여의식을 보다 넓은 곳에 적용시켜 보고 싶다.
법률 소비자 연맹의 첫 오리엔테이션 때 잊지맙시다 라는 노래를 불렀던 일이 떠오른다. 갑자기 웬 노래냐며 대충대충 불렀던 모습이 기억난다. 하지만 우리 앞의 김대인 총재님을 비롯한 법률 소비자 연맹의 가족들은 너무나도 자신감에 가득찬 얼굴로 그 노래를 불렀다.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확고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에 비해 당시의 나는 지금 내가 하려는 일이 어떤 일인지도, 어떤 가치를 지닌 것인지, 내가 무엇을 얻게 될 것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아마 지금의 내가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이젠 좀 다른 모습으로 그 노래를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그때보다는 좀 더 확신을 가지고 있고 좀 더 자부심이 차 있는 얼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