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법률소비자연맹 식구 모두에게 감사의 말씀을..-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김원준
2008년 1학기, 마지막 졸업학기를 보내게 된 나는 운좋게도 친구들에 비해 시간적으로 여유있는 시간표 구성이 이루어졌다.
대학생활로서는 마지막 학기인데 남는 시간을 무언가 나름대로 뜻있고 보람된 일에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결국 이런 다소 평범한 생각이 나로 하여금 법률소비자연맹에서의 사회봉사를 신청하게 한 동기가 되었다.
사실 그동안 나에게 사회봉사라고 하면 일부러 시간을 내어 저소득층을 위한 단체나 장애시설, 혹은 복지시설 등을 찾아 땀 흘리며 일을 하는 것이라는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었던 것 같다. 대학교육까지 받은 사람으로서는 나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매우 단순하고 편향된 생각임을 부인할 수 없으며 그 때문에 지금 생각하면 그런 내가 심히 부끄러워진다.
우연히 학교 홈페이지에 링크되어 있는 사회봉사 배너가 눈에 띄어 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사회봉사에 사회기관에서 업무를 도와주거나 내가 갖고 있는 지식을 활용하여 갖가지 공공업무를 모니터링하는 등의 사회기관 봉사활동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는 것을 더불어 고백한다.
이것은 일부러 시간을 내어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육체적으로 힘든 일도 아니기에 나도 자투리 시간이 날 때마다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그런 일이었다.
내 생활에 큰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봉사가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고 인원이 다 찼을까봐 걱정을 하며 얼른 신청을 했던 기억이 난다.
신청이 정상적으로 완료되었다는 공지만 보았을 뿐인데도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겠구나하는 뿌듯함과 설렘으로 흥분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봉사를 신청한 기관은 법률소비자연맹이라는 곳이었는데,
전문적인 분야인 법률에 낯선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법률지원을 돕거나, 법원에서 행해지는 재판을 모니터링함으로써 재판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위해 노력함은 물론, 국회나 국회의원의 의정, 언론의 보도 등 또한 모니터링하여 시민의 눈과 귀가 되어 시민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는 사회기관이라 할 수 있다.


소비자학을 전공하는 나에게 법률소비자연맹을 이끌고 계시는 김대인 총재님께서 기관명에 소비자라는 말이 들어가서 전공과 관련된 기관으로 잘못 알지는 않았냐고 농담섞인 말씀을 하셨던 기억이 나는데, 솔직히 처음엔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소비자들이 법률에 관계된 분쟁이 생겼을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곳 정도의 의미로 추측했으니 말이다.
나중에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지만 법률소비자연맹의 소비자는 법률소비자라는 말의 소비자로서 법률생산자와 대비되는 의미로 법률 안에서 생활하는 일반 시민을 지칭하는 의미이다. 이러한 연맹의 이름에 대한 의미를 이해한 이후 나는 연맹에서의 업무에 대해 대충 짐작이 가능해졌다.



