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미처 내가 보지 못한 세계에 새로이 눈을 뜰 수 있도록..- 서울대 경영학과 송민경
몇 년만에 처음으로 한가함을 즐길 수 있던 2007년 겨울, 문득 대학교에 입학한지 어언 1년동안 계속된 중간고사와 레포트, 기말고사 외에는 대학생다운 일을 해놓은 것이 없다는 것에 회의가 들었다. 그
래서 겨우내 나 자신을 성숙하게 할 수 있는 계기가 없을까 찾아보다가 마침내 발견한 것이 바로 사회봉사 교과목이었다.
처음에는 봉사활동을 하는 동시에 학점도 이수할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큰 매력으로 다가왔고, 특히 수많은 봉사활동단체 중 ‘법률소비자연맹’이라는 시민단체가 나의 시선을 끌었다.
봉사활동을 하려면 복지기관에 가서 어려운 사람들을 땀흘려 도와야 하는 것인 줄만 알았는데, 평소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만 느끼던 법정에 가서 재판 모니터링을 하는 봉사활동이라니.
호기심 반, 동경 반으로 시청했던 법정 관련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았던 재판정에 내가 앉아있는 모습이 필름처럼 펼쳐지며 나의 신경세포를 흥분시켰다.
부푼 기대를 안고 간 첫 오티, 시민단체나 법적 정의에 관심 많은 기특한 대학생으로 대우받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으나 웬걸.
큰 방 하나를 가득 메운 학생들은 오히려 이제까지의 나의 무관심과 무지함을 비웃는 듯 했다.
많은 학생들이 나는 이제야 눈을 뜬 봉사활동에 이토록 많은 관심을 가졌다니 내심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도 잠시, 그 후로 4시간 가까이 이어진 강의는 나에게 새로운 세상의 존재를 일깨워주었다.
교과서나 언론매체에서만 접해봤지 실제로는 경험해보지 못한 시민단체에서 이토록 많은 일을 할 줄이야.
특히 법적 지식이 풍부한 사람이 법정에서 비싼 돈을 들여가며 변호사를 선임할 필요 없이 직접 자신을 변호할 수 있도록 해 준 활동은 실용성도 있고 사회적 정의에도 부합하는 것 같아 인상 깊었다.



두번, 8시간 가까이 이루어진 오티를 받은 것이 부끄럽지 않도록 누구보다 더 재판모니터링을 훌륭하게 해내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가지고 들어선 첫 법정은 바로 민사법정이었다.
솔직히, 처음 접한 법정의 느낌은 이제까지 내가 상상했던 법정과는 매우 달랐다.
법정은 아주 작았으며, 방청석은 텅텅 비어있었고, 모든 변호사가 달변인 것도 아니었다. 그 순간만은 이제까지 환상만으로 가득찼던 법정이 작고 초라하게 느껴졌지만, 그 후로 나는 작게만 보였던 법정에서 오히려 훨씬 더 큰 것들을 얻어갈 수 있었다.



특히 법률소비자연맹 측에서 꼭 가보아야 한다고 강력하게 추천했던 민사소액재판은 나에게 많은 감흥을 안겨주었다.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돈을 가지고 한때는 형 아우 하며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이, 심지어는 친척이나 가족들끼리 소리 높여 싸우는 모습은 방청하는 나의 마음을 안타깝고 슬프게 만들었다.
방청하는 내내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무엇인가, 도대체 그것이 무엇이길래 저 사람들이 법정에서 저러는가 하는 씁쓸한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한편, 다음으로 찾아간 형사법정에서는 이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경찰과 함께 나온 수감자를 그다지 멀지 않은 거리에서 볼 수 있었고,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던 문신한 무서운 아저씨들이 바로 내 앞에 앉아 재판을 방청하고 있었다.
이러한 경험은 나와 비슷한 사람들 사이에서 20년간 살아오며 이 사람들이 이 세상의 전부일 거라고만 생각해 온 나의 모습이 마치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뿐만 아니라 법정모니터링 외에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했던 법 관련 세미나 방청 또한 매우 유익한 경험이었는데, 교내에서 하는 세미나만 두번을 참석했던 나는 1년 넘게 다닌 학교에서 이렇게 유익한 세미나를 자주 하는지 몰랐다는 것에 대해 큰 안타까움을 느꼈다.
이제까지는 관심조차 갖지 않았던 세미나 참석을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법적 주제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으며, 이들의 고민을 통해 내가 사는 세상이 조금씩 발전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감사한 마음도 새삼 들었다.
이 외에도 한 학기동안의 사회봉사 경험은 나에게 글로 표현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이제까지 미처 내가 보지 못한 세계에 새로이 눈을 뜰 수 있도록 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교과서에서만 보던, 멀게만 느껴지던 법을 가까이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던 좋은 기회였다.
이렇듯 좋은 경험을 가능한 한 많은 친구들이 함께 하기를 바라며, 두서없던 사회봉사 감상문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