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사회와 교감할 기회가 된 가을학기 봉사활동-한양대 법학과 엄정완
2006년 9월 초순, 가을학기 사회봉사활동 신청기간을 맞이하면서 나는 많은 고민을 했다. 어떤 사회봉사활동을 신청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한 것이었는데, 그전에 나는 음성꽃동네에 가서 장애인들과 함께 여러 날을 보내기도 했었고, YMCA 소속 단체에 가서 청소년들과 거리를 거닐며 선도활동도 했었다. 물론, 모든 봉사활동이 나에게 큰 보람과 가르침을 주었지만 이번에는 육체적인 봉사활동보다는 미약하기는 하지만 나의 전문지식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색다른 봉사활동을 해보고 싶었다.
하나하나 사회봉사활동 해당기관을 검색하다보니 법률소비자 연맹이라는 곳이 눈에 확 띄었다. 민사재판, 형사재판의 모니터링과 언론모니터링 등의 다양한 모니터링 활동을 하는 곳이었는데 법률소비자라는 생소한 말도 관심을 끌었고, 법과대학 학생으로서 그동안 재판 한번 참석하지 않았던 내 자신에 대한 반성과 함께 다른 모든 곳을 제치고 법률소비자 연맹에서 가을학기 사회봉사활동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봉사활동 신청을 한 후, 오리엔테이션을 하는 날 나는 외국에서 손님이 오는 바람에 오리엔테이션에 참석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오리엔테이션을 참석하지 못했기에 사회봉사활동은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학교 생활에 전념하고 있었던 10월 중순경의 어느 밤에 핸드폰으로 문자가 왔다. '국정감사 관련 모니터링 희망자는 지원하세요.'라고..
나는 평소에 국회나 정부의 업무에 관심이 많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몰랐기에 국정감사라는 말을 듣자 처음에 봉사활동을 신청할 때보다도 더욱 들떠서 법률소비자연맹 사무실로 전화를 했다. 전화를 해서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지 못했던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국정감사모니터링에 꼭 참가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자 전화를 받으셨던 여자분(당시는 몰랐지만 윤소라 부장님)은 개인적으로라도 오리엔테이션을 받으면 봉사활동을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해주셨고, 나는 다음날 당장 서울교대 부근에 있는 법률소비자연맹 사무실로 찾아갔다.
처음 방문했던 날의 법률소비자연맹 사무실의 느낌은 잊을 수가 없다. 각종 서류와 책, 그리고 대자보(?)와 같은 플래카드가 빼곡이 들어차 있는 사무실은 말그대로 열정이 가득찬 곳이었다. 사무실 내에서 혼자서 받은 오리엔테이션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김대인 총재님의 말씀은 거의 법학 강의 수준이었는데, 인문학에서 시작하여 서양사, 동양사, 법학을 아우르는 총재님의 말씀은 그 내용도 내용이거니와 말씀 속에 담긴 열정이 나의 심장을 쿵쾅거리게 만들었다. 너무나도 열정적인 총재님의 모습이 나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왔고, 처음 접한 시민단체의 모습은 매우 역동적이고 열정적이고, 활기찬 사람들의 모임으로 느껴졌다.
4시간 남짓의 오리엔테이션을 받고, 국정감사의 중요성과 그렇게 중요한 국정감사를 모니터링 한다는 것이 얼마나도 책임을 필요로 하는 일인지 알게된 나는 10. 31. 에 법제처와 국가인권위원회 국정감사를 현장참관하면서 모니터링하였다. 처음 참가했던 국정감사는 피감기관의 중요정책과 문제점 등을 상세히 알 수 있던 자리였다.
법제사법위원회의 각 의원들은 피감기관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나갔고, 신문이나 티비에서만 보던 내용들을 눈앞에서 생생히 듣고 있자니 숨막히게 재밌었다. 의원들의 한마디도 놓치지 않기 위해 귀를 쫑긋하며 국정감사 모니터링에 임하였고, 아침일찍부터 시작된 법제처의 국정감사는 1시가 다 되어서여 끝났고, 오후에 실시된 국가인권위원회의 국정감사는 8시가 거의 다되어서야 끝났는데, 한마디한마디에 집중해서 모니터링을 했었기에 그 피로도는 말도 못할 만큼 컸다. 하지만, 한해동안의 국정의 운영에 대하여 피감기관과 국회의원들 사이에 오가는 정책적 설전을 지켜보면서 우리나라의 흐름을 대략으로나마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뿌듯했고, 그러한 중요한 자리에 내가 참가했었다는 점에서 매우 자랑스러웠던 경험이었다.
그렇게 국정감사가 끝나고, 법원모니터링을 계속하여 하게 되었다. 법률소비자 연맹 부근에 있는 서울중앙지법의 형사법원에 가서 첫 재판모니터링을 하였는데, 재판과정을 처음 방청하는 것이었기에 큰 기대를 가지고 지켜보았으나 대부분 속행 사건이었고, 첫 공판인 사건도 제3자로서 방청하는 내가 관련내용을 소상히 알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판사와 검사, 피고인과 변호인의 트라이앵글의 공격과 방어 흐름을 보는 것만으로도 학교 수업시간에서 배웠던 형사소송법의 내용들이 눈앞으로 톡톡 튀어나와 헤엄치는 것 같은 생동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 후에 민사재판을 모니터링 하였으나 법률소비자연맹의 윤소라 부장님의 이야기처럼 병원에서 환자가 의사기다리는 모습과 다를 바 없는 재판과정에서 제3자로서 방청하는 내가 관련 내용을 보면서 재판의 흐름을 쫓아가기란 힘들었다.
재판모니터링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이 있다. 형사사건이건 민사사건이건 아무 때나 법원에 가서 단순히 재판을 방청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사건을 첫 공판부터 결심공판까지 지속적으로 방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대부분의 봉사자들이 학생들이라서 재판일정에 맞추어서 모니터링을 하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재판을 객관적이고도 정확하게 모니터링 하려면 사건 하나에 대하여 첫 공판부터 결심공판까지 방청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쉽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법률소비자연맹에서 그런 쪽으로 방향을 유도해줄 필요는 있다고 본다.
내가 나에게 주어진 일을 충실히 해서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게 되면 다양한 일들과 부딪히게 될 것이다. 그때, 2006년 가을학기에 내가 했던 일들이 어떠한 의미가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이순간에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고, 그러한 과정에서 내가 사회와 교감할 기회를 준 2006년 가을학기의 시간들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