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흥미로 시작해 깨달음으로 끝맺은 여름-동덕여대 약하과 박신영
사회봉사를 선택하기에 앞서 어떤 영역을 할까 고민을 하다가 법정모니터링이란 글귀가 무척 흥미롭게 느껴졌다. 그래서 대부분의 약학과 학생들이 참여한다는 약활들 뒤로 하고 법률소비자연맹(법률연맹)에서 실시하는 사회봉사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주변에 여기에서 봉사활동을 한 친구들이 꽤 있어서 배울게 많고 흥미롭다는 말을 들어왔었기 때문에 막연한 호기심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이 가벼운 호기심만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은 나에게나 해당 기관에나 모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세부영역 신청 이후에 실시된 학교의 예비교육에서 배우게 되면서, 그제서야 ‘법’이란 단어와 내 생활이 얼마나 동떨어져 있었는가를 깨닫고 이 영역을 신청한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신청은 했고 주변의 말들도 있었으니 되는대로 해보자는 생각으로 사회봉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게 무거운 마음으로 찾은 법률연맹 사무실에서의 오리엔테이션날 강의실을 가득 메운 학새들에게서 다른 봉사단체와 달리 배움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열정의 계기를 제공해 주신 분은 법률연맹 총재이신 김대인 선생님이셨다. 오리엔테이션이라고 해서 간단하게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그 방법은 무엇인지를 설명해 줄거라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오전 9시부터 4시간동안 이전에는 관심조차두지 않았던 ‘법’과 조금은 가까워질 수 있는 강의를 듣게 되었다. 그 외에도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던 NGO.거버넌스의 개념과 인권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는 내용의 강의를 들으면서 잠시나마 후회했던 것은 사라지고 이번 기회를 통해 형식적으로 일만 하는 봉사활동이 아닌 진정으로 나에게 도움이 되는 봉사의 시간을 가져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여름에 내가 하게 된 일은 학술모니터링, 법정모니터링, 언론모니터링 이었다. 원래는 집이 지방이어서 법정모니터링과 언론모니터링만 할 요량이었는데 법률연맹에서 노력봉사를 필요로 한다는 말을 듣고 사무실을 찾았다가 갑자기 학술모니터링을 하게 되었다.
학술모니터링을 하면서 그동안 이름만 알고 지냈던 장소에 직접 가보게 되었다. 누가 못들어가게 막는건 아니었지만 특별한 용건 없이 찾아가기가 어색했던 장소들을 할일을 갖고 찾게 된 데서부터 이미 뭔가를 이룬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처음으로 방문했던 곳은 국가인권위원회였다. 그곳에서 한국빈곤문제연구소에서 주최하는 세미나를 들으러 갔었는데 취소가 된 것이 홈페이지에 그대로 올라 있어 세미나는 들을 수 없었다. 그 건물에서 또 다른 강의가 있었는데 불심검문에 대한 내용이었다. 실제 형사분이 오셔서 강의를 해주셨는데 겪어보지 못했던 일이었기에 생소한 내용들이 많았다. 그러나 내부 직원들을 위한 비공개 강의여서 자료를 지참하거나 장시간 들을 수 없었다. 직원으로부터 그 말을 듣고 바로 돌아섰던 내게 법률연맹에서는 그 처사가 부당한 것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세미나에 대한 정보를 묻기 위해 전화를 했을 때 연맹의 연구원 선생님께서 명색이 인권존중을 가장 으뜸으로 생각하는 기관에서 찾아와서 강의를 듣고자할 때 내부자가 아니란 이유만으로 나를 배제한다는 것은 모순된 행동이란 것을 알려주셨던 것이다.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것들에서 우리의 인권이 존중받지 못했던 경우가 많았다는 것을 깨닫고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거버넌스 우수사례에 관한 발표와 시상을 했던 행사에도 참석하게 되었다. 오리엔테이션 때 듣긴 했지만 주변에 그렇게 많은 거버넌스 사례가 있었다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환경보호, 지역활성화 등 다양한 목적을 갖고 추진되는 사업들이었고 민, 관, 기업이 함께 추진해나가고 있었다. 발표를 들으면서 오리엔테이션때 들었던 거버넌스의 명암에 대해 다시금 떠올려보았다. 잘되면 ‘우리함께’이루어낸 성과였지만 잘못될 경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수사례를 발표하고 축하하며 상장과 상금을 주고받는 그 자리에서 그들만의 축제라는 생각에 왠지 모를 씁쓸함을 느꼈다.
