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의미있는 시간이었던 봉사활동
이번에 학교에서 하는 사회봉사 수업을 신청하게 된 것은 사실 ‘봉사’를 해보겠다는 순수한 ‘희생정신’이었던 것이 아니라, 학교 안에서 배우는 것에서 벗어나 사회 속에서 발로 뛰는 활동을 통해서 무언가를 배워보겠다는 심정이었다. 그래서 나는 여러 사회봉사 수업 중에서도 관심이 있었던 시민단체 영역을 선택했고 그 중에서 전공과도 관련되어 있는 법률소비자연맹의 법원모니터링 활동을 신청하게 되었다.
내가 법률연맹에서 주로 한 활동은 법원모니터링이었다. 법원모니터링은 법정을 선택하여 들어간 후 방청을 하면서 판사, 검사, 변호사의 재판이 임하는 자세, 재판진행상황, 재판 당사자를 대하는 태도 등을 주의 깊게 보고 모니터 용지를 작성하는 식으로 이루어졌다. 법원 방청 후에는 법률연맹에서 관련설명을 들으면서 법원의 소송진행 절차나 법원 혹은 재판진행의 구조적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는 현재 법원의 재판진행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고 그것에 대해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데 도움이 되었다.
사실 법학을 전공한다고는 하지만 학교를 성실히 다니지 않아서인지 전공인 법에 대해서는 그다지 아는 게 없었다. 또한 소송법을 배우지 않는 상태에서 법률적 분쟁이 어떤 절차를 통해서 해결되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설령 전공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하더라도 학교에서 배우는 학문으로서의 법과 실제 법원에서의 분쟁해결은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법원모니터링인 실제 법원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나에게, 영화나 드라마 속 판타지적인 법정을 보던 나에게 살아있는 법정을 보게 하는 계기였던 것이다. 주로 형사법정을 모니터링 했었는데 형사소송에 대해서 직접 접하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법원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사건에 심드렁한 판사, 법정에 지각하고 대충 변호하는 듯한 변호사, 딱딱하게 피고인을 다그치는 검사, 방청객에게 심적 부담을 주는 법정정리의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물론 피고인의 눈을 마주치며 편하게 진술을 이끌어내려는 판사, 적극적으로 변호하는 변호사의 모습도 볼 수 있었지만 말이다. 이것은 법원에 근무하는 개개인의 태도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법원의 재판진행의 문제이기도 했다. 재판관들이 들어서면 모두 일어서야 하는, 아직도 남아있는 권위적 질서 속에서 피고인은 주눅 들기 마련이다. 변호사와 떨어져 혼자 진술해야 하는 입장 또한 피고인의 심리적 위축감을 가져다주었을 것이다.
또한 이것은 넓게는 사회구조와 연관되어 있는 문제일 것이다. 피고인이 적극적으로 무죄를 주장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피고인은 압박을 받는 듯 방어적 자세로 “네, 네”라는 대답만 계속하고, 피고인의 답변에 대해 변호인이 오히려 다그친다거나 하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이는 피고인이 계급질서의 하층에 속한다는 측면 때문이기도 하다. 경제관련 범죄에서 변호인들은 피고인들의 무죄를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변론이 치열하게 오가는 데 반하여 절도, 강도 등의 변호인들은 조금은 무심한 태도였다. 하층계급은 범죄로 더 내몰리기 쉬울테고, 비싼 가격의 유능한 변호사를 구하기도 힘들 것이 아니었을까.
또한 법원모니터링을 통하여 범죄가 성별화되어 있다는 생각도 하였다. 내가 형사법정에서 본 사건들의 피고는 대부분 남성이었고 여성을 대상으로 한 살인, 강간, 폭행의 사건들이 많았다. 거칠게 인간을 계급과 성으로 나눠서 보자면, 그 피고들은 하층계급 남성이다. 그남들은 ‘치정’에 의한 갈등에서 상대 여성을 폭행, 강간, 살해 등의 수법으로 위협하고 지해하면서 ‘남성적’ 폭력성을 사회 속에서 배출한다. 하층계급은 그렇게 범죄라는 물리적 폭력을 통해서 법정에 서지만, 상층계급 남성들은 좀 더 교묘한 수단을 통해서 그 폭력성을 발휘할 것이고, 설령 법정에 서는 일이 있다고 해h 유능한 변호사를 통하여 피해나갈 구석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법원모니터링 이후 학기 후반부에는 언론모니터링을 하였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노무현 정부의 ‘취재 지원 선진화 방안’을 주제로 잡아, 통폐합 논의를 다룬 <한겨레>와 <조선일보>의 기사를 비교, 분석하였다. 이런 언론 모니터링 주제는 각각 진보개혁과 보수신문을 대표하는 <한겨레>와 <조선일보>가 한입으로 정부정책에 반대하고 있어서 흥미로웠는데 그 속에서도 두 언론의 차이점을 찾아낼 수 있었다. 노무현 정부의 언론정책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하고 극우 언론의 독점적 언론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시도도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2007년 1학기 법률연맹에서의 사회봉사활동은 직접 내가 법원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그를 통해 법원의 제도적 문제와 사회의 구조적 모순의 일부나마 생각해 보게 하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