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대학의 마지막학년을 알차게 보내고 싶다는 욕심과..- 숙명여대 법학과 김혜지
졸업을 위해 봉사활동을 해야 하는 나에게 어떤 곳에서 봉사활동을 해야 할지 결정하는 일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대학의 마지막 학년을 알차게 보내고 싶다는 욕심과 졸업준비를 위해 조금은 편하게 할 수 있는 쉬운 일을 찾고 싶다는 안일함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이 됐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민을 하던 중 절친한 친구의 추천으로 과감하게 법률소비자연맹을 선택하게 됐다. 법학이라는 나의 전공과도 상관이 있었고,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는 친구의 권유는 강한 매력을 가지게 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간 법률소비자연맹은 나에게 근심을 안겨줬었다.
오리엔테이션 속 분위기는 엄격한 것 같았고, 깐깐한 느낌이 들어서였다.
오리엔테이션을 마친 후 괜히 선택했다는 후회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봉사활동 일을 배우기 위해 찾아갔을 때 따뜻하게 반겨주는 분위기였다.
친절하게 몇 번이고 다시 알려주고, 친근하게 대해주셔서 마음 편히 일을 배울 수 있었다. 더욱이 법정모니터링의 경우는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법학과이다 보니 종종 재판을 보고 레포트를 써야하는 과제가 있곤 했었기 때문에 몇 번 가서 방청 후기를 쓰기도 했다. 그 때 법원을 보고 느낀 것은 위압감과 함께 답답함이었다.
하지만 법률소비자연맹에서 나눠 준 설문지를 들고 ‘법률소비자’로서 방문한 법원의 느낌은 사뭇 달랐다.
법원에서 느꼈던 위압감은 내가 ‘주인’이라는 자부심과 권리의식으로 대체되었고, 설문작성이라는 이 사소한 일이 우리나라 법조계를 변화시킬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설렘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설문조항에 답을 하는 것은 무척이나 단순하고 쉬운 일이었지만 이런 행위를 통해 내 스스로가 변화한다는 것은 굉장히 대단한 일이기 때문에 봉사활동을 하면서 보람을 느꼈고 후회는 전혀 하지 않았다.



언론모니터링 역시 재밌고 유익했다.
연맹에서 정해진 주제를 가지고 10여개의 언론사들의 기사를 스크랩하고 7장으로 분석하는 일을 하는 것인데 쉬운 것 같으면서도 조금은 어려웠다.
신문을 정기구독하면서도 내가 관심 있어 하는 분야만 대강 훑어보는 정도에 불과했던 나에게 10여개의 신문들을 보거나 검색하면서 꼼꼼히 읽어보고 주제에 맞는 것을 선정하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주제와 맞는 것 같으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내용들이 종종 섞여있기도 했고,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도 각 언론사의 입장이 다르거나 이슈화하는 주제들이 많이 달랐기 때문에 기사를 스크랩하는 것은 만만하지 않았다.
하지만 스크랩한 자료를 분석하는 것은 무척 재밌는 일이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시간이 들기는 했지만 언론사마다의 입장의 차이를 알 수 있었고,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기사를 접하는 우리가 이 기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보통은 한가지의 신문만을 구독하기 때문에 자신이 구독한 신문 속 기사만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진실’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단지 ‘사실’에 그치는 때가 많았다. 내가 맡은 주제는 ‘언론을 통해 본 제273회 임시국회’였는데 언론사마다 비중이나 배열하는 위치, 이슈화정도, 견해의 차가 많이 달랐다.
정기 구독하는 신문만 읽었을 때는 그 신문을 맹신했는데 여러 신문을 동일한 주제로 비교해 가며 읽다보니 신문을 어떻게 수용해야할지를 알게 됐다.
이러한 사실을 깨닫는 계기가 된 것은 앞서 말한 스크랩기사의 분석 덕분이었다. 단순히 기사를 읽고 스크랩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이를 분석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분석 작업을 통해 보다 다양한 입장을 논리적으로 접근하고, 내 생각을 정리하는데 활용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봉사활동을 하며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세미나를 가지 못한 것이다.
사법개혁 등에 관심이 많은 나는 처음 봉사활동을 결심하면서 꼭 세미나를 가보고 싶었다. 그러나 4학년이다 보니 졸업준비를 해야 할 것도 많았고, 선뜻 시간이 나질 않아 단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
좀 더 전문적인 지식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다.
당분간 졸업준비 및 미래설계를 위해서 봉사활동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언제 다시 기회가 올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왜 좀더 일찍 저학년일 때 이 활동을 하지 않은 것인지 후회되기도 했다. 그래서 봉사활동을 시작하려는 친구들에게 되도록 일찍, 그리고 세미나 등을 위주로 봉사활동을 해보라고 말해 주고 싶다. 어릴 때 보다 여유롭게 봉사활동에 임한다면 더욱 유익하고 즐거운 봉사활동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법률소비자연맹과 함께한 봉사활동은 단순히 봉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인식을 변화시키고 보다 나은 자신을 만들어 가는 좋은 기회였다.
이러한 기회를 통해 봉사활동은 남에게 베푸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갈고 닦는 것이라는 걸 알려준 고마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