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나를 위한 시간, 나를 위한 봉사활동-서울대 영어영문학과 안혜경
처음 이 봉사활동을 시작한 계기는 교내 사회봉사 프로그램 Ⅰ,Ⅱ,Ⅲ,Ⅳ중에 Ⅳ를 이수하며 지난 2년 동안 해온 봉사활동을 이어가기 위해서였다.
특별히 법률소비자연맹을 선택한 이유는 지금껏 봉사해 온 유형과는 다른 일을 해보고 싶었고, NGO단체의 여러 가지 활동은 나의 그런 마음에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봉사활동은 ‘누군가를 위해 봉사한다’는 마음 아래 그로부터 상호작용해 2차적으로 나 역시 배운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이번 봉사활동은 조금 달랐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봉사한다는 느낌보다 법으로부터 문외한인 나에게, 언론에 큰 관심을 두지 않던 나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준 것 같았다. 즉 봉사가 아닌 넓은 식견을 가질 수 있게 한 ‘나를 위한 시간’이었다.



오리엔테이션 때, 법률소비자연맹에서 처음으로 봉사하는 사람은 반드시 민사․형사․소액 각각 3군데 법정을 반드시 참관해 법정모니터링을 해야 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법원에 대한 두려움과 법원에 가야 된다는 약간의 압박감과 귀찮음이 생겼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는 좋은 경험이 될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결론은 역시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법정에 참관한 것은 행운이었다.
처음 법정에 들어섰을 때는 법정 안의 고요함과 엄숙한 분위기 때문에 약간 경직되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 중간 중간에 졸고 있는 재판장을 볼 때나, 약간은 어수선하게 재판을 진행하는 판사를 볼 때 지금까지 머릿속으로 그린 법정의 느낌이 꽤 잘못되었음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리고 법원이란 내게 분쟁 시 해결을 위해 가는 나의 범위 밖에 존재한 특별한 곳이라는 느낌이 강했었다.
그러나 이번 참관을 통해 법원이란 내가 가지 않는 곳이라 단정 지을 수 없으며 우리의 생활 안에 존재하는 평범한 곳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또, 소액․단독․합의를 나누는 기준이 금액인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법원에 오는 대부분의 분쟁원인은 ‘돈’인 것 같았다.
결국 ‘돈’이라는 것에 얽혀 이해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통해 난 자본주의 사회에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제 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봤을 때 왜 그런 이유로 분쟁을 하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다가도 막상 내가 저 상황이면 민감해질 수밖에 없겠다는 아이러니의 감정을 느꼈다.
그리고 도시의 각박함 속에서 개인성만을 강조하다보면 고독과 소외를 느끼기도 하는데 법정 참관을 통해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분쟁이라는 거북한 상황이지만, 난 그 속에서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보게 되었다.
특히 주식조작과 같은 화이트칼라범죄에 관한 심판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에 대해 뒤에서 고심할 판사를 단지 겉으로만 성급히 판단한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 외에 언론모니터링을 했다.
사실 신문 읽는 것의 중요성을 늘 인식하고 있음에도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던 내게는 좋은 경험이었다.
최근 정권이 교체되고 지난 3개월 동안 꽤 많은 사회적 이슈가 등장함에 따라 신문을 읽는 재미를 한층 더한 기억이 난다.
또 온라인 과 오프라인에서 스크랩을 하며 우리가 사실을 객관적으로 보지 않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서로 다른 색채를 가진 두 개의 신문을 읽으면서 독자가 사실이라 믿는 것이 실제로는 지나치게 언론에 영향을 받은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어떤 사회적 이슈에 대해 한 쪽에 치우친 기사만을 읽고 쉽게 정의 내렸던 모습이 떠오르자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객관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이번 사회봉사를 통해서 시민사회 속에서 한 시민으로서의 역할과 그에 상응하는 책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또 한 국가의 주인이라는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 동안 난 한 사회의 정책과 이슈에 대해 무관심한 자세로 일관했다.
그러나 사회에 대한 자발적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또한 국가와 국민 그리고 시민단체의 거버넌스를 통해서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지고 발전할 수 있음을 느끼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지만 실제 몸으로 체험하니 더욱 그 중요성이 와 닿았으며 앞으로 관심을 갖고 한 사회의 시민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다 하려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는 법률소비자연맹에서 법정․언론모니터링 이외의 활동에도 참여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