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봉사활동 소감문-건국대 법학과 전민규
어떤 봉사활동을 할까, 하고 한참을 생각했다. 그러다가 법률소비자연맹을 발견하게 되었고, 법학과 학생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곳을 봉사활동을 할 곳으로 선택했고, 그 선택은 봉사활동을 마친 나에게 정말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우선 법학과 학생이지만 그동안 법정에 가서 실제로 재판진행과정을 볼 기회가 없었고, 피의자의 인권문제, 재판정의 분위기 등을 전혀 알 수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민, 형사 재판과정을 직접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법관에 대한 막연한 꿈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특히나 우리학교는 3학년 1학기에 민사소송법과 형사소송법을 전공필수로 배우는데 나에겐 봉사활동이 너무나 생생한 교육의 기회를 또한 제공해주었다.
처음 오리엔테이션을 받으러 서초동 세무사회관을 찾아가는데 길이 낯설어 헤매다가 20분가량을 지각했다. 앉아서 김대인 총재님의 [법과 사법을 바로 알아야 나와 사회를 지킬 수 있다]라는 강연을 들었는데, 이러한 강연도 그동안 법학과 교수님이나 혹은 특강을 해도 판사나 검사님의 강연을 주로 듣다가 시민단체의 그리고 소비자 입장에서의 법학 강연이라서 나에게는 새로운 시각으로 법과 사법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다음주에 처음으로 이번에 방배동으로 새로 이사한 법률소비자연맹을 방문하게 되었다. 법률소비자연맹을 방문하면서 항상 느낀 것이지만 김대인 총재님을 비롯해서 윤소라 부장님(아직 정확한 직책은 잘 모르겠다.) 구기용 부장님 등 직원 한분 한분이 너무 친절하게 맞아주시고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셔서 봉사활동 하는 내내 마음이 너무 편했다. 다른 곳에서도 물론 잘해주는 곳도 있지만 간혹 귀찮아하거나 반겨주지 않는 곳도 있는데 법률소비자연맹은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잘해주셔서 이 기회에 고맙다는 말씀을 드린다.
다음주 처음으로 학교에서 가까운 서울 동부지방법원 형사 합의부를 혼자가기 좀 두렵고 부끄러워서 같은과 친구와 같이 가서 방청을 하게 되었다. 이날 사건들은 모든 사건이 속행사건이고 더군다나 2심 재판이 진행되던 중이라 나는 법학과 학생인데도 불구하고 거의 사건을 이해할 수 없었다. 간간히 들려오는 낯익은 법학용어 몇 마디만 알아듣는 정도였다. 처음 법정모니터링을 하고 나서 느낀 점은 그간 영화나 드라마에서 봐서 생각해 온 것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우선 서울 동부지방법원은 건물이 굉장히 노후하고, 시설이 안 좋은 편이라 피고인의 마이크는 잘 들리지도 않았다. 판사님들도 조금 형식적으로 보였고, 변호사님도 영화에서처럼 열을 올려 열렬히 변호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사건도 단순한 사기나 상해가 많아서 "에이, 뭐 이래." 하고 실망하면서 나왔다.
두 번째 모니터링 부터는 단독판사 사건을 가기로 했다. 그래서 이번엔 형사단독사건에 갔었는데 이번엔 정말 재판이 너무 재밌어서 자리를 뜰 수 가 없었다. 일단 건물부터가 내가 두 번째 간곳이 동부지방법원 8호 법정이었는데, 8호 법정은 별관의 형태로 새로 지은 건물이라 시설도 좋은 편이었고, 마이크도 잘 들리는 편이라 생생하게 재판이 들렸다. 또 1심 사건이고, 또한 젊은 여자 검사님이었는데, 검사님도 질문을 피고인이나 증인에게 질문을 아주 또박또박 조리있게 해주시고, 모르는 용어도 잘 설명을 해주셔서 재판이 귀에 쏙쏙 와 닿았다. 물론 판사님이 조금 지루해 하는 것 같아 보였고, 중간 중간에 피고인이나 증인의 말을 자르기도 했지만 대체로 판사님도 증인이 잘못 알아듣고 대답을 하거나 하면 설명을 잘 해주시는 편이었다. 형사재판은 사건이 재밌는 사건이면 정말 거기에 빨려들어 가게 될 정도로 법정모니터링 때문에 갔지만 또한 재미도 있었다. 또한 나에게는 법학과 학생으로 매일 교과서와 문제집 등으로 이론과 학설 등만 공부하고 판례도 결정문만 보아온 수준이었는데 그 심리과정이나 재판의 진행과정을 생생하게 보고 배울 수 있었고, 또한 법조인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나 우월함만을 생각했는데, 그렇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실제 경험으로 몸소 배울 수 있었다. 모니터링을 두 번을 친구와 같이 갔는데 오면서는 저 사건은 어떻게 판결이 날 것이다. 이런 토론도 하고 판사나 검사, 변호인의 태도, 법정주변 상황 등에서도 같이 이야기하면서 더더욱 알찬 모니터링이 될 수 있었다.
그렇게 형사재판을 재미있게 봐서 두 번을 더 형사재판을 법정모니터링을 하고 민사재판을 또 모니터링을 했다. 하지만 이번 모니터링을 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우리나라는 판사 한분이 처리하는 사건이나 검토해야 할 서류량(정말 엄청난 서류 뭉치들이었다.)과 업무량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해서 과연 양질의 재판을 받을 수 있을까, 어떤 사건은 30초도 안 되서 심리가 끝나고 다음에 다시 오라는 사건도 수도 없이 있는 것을 보면서 시민단체의 말대로 법관의 수를 늘리고, 또한 로스쿨의 시행으로 변호사의 많은 배출과 수임료인하, 변호사끼리의 경쟁을 통해 양질의 사법서비스를 국민이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을 실무를 보면서 제대로 하게 되었다.
내가 한 마지막 봉사활동은 자료수집 봉사활동이었다. 수요일에 오전 수업이 없어서 구기용 부장님의 설명을 듣고 시청옆에 프레스센터로 가서 강연을 듣고 자료를 받아오는 봉사활동이었는데, 이 또한 나에겐 너무 잊지 못할 봉사활동이었다. 국가주의와 보편주의에 관한 토론회였는데 그동안 책과 TV에서만 보아오던 유명한 교수님들을 대거 볼 수 있었고, 그 분들로부터 좋은 강연을 들을 수 있었다. 다음으로 열린우리당에서 주관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심포지움 자료를 수집하였다. 이해찬 전 총리를 비롯해 많은 유명인사를 볼 수 있었다.
법률소비자연맹 봉사활동을 하면서 나는 봉사활동을 했다기보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대학생으로 특히나 나는 법학과 학생으로서 법정에서 실제로 재판과정을 지켜보고, 피고인의 인권, 법정에서의 판사님들의 고압적인 자세(반말과 경어를 혼용해서 쓰는 판사도 아직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민사재판에서 느낀 여자판사님의 따뜻하고 꼼꼼한 일처리를 통해 판사의 역할과 앞으로 만약 내가 법조인이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도 해 볼 수 있었다.
정말 유익하고 좋은 기회의 봉사활동이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계속 활동해보고 싶다. 단순히 학점을 따기 위해 하는 봉사활동보다 무언가 큰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는 봉사활동이었다. 끝으로 봉사활동 기간동안 너무 친절하게 잘 해주신 법률소비자연맹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