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감시는 또하나의 사회기여이며, 더 큰 의미의 봉사활동이다-한양대 영어영문 이창균
내가 처음 법률소비자연맹에 대해 알게 된 것은 학교 사회봉사단을 통해서였다. 학기 중 봉사활동을 통한 학점이수제로 그동안 3학점을 이수했던 터라, 마지막이 될지 모를 이번 학기엔(총 4학점까지 인정) 뭔가 새로운 프로그램을 해보고 싶었다.
고심하던 차에 ‘법정 모니터링’, ‘언론 모니터링’ 등의 문구가 눈에 들어왔고, 난 곧 호기심이 생겼다.
평소 언론은 관심이 많던 분야였다.
그리고 법정은 관심을 갖고픈 분야였다.
그렇게 나와 법률소비자연맹의 인연은 시작됐다.


첫 단체 O.T 때 연맹을 들른 나는 봄 학기 동안 같이 일하게 될 많은 수의 자원봉사활동 참가 대학생들을 만났고, 그 규모에 깜짝 놀랐다.
이어 김대인 총재님의 교육이 시작됐는데 그 자리에서 난 감시활동이나 법의 중요성에 대해 미처 몰랐던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그중 가장 인상 깊게 들었던 말씀은 “감시는 또 하나의 사회기여이며, 더 큰 의미의 봉사활동이다.
잘못된 법이 있다면 감시를 통해 이를 개선하고, 그럼으로써 사회적 약자에게 더 좋은 법을 만들 수 있다.”는 요지의 내용이었다.
O.T는 이틀 동안 계속됐고, 난 소중한 배움과 함께 이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법정 모니터링 첫날, 서울지법 민사법정 앞에서 만난 K할머니는 문맹 노숙자였다.
부당한 사유로 집이 철거당해 법원에서 몇 년 째 소송 중이라고 하셨다.
그는 변호사도 선임 못한 듯, 재판장에게 직접 억울함을 호소할 거라고 했다.
법도 ‘돈 있고 글 아는 사람’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것 같아 씁쓸했다.
자신이 불러주는 내용을 글씨로 써달라며 종이를 한 장 내미는 그의 청을 거절할 수가 없어, 한 시간 동안 컴퓨터로 타자를 치며 도와드렸다.
그때 환한 표정으로 고맙다는 작별인사를 다섯 번도 넘게 건네며 돌아서던 K할머니의 모습이 아직까지 잊히질 않는다.
이런 소중한 경험은, 내가 이 봉사활동을 신청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평생 겪기 어려웠을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후로 서울지법 형사법정과 고등법원의 재판 현장을 며칠간 직접 드나들면서 난 김대인 총재님의 ‘감시의 필요성’ 말씀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장엔 공정한 모습의 좋은 판사, 검사, 변호사도 계셨지만 반대로 그렇지 못한 - 개선이 시급해 보이는 - 모습의 판사, 검사, 변호사도 있었다.
법원의 시설이나 서비스 면에서도 좋은 부분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그렇지 못해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직접 발로 뛰며 눈으로 보며 나의 고민이나 생각도 늘어만 갔다.
이때 느낀 점들을 최대한 열심히 모니터링 용지에 기록해나갔다.


언론 모니터링은 주로 집에서 한 주간 주요 일간지의 보도 내용을 스크랩하고 분석하는 것으로 활동했는데, 내가 선정한 주제는 ‘현 정부의 방송, 통신 정책에 관한 보도 내용 분석’이었다.
막상 활동을 시작하며 1주, 2주가 계속 지날수록 나는 어려움을 느꼈다.
팩트(fact) 여부를 떠나 논조 자체가 워낙 일정하다보니 그랬던 게 첫 번째 이유였고, 두 번째는 당초 생각했던 중요성보다는 해당 기사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정리 후 나름대로 분석한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하면서는 왠지 모를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더 열심히 할 걸 싶은 후회랄까.
그만큼 언론 모니터링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인지 모른다.


활동을 하는 동안, 법률소비자연맹의 활약상에 대해서도 큰 관심이 생겼던 나는 당시 대학생NGO기자로 일하고 있던 중앙일보 시민사회연구소의 웹진을 통해 김대인 총재님과 연맹에 대해 취재하여 기사화하는 등 또 하나의 값진 경험도 채울 수 있었다.
총재님은 인터뷰 때도 O.T 때처럼 열성적인 모습 그대로였다.
이렇게 봄 학기 두어 달에 걸쳐 계속됐던 봉사활동을 마치는 나의 마음은 뜻 모를 보람이나 아쉬움으로 가득하다.
새롭게 훗날을 기약해보며 글을 마칠까 한다. 아울러 나보다 더 나은 젊은 대학생 인재들이, 같은 활동을 통해 더 많은 성과와 깨달음을 거둘 수 있게 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