나뿐만 아니라 굉장히 많은 학생들이 봉사활동에 임하고 있었기에 법정 모니터링이나 의정 모니터링 등의 업무지원이 충분할 것으로 생각되었고,
연맹에서 바쁘게 일하시는 간사님들을 직접 보니 미력하지만 조금이나마 그 분들의 업무를 도와 혹여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조금 덜 받게 해 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이유였다.
봉사가 끝난 지금 생각해보면 웃음밖에 나지 않는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었다고 덧붙이고 싶다.
실제 내근 행정업무를 하면서 본 연맹의 간사님들은 모두들 열의를 갖고 늘 웃으며 일하시고 계셨기에 업무 스트레스와는 거리가 멀어보였기 때문이다.
난 필수업무로 부여받은 법정 모니터링은 6월초까지 봉사기간인 나와는 달리 5월중순경까지 봉사기간이 책정된 다른 학교의 봉사학생들과 겹치지 않도록 5월 말에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일단 행정업무에 치중하였다.
연맹에 보관되어 있는 갖가지 자료들의 네이밍 작업과 분류작업도 하고 제 18대 국회 의정 모니터링의 효율화를 위한 데이터베이스 구축 업무 보조도 하였다.
내가 한 작업들이 시민을 위해 쓰여질 것이라 생각하니 나름대로 보람되고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실 말이 사회봉사이지 오히려 업무 보조를 하면서 국회나 의정활동에 대한 많은 지식과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개인적으로 교육의 장을 제공받은 좋은 기회였던 것 같기도 하다.
업무를 하면서 우리나라의 국회의원들에 대해 다시한번 꼼꼼히 살펴볼 수 있었고, 그들의 의정활동 등도 세심하게 체크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매번 연맹을 갈 때마다 친절하게 반겨주시고 그리 어렵지도 않은 업무임에도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하시는 연맹분들을 보면서 나 또한 봉사 기간 내내 매우 행복하게 봉사활동을 하였는데 그 때문인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금방 법정 모니터링을 계획한 5월 말이 되었다.
나는 교대역에 위치한 서울 지방법원과 고등법원의 민사, 민사소액, 형사사건의 재판을 주로 참관했는데 첫날 생전 처음으로 방문한 법정의 모습에 신기해하면서도 왠지 모를 경외심에 주눅이 들어 방청석에 소심하게 앉아있던 기억이 난다.
재판을 진행하는 재판관과 변호사, 당사자들, 검사 그리고 법원직원의 모습까지 꼼꼼히 관찰하고 혹시라도 재판당사자가 불공평한 대우를 받지는 않는지, 재판관이 성의없는 자세나 권위적인 태도로 재판에 임하지는 않는지 등을 유심히 살폈다.
우연히 엘리베이터에서 검사 한분이랑 말씀을 나누게 되었는데 방청석에 웬 학생이 들어와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쫑긋 세우고 재판을 경청하는 모습이 보이면 재판관이나 검사는 물론 변호사 그 외 법원직원들은 모니터링을 하러 온 학생인 것을 알고 다들 조심스럽게 행동한다고 웃으시면서 말씀하셨다.
내가 하는 일이 그만큼 재판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큰 영향을 주는 일이라니 정말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민사소액재판의 경우 30분이라는 시간에 최대 20건 넘는 재판이 이루어지는 것을 감안할 때 많은 업무와 법관이라는 신분이 갖는 특성상 자칫 매너리즘에 빠져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분위기에서 재판당사자들을 무시하거나 공정성에 문제가 있는 판결이 유도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법률소비자연맹의 많은 봉사학생들이 대단히 큰 노력을 하고 있으며 이 또한 엄연히 사회봉사가 될 수 있음이 실제 몸으로 체험하였다.
특히 내가 모니터링한 재판중 하나가 얼마 전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한화 김승연 회장 보복폭행 사건과 관련된 경찰들의 직무유기에 관한 재판이었는데 사회의 이슈가 된 사건의 재판을 실제 눈으로 보고 모니터링한다는 생각에 밀려오는 흥분을 감출 수 없었던 일화 또한 기억에 남는다.


대학교육을 받으며 지성인이라는 소리를 듣는 환경에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이 한정되어 있다고 성급하게 판단하여 미루고 또 미루고 하였던 나였다.
그런 내가 이번 학기동안 정말 부담없이 내내 보람과 뿌듯함을 느끼며 행복하게 봉사활동을 마쳤다. 봉사활동이 이처럼 쉽고 친근한 것이었음을 진작 알았더라면 내 삶은, 내 자신은 과연 얼마나 바뀌었을까.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법률소비자연맹에서의 봉사활동은 앞으로 이어질 내 봉사활동의 첫 테잎을 끊은 의미있는 경험이었으며 봉사활동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뜻깊은 행동이었다.




더불어 봉사활동을 마치며 쓰는 이 글이 예전 봉사활동에 대한 부담감을 지녔던 나와 같은 많은 이들에게 봉사활동이 낯설고 다가가기 어려운 것이 결코 아님을 알리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마칠까 한다. 마지막으로 봉사활동 기간내내 늘 친절히 대해주셨던 김대인 총재님을 비롯한 법률소비자연맹 식구 모두에게 감사의 말씀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