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새로운 국회의 모습을 발견한 국정감사모니터링-서울대 경제학부 윤한울
이번 학기 법률소비자연맹에서의 봉사활동은 봉사이기에 앞서 개인적으로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고, 학교에서나 혼자 공부를 해서나 배울 수 없었던 것을 배우는 훌륭한 학습과정이었던 같다. 평소에 매체를 통해 매우 개략적인 사실만 접해들을 뿐, 실제로 입법과정과 사법과정이 어떤 방식으로 어떠한 구체적인 모습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할 수도 없었고 확인할 의지도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비로소 두 준으로 지켜보고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 또한 든다. 국정감사 모니터링은 우선 국회의사당에 들어가서 국회의원들의 활동을 직접 지켜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부터 매우 감회가 새로웠다. 총 세 차례 국회의사당에서 국정감사를 모니터하였다. 처음 두 번은 의사당 안에 NGO모니터단을 위해 마련된 모니터실에서 TV모니터를 통해 모니터하였고, 마지막 한 번은 재정경제위원회 회의실에서 현장모니터를 하였다. 전공이 전공이다보니 재정경제부 및 여타 경제관련 국가관이나 및 국책은행 을 감사하는 재정경제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를 감사하는 정무위원회를 모니터하는 것이 좋겠다 싶어 둘을 선택하여 모니터하였다. 내가 지켜보았던 감사의 피감기관은 재정경제부, 공정거래위워회, 기업은행, 한국주택금융공사였다. 처음에는 국회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강화시킬 뿐이었다. 북핵사태로 이틀 연기된 국정감사 첫날, 재정경제부 감사를 해야 하는데 재정경제위원회에서는 국정감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 사안들(외평기금 감사청구 등) 혹은 작년 국정감사에서 해결됐어야 할 문제(이건희 회장 등 작년 불출석 증인 고발문제)로 다투느라 시간을 다 보냈다. 나름대로 국정감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부푼 기대를 가지고 기다리며 지켜보던 입장에서는 김이 빠지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정작 해야 할 일은 뒷전으로 미루고 관련 없는 일로 다툼을 계속하는 것 같아서 한심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국정감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상당부분 국회에 대해 다시 보게 되는 부분도 생겼다. 재경위와 정무위 모두 다수의 국회의원들이 상당히 많이 준비했다는 인상을 주었고, 물론 소모적인 꼬투리 잡기와 비현실적인 주문도 많았지만 더러는 매우 날카롭고도 건설적인 비판 및 조언도 많았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겠지만 매우 수준 높고 합리적인 식견을 가진 국회의원들도 눈에 띄었고, 그렇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됐던 의원조차도(적어도 내가 관심있는 분야에서 볼 때) 경제관련 전문지식을 정확히 잘 갖추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놀랐던 것은 평소에 갖고 있던 ‘일 별로 열심히 하지 않고 정파적 이익만 챙기는’ 국회의원 이미지와는 그들의 모습이 좀 달랐다는 것이다. 쇼맨쉽이나 당파적 제스쳐라고 치부하기에는 진정성이 너무 많이 흘러나오는 그들의 애국적 분노도 볼 수 있었고, 늦은 시간까지 진행되는 데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지켜보는 다수 의원들도 있었다. 10시가 넘어가는 데도 저녁식사를 위한 휴식을 갖지 않아 나도 모르게 주린 배룰 움켜진 채 화가 나서 ‘국회의원들은 밥도 안 먹나, 독한 X들’이라는 혼잣말이 나오기도 했다. 물론, 국회의원들은 자리를 떴다가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모니터석에 가만히 앉아서 감사내용을 듣고 체크하면서 있는 모니터요원으로서의 역할이 솔직히 좀 고달프기도 했다. 그래도 밤에 달을 보면서 국회의사당을 나오면서 그래도 국회에서도 어느 정도 제 역할은 해주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안심이 되기도 했다. 워낙 최악을 예상했던 탓인지, 국회에서의 모든 것이 생각보다는 한 발짝 더 진정성 있어 보였고, 생각보다는 두 발짝 더 전문성 있어 보였다. 다만, 가장 아쉬웠던 것은 의원 질의시간 제한이 불가피한 점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그 시간제한이 제대로 된 감사를 제약하는 동시에, 경우에 따라서는 (주어진 시간은 채우고 보겠다는 태도 때문에) 불필요하고 의미 없는 질의도 생겨나는 부분이었다.
법정모니터링은 짧은 시간 단 한 번 하였기 때문에, 소감이라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지는 않지만, 역시 특별한 경험이었다. 법과 관련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전무하기 때문에 그나마 내용파악이 쉬울 것이라고 생각되는 형사재판을 방청하였다. 처음에는 매우 주눅이 들어서 들어갔는데 법정도 역시 사람들이 있는 곳이고 검사, 변호사 판사도 사람이구나 하는 느낌이 곧 들었다. 주로 방청한 내용은 사기 관련 공판이었는데, 가만히 듣고만 있어도 한국사회 곳곳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을 일에 대한 한 단변을 잘라보는 느낌이었다. 폭력관련 공판에서 구속상태의 피고인이 수갑을 차고 들어올 때는 수감복을 입은 사람을 처음 본지라 섬뜩하기도 했다. 법정에 대한 막연한 거리감이 즐어 들었다는 것이 가장 큰 개인적인 소득이었고, 사회가 원활하고 질서있게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 국가의 사법기능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