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소중한 자기 성장의 기회- 서울대 대학원 철학과 유용빈
대학원에서의 두 번째 학기가 끝나갈 무렵인 지난 가을이었다.
조교실 근무를 하던 어느 날 우연히 겨울 계절 학기 수강 편람을 뒤적이게 되었는데, 그 와중에 사회 봉사1이라고 하는 ‘희한한’ 과목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가정 먼저 떠오른 생각은 “내가 대학을 다니면서 봉사 활동을 한 적이 있던가?” 라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학부 생활 4년과 대학원 생활 1년, 합해서 5년이라는 짧지 않은 대학 생활 동안 단 한 시간의 봉사 활동도 한 적이 없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사회 봉사1의 수강을 결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사회 봉사 과목들은 대학원생인 나에게 있어서는 이수 학점으로 인정조차 되지 않는 과목들이다.
하지만 사회 봉사1을 수강한 것을 단 한 번도 후회해 본 적은 없다.
그것은 학점 취득 이상의 소중한 자기 성장의 기회를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학기에 또 한 번 사회 봉사 과목, 다시 말하면 사회 봉사2를 수강하게 된 것이다.


사회 봉사2를 수강하게로 마음먹은 나에게 있어서 어느 분야에서 봉사 활동을 해야 할지는 커다란 고민일 수밖에 없었다.
우리 학교는 다양한 분야에서의 봉사 활동 기회를 보장해 주고 있었지만, 나는 고민 끝에 지난 학기와 마찬가지로 이번 학기에도 법률 소비자 연맹을 선택하였다.
한 학기 동안 시민 단체에서 봉사 활동을 해 본 결과, 사회 변화를 이끄는 능동적인 역할을 수행했다는 매우 큰 자기만족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난번과 똑같은 봉사 활동을 반복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세부 활동분야에 변화를 주었다.
지난 학기에는 법정 및 의정 모니터링을 진행하였는데, 이번 학기에는 언론·방송 모니터링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었다.



창립한지 17년이 된 법률 소비자 연맹은 규모와 전문성에 있어서 국내 최대 그리고 최고를 자부하는 법률 전문 시민 단체라고 하겠다.
창립 초기에는 이영섭 전 대법원장, 김은호 전 대한변협회장 등이 고문으로 활동했고, 현재는 김대인 총재가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그동안 공정 사회 구현, 인권 보호, 부패 척결을 위한 법률 정의 운동을 수행해왔는데, 구체적인 사례로는, 1995년의 사법 시험 정원 확대 운동, 1997년의 전자 주민 카드 반대 운동 그리고 1998년의 변호사 강제주의 철회 운동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법률 소비자 연맹은 어떠한 명목의 정부 지원도 거절하고 있으며 회비와 후원금만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와 같이 권위 있는 시민 단체에서 봉사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나에게 커다란 행운이었다고 하겠다.



이미 언급한대로 한 학기 동안 법률 소비자 연맹에서 내가 진행한 봉사 활동은 언론·방송 모니터링이었다.
그 주제는 이명박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대한 언론의 반응이었다.
봉사 활동의 성격상 직접 법률 소비자 연맹에 가서 활동할 필요는 없었다. 나의 경우엔 일주일에 두 번씩, 한 번 할 때마다 두 시간 이상 활동하겠다는 나름의 기준을 정했었다.
봉사 활동의 대부분이 재택 활동이므로 확실한 기준이 서지 않는다면 봉사 활동의 지속 여부 자체가 불투명할 것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봉사 활동은 총 5주에 걸쳐서 진행되었다. 첫째 주에는 이명박 정부의 다양한 일자리 창출 정책 가운데 무엇을 소재로 삼을지를 정하였고, 둘째 주에는 수많은 언론 중에서 어느 것을 분석 대상으로 택할지를 생각해보았다.
따라서 셋째 주부터 다섯째 주까지가 본격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대한 언론의 반응을 분석한 기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봉사 활동을 하는 동안 어려웠던 점은 언론이 이명박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대해 보도하는 경우가 상당히 적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나 의료 보험 민영화 등과 같이 논란이 될 만한 정책을 수없이 발표하였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 정책과 같이 매 정권마다 비슷한 논의가 반복되는 정책은 세간의 이목을 끌기가 거의 불가능했고, 자연스레 언론의 관심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었다.


언론·방송 모니터링이라는 또 한 번의 봉사 활동을 마치고 나니 여러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그 가운데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역시 뿌듯함일 것이다.
대학 생활 5년 만에 처음이로 봉사 활동을 시작하여 이제 겨우 두 학기 째에 접어들기 때문에 많이 늦었고 또한 많이 모자란 봉사 활동이었지만,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사회 변화를 이끄는 능동적인 역할을 수행했다는 점에서 나에게 커다란 의미가 있다.
하지만 뿌듯함과 함께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
뒤늦은 후회임에 분명하지만, “왜 조금 더 열심히 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당시에는 별 다른 생각이 없었지만 봉사 활동을 마치고 나니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사소한 행동 하나 하나가 아쉬움으로 남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 봉사 활동에 스스로 점수를 매겨 보자면, 후하게 점수를 준다고 하여도 보통 정도밖에는 되지 않는 것 같다.
이처럼 여러모로 부족하게 봉사 활동을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사회 봉사2는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나는 이번 사회 봉사2를 통해서 사회 문제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사회적 책임감을 체득할 수 있었고, 성숙한 자아를 형성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것은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기 성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이와 같은 소중한 자기 성장의 기회를 다시 한 번 갖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