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시간을 바꾼 시간 - 이화여대 법학과 최지윤

이번 봉사 활동은 내가 타인에게 봉사했다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배운 게 더 많다는 생각을 한다. 쉽게는 접할 수 없는 경험을 한 것도 그에 하나지만, 사회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고나 할까.
처음에 사무 보조 일을 하려고 교대에 있는 법률 연맹 사무소를 찾았던 날이 생각난다. 큰 빌딩에 위치하고 있는 사무실이었다. 이제까지 시민 단체를 생각하면 깨끗한 사무실에, 많은 인력, 분주한 모습을 상상했었다. 매스컴을 통해 접하는 시민 단체의 활동상은 내게 왠지 모르게 그런 고급스런 기업의 인상을 심어 주었었다. 하지만 사무실은 그렇지 않았다.
모퉁이에 위치한 사무실이며 어질러진 방, 크지 않은 사무실에 컴퓨터 몇 개. 대표님의 방이라고 들어간 곳은 여기저기 정리 되지 않고 쌓여진 서류 뭉치들, 달랑 책상 하나. 그게 전부였다. 몇 십 명이 아주 분란하게 일 할 것 같았던 사무실에는 윤부장님과 학생 한 명 그리고 대표님뿐이었다.
나는 학교에서 시민 단체의 중요성을 배웠다. 그들의 역할과 영향력을 배웠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생각할 때 그들에게 주어진 환경이 너무 열악했다. 텔레비전에서는 한나라당이니 민주당이니 정치자금, 로비, 하면서 몇 십억 심지어는 몇 백억이 오고 간다는데. 보다 시민적이고 하향적인 그래서 그들에 비해 오히려 우리에게 더 가까울지 모르는 시민 단체의 현실은 그들과는 비교 할 수조차 없이 너무 대조되어 보였다.
국정감사 모니터 요원으로 활동하면서 접한 것은 더 충격적이었다. 처음에 난 시민의 대표 자격으로 시민을 대신해서 국정감사를 지켜보는 모니터 요원임이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그 생각은 국회를 들어서면서부터 무너졌다. 국회의 벽이 너무 두터웠다고 할까. 그들의 태도는 너무나 권위적이었다. 우리 모니터 요원들을 아주 성가신 존재로 생각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나는 시간이 남아돌아 심심해서 그 곳을 참관한 방문객이 아니다. 그들을 뽑은 국민으로서 자격을 가지고 그들을 감시하러 간 것이다. 그 사람들은 그것을 잠깐 망각한 듯싶다.
봉사 활동을 시작할 때처럼의 굳은 다짐(?)과 타는 열의(?)가 끝까지 가지는 못했지만 난 이번 봉사 활동으로 경험한 게 많다. 그냥 무심하게 다른 나라 일인 것처럼 무관심하던 국정감사를 직접 그 중심에 들어가 지켜보게 된 일. 그리고 다시 생각하게 된 일. 경험 중에는 그게 가장 컸던 것 같다. 학교에서 배우던 이론적인 지식을 직접 보고나니까 그런 교과서적 지식은 한층 더 입체적으로 내게 다가왔다.
마지막으로 기대하고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 달랐던... 열악한 시민 단체의 환경이 참 안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