국회헌정기념관에서 개최된 ‘건전한 정보공유를 위한 인터넷 포털의 역할과 방향’이란 세미나도 여러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특히 악성댓글(악플)에 대한 대응방향에 대한 토론은 올해 악플로 인해 좋지 않은 일들이 유독 많았었기에 관심있게 듣게 되었다. 기사를 보았었지만 지나쳐버렸던 민병철 교수의 선플운동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정보통신부 관계자와, 인터넷 포털연합의 관계자, 국회의원, 대학교수 등 사안과 직접적으로 관계된 사람들이 함께 있었던 것 때문이었는지 그곳의 논의가 실질적으로 사회에 반영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술모니터링이 강의를 듣거나 행사에 참석하는 과정을 통해 배워나가는 과정이라고 한다면 법정모니터링은 ‘법원체험학습’과도 같은 과정이었다. 견학 과정을 통해 법원을 찾을 수도 있지만, 대개의 일반인들은 특별한일이 있지않으면 법원을 찾지않는다. 나 역시 여태껏 한번도 법원에 가본 적이 없었다. 직접 가본 법원은 영화나 드라마와는 너무나 달랐다. 상상속의 법정은 진실의 심판대였지만 현실의 법정(특히 민사사건의 법정)은 사람 간 갈등을 중재하는 생활의 일부였다. 그곳엔 다양한 판사들과 검사들, 피고들, 원고들이 있었다. 진실로 정의를 찾고자 노력하는 판사가 있는가 하면 졸고 있는 파나, 형식적으로 일처리를 ‘해대는’판사도 있었다. 민사 소액법정의 경우 원고, 피고의 말싸움으로 시장통 같은 분위기가 되기도 했고 교통사고처리비용을 판사가 직접 계산기를 이용해 분배해주는 상황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가장 불만족스러웠던 건 변호사의 태도였다. 의뢰인에게 유리한 쪽으로 열정적으로 상황을 이끌진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노력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일반 사무실에서 전화받고 일처리를 하는듯한 그들의 형식적인 태도에서 피고 스스로가 법을 알고 상황을 헤쳐 나가려는 의지 없이는 상황을 벗어나기가 힘들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형사법정에서 변호사석이 따로 잇고 피고는 중앙의 낮은 곳에 고립되어 있는 구조가 피고에게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권리는 어느 정도 박탈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법에 앞서 피고로 그곳에 간다 하더라도 이유없이 위축될 필요가 없고 나의 의견을 충분히 드러내어 상황을 나에게 유리하도록 이끌어 나가야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러기 위해선 법을 알아야 했고 앞으로 법에 대해 알아야겠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법원에 온 김에 가능한 많은 법정을 체험하려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민사 단독, 민사합의, 민사소액, 형사단독, 형사항소, 경매, 심지어는 비공개 법정인 개인파산법정도 실수로 들어간 곳에서 잠시나마 지켜볼 수 있었다. 그러면서 멀게만 생각했던 법이 생활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었다.
언론모니터링은 중고등학고때 했던 스크랩의 연장선이었다. 그렇지만 현재 갈등을 빚고 있는 사안에 대해 두개의 신문이 보여주는 확연한 시각차는 시민으로서 비판적 시각을 길러야겠다는 사실을 되새기게 해 주었다. 모니터링 주제를 이랜드 사태를 통한 개정된 비정규직 법에 관한 논란으로 정했었기에 보수적 성향을 지닌 동아일보와 진보적 성향을 지닌 한겨레신문 사이의 시각 차이는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한 사건에 대한 기사의 보도 형식과 내용이 조금 다르다는 것만으로 독자가 인식하는 내용이 이렇게다 나를 수 있다는 것이 간단한 비교를 통해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사설/칼럼을 읽다보면 그 신문이 말하고자 하는내용을 더욱 가깝게 알 수 있었는데 경영자의 입장이 두드러지게 보이는 동아일보의 기사들과 노동자의 입장이 확연히 보이는 한겨레신문의 기사들로부터 단순한 정보전달 기사마저도 여러 신문사의 기사를 보아야 간접적으로 그 사건을 이해하는데 더 정확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론모니터링 과정에서 처음엔 무조건 이래드 관련 기사만 다 수집을 해서 총량이 200페이지 가까이 되었다. 그러나 출력을 하기에는 너무 많은 양이라 골라내는 과정에서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으로 분류를 했기에 평소에 각 언론사에 대해 갖고 있던 편견이 반영되어 신문을 어느 한쪽으로 몰아서 생각하도록 자료를 모으지는 않았는지 걱정된다. 언론사에 따라 달라진 기사처럼, 기자라는 필터를 통해 걸러져 내게 온 사건이 다시 걸러지는 과정에서 아주 왜곡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알기에 그것이 최종 정보수집기관인 법률연맹에 피해가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된다. 봉사는 일단 수혜자에게 도움이 되어야 하기에 그 점에서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었던 거라면 좋겠다.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방학동안 아르바이트도 하지 않고 거의 놀면서 보냈었다. 그런데 이번 방학은 확실히 다른 방학이 되었다. 사회봉사라는 이름으로 접할 수 있었던 법의 세계는 아직도 알아야할 것들도 많고 누릴 것들도 많다. 봉사활동 기간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지만 이걸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의 법에 대해서 더 많이 알아감으로써 내가 누릴 수 있는 권리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도록 해야 하겠다. 그리고 우민으로 언론사에 휘둘리기 보다는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사건의 본질을 이해하여 나름의 답을 얻어내는 것도 다른 여러 주제를 다뤄가면서 익혀야 할 과제이다. 봉사활동을 마치며 오리엔테이션을 할 때 불렀던 두 노래가 생각난다. 대한민국 헌법 제 1조 2항을 바탕으로 한 ‘정말 주권자인가’, 살면서 잊지 말아야 할 기본적인 것들을 노래로 엮은 ‘잊지맙시다’. 봉사활동 과정을 통해 노래에서 언급된 모든 것을 알기엔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이 과정을 통해 그것들을 알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다. 이 인식을 발전시켜 그것들을 알아가는 것이야말로 봉사활동이 내게 요구하는 최종적인 역할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