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법, 정치, 사회에 대한 이해의 경험-서울대 사회과학대학 박기원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맞닥뜨린 것은 내가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넓고 험한 ‘사회’의 모습이었다. 온갖 사회문제에 대한 토론의 난상이 벌어지는 일이 일상과도 같은 학교에서의 생활은 내가 가지고 있던 사회에 대한 인식과 관심의 정도를 부끄럽게 만들었고, 나는 그 부끄러움을 해소하고 ‘진짜 사회’와 맞닥뜨리면서 배움을 얻을 기회를 절실히 필요로 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이 학교에서 제공하는 ‘사회봉사’ 프로그램과 법률소비자연맹이었다.
솔직히 처음에 법률소비자연맹이라는 단체에서 활동할 것을 선택한 동기는 위에서 언급했던 ‘배움의 부족’과는 조금 동떨어진 것으로,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그다지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었지 싶다. 당시 막연하게 범죄학과 형사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나는 더욱 실제적인 사례를 접해보고 싶은 마음에 법률소비자연맹에서 진행되는 법정모니터링 활동을 신청했고, 그 활동을 통해 얻고자 했던 것 역시 형사재판을 방청하면서 많은 범죄자들의 사례를 접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흥미분야에 대한 더욱 깊은 이해를 꾀하고자 하는 정도에 불과하였다. 하지만 가을학기 자원봉사자 OT 전에 이루어졌던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 출범식 및 모니터교육은 나의 이런 동기를 완전히 흔들어놓았다. 국감 OT에서 그동안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의 활동을 접하고 김대인 총재님의 강연을 통해 국감 모니터링에 대한 기본적이지만, ‘법’이라는 서비스를 소비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이 마땅히 알고 있어야 할 지식들을 배우게 되면서 이 봉사활동에 대하여 내가 그 전까지 가지고 있던 일말의 안일함을 다잡을 수 있게 되었고 자신이 활동해야 할 법률소비자연맹이라는 NGO, 그리고 사회에 대한 인식의 폭도 개인적 흥미의 범위에서 더욱 넓어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러한 자세의 변화는 그 뒤 내가 지속적으로 행하는 봉사활동에는 물론, 기존에 한국의 사법구조와 정치에 대해 막연히 가지고 있었던 인식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법정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과정에서는 재판 진행 과정에서 ‘법’이라는 권위에 지나칠 정도로 억눌림을 받아 자신이 주장해야 할 권리조차 제대로 주장하지 못하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현실에 크게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무언가 변론을 하려고 하면 판 ·검사에게 발언을 저지당하고, 변호사도 선임하지 못한 경우에는 판사와 마주하는 피고석에 홀로 서서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느끼면서 재판을 받아야만 하는 재판당사자들의 모습은 아직까지 재판당사자들이 자신의 변호를 적극적으로 행할 수 없게 하는 우리나라의 재판 진행 구조의 현실을 내게 보여주었다. 솔로몬 대왕이나, ‘법과 사회’의 교과서에서 보았던 정의의 여신의 모습을 우리의 사법구조의 현실에서 바라기에는 아직 너무나도 개선해나가야 할 점이 많다는 점에 막연하게 ‘법에 의한 정의’를 꿈꾸고 있던 내 자신과 사회에 많은 실망감과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와 반대로 10월 한 달 동안 참여하게 된 국정감사 모니터링은 기존에 국회의원들에게 가지고 있었던 소위 ‘날로 먹는다’는 이미지를 바꾸어주는 기회가 되었다. YTN 돌발영상에서 나타나는, 단상에 올라가서 상대 정당의 정치인들을 비방하고 국회의사당에서 격투를 서슴지 않는 국회의원들의 부정적인 면과는 다르게 국가 5부의 정책과 운영에 대해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제대로 자신의 소임을 다하지 못한 행정기관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는 그들의 모습을 접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마음 한 구석에서는 그동안 그들에게 가지고 있던 막연한, 그러나 맹목적인 반감에 대한 미안함과 함께 한국 민주정치의 발전된 현실을 접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안도감을 느꼈다.
‘여러분들이 지금부터 행하는 것은 봉사활동이 아닌 봉사학습이다.’ 본격적인 봉사활동을 시작하기 전, 학교에서 이루어진 기초교육에서 교수님께서 끝까지 강조하신 말씀이다. 봉사활동을 행하는 것을 통하여 자원봉사자 자신도 많은 배움을 얻어가는 봉사학습은 ‘학점’에서부터 시작하여 자신이 바랐던 사회에 대한 배움의 기회와 같은 많은 보상이 주어지기에 진정한 의미의 봉사활동이라고 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고민을 계속하였다. 하지만 한 학기동안 법률소비자연맹에서 활동했던 것들이 그대로 내 스스로에게는 사회에 대한 경험이 되고, 사회 전체적인 측면에서 법률소비자연맹이 중요시하는 사법정의의 구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나의 미숙하기 그지없는 활동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한 학기동안 기관에, 또 자기 자신에 부끄럽지 않게 떳떳하고 만족스럽게 활동했다고 자부할 자신은 없지만, 내가 이 활동을 통하여 많은 경험을 쌓아간 이상 나도 그 가치만큼 법률소비자연맹의 활동을 도울 수 있었기를 바라고 싶다.
이 자리를 빌어서 법, 정치, 그리고 사회질서에 대하여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신 법률소비자연맹 측에 감사드린다. 그리고 이후에도 더욱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과 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경험을 접할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