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사회봉사활동 소감문-서울대 심리학과 이일화
법률소비자연맹의 법정모니터링 활동은 단순한 봉사활동이 아니었다. 한 학기 동안 모니터링 용지를 들고 법원을 들락거리면서 얻을 수 있었던 건 봉사활동에 참여했다는 뿌듯함이나 보람뿐만 아니라 낯설게만 느껴졌던 법원과 사법제도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이해였다. 법정모니터링 활동에 참가해보기 전까지만 해도 실제로 남의 재판에 들어가 방청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으며 법이 보호하고 있는 재판 당사자의 권리에 대해서도 충분히 알지 못했다. 처음 참석해 본 공판의 내용이 너무 복잡해서 몇 시간 동안 멍하니 앉아만 있다 나온 적도 있었다. 하지만 횟수를 거듭함에 따라 낯설었던 풍경들도 조금씩 익숙해지고 영원히 이해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재판진행과정도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 학기 동안 매주 금요일을 법원에서 보내면서 생소한 법률용어들이 익숙해졌고 재판과정이 머리 속에서 그려질 정도가 되었다. 물론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지만 당장 재판장에 끌려가 재판을 받게 된다 하더라도 전혀 겁나지 않을 것 같은 자신감도 생겼다. 그만큼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너무나도 얻은 것이 많은 봉사활동이었던 탓인지 봉사활동을 통해 사회에 기여했다는 자족감을 느끼기에도 부끄러울 지경이다. 내가 쏟은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앳된 얼굴들이 하얀 종이를 손에 들고 재판장으로 들어설 때마다 재판관들의 언사가 한층 부드러워지고 법정 정리의 태도가 달라지는 것을 직접 목격하면서 개개인의 작은 참여가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는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나도 그러한 긍정적인 변화를 일구어 내는데 미력이나마 한 몫을 했다는 생각에 내심 뿌듯한 기분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사회봉사는 사회의 발전을 위한 봉사자의 희생을 전제하지 않는다. 봉사활동의 참가가 사회뿐만 아니라 봉사자 자신에게도 이롭다는 연구결과를 근거로 들지 않더라도, 봉사활동이 주는 보람과 기쁨의 가치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봉사자가 활동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여 자기개발의 밑거름으로 삼을 수 있다면 이는 그 중에서도 이상적인 봉사활동에 속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이번 한 학기 동안 몸 담았던 법정모니터링 활동은 사회에 이롭고 개인에게도 이로움을 주는 이상적인 봉사활동이라 할 만하다. 좋은 일을 했다는 보람을 넘어 이 사회를 슬기롭게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소중한 지식을 배울 수 있었다는 점에서 나와 법률소비자연맹은 서로에게 봉사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좋은 기회를 통해 보람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학교측과 법률소비자연맹에 감사 드리고 싶다. 아울러 이런 봉사활동을 접할 기회가 확대되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경험하고 보람을 느낄 수 있게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