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두번째 한 봉사활동 - 한양대 송송이
이번 여름학기 봉사활동은 봄학기에 이어 두 번째로 하는 것이었다. 봄 학기 때 법률소비자연맹이라는 단체에서 법정모니터링, 사무보조, 세미나 및 토론회 참석 등등의 활동을 했었는데, 대학생이 되고 난 후 제대로 된 봉사활동이 처음인 나에게는 이런 것들이 상당히 인상적이고 보람된 기억으로 남아있었기에, 다시 여름학기 봉사활동도 법률소비자연맹에서 하기로 다짐했었던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법률소비자연맹에서 근무하고 계시는 분들의 친절함과 따뜻함 또한 여름학기 봉사활동을 그 곳에서 계속 이어나게 만든 하나의 요소이기도 했다.
여름학기 봉사활동은 봄학기에 비해 상당히 바쁘고, 빠르게 진행되었다. 기간적으로 봄학기 때는 넉넉잡아 서너달 정도의 시간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한 달 만에 모든 것을 다 해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수업이 없는 관계로 24시간, 31일이 모두 자유시간 이었기는 했지만, 혼자 계획했던 공부계획에 치여서 정말 눈코뜰새 없이 보냈던 것 같다.
이번 여름학기에 한 봉사활동의 내용은 봄학기 때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봄학기 때는 주로, 법률소비자연맹 건물 내에서 사무보조를 하거나 법정모니터링을 한 경우가 대다수였기 때문에 이번 여름학기에는 토론회나 세미나 참석, 언론모니터링과 같은 외부활동에 좀 더 중점을 두고자 노력했다. 물론, 봄학기 때도 토론회에 참석해보기는 했지만, 기대했던 것만큼의 수준에서 이루어졌던 토론회가 아니었고, 나름대로 실망했던 부분이 많았던 터라 토론회나 세미나에 대한 다른 기대가 계속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이는 아니었지만, 봄학기에 비해 짧았던 여름학기 봉사기간 동안 몇 군데의 토론회에 다녀오는데 성공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이뤄졌던 국제형사재판에 관한 세미나이다. 처음에는 솔직히 자료집을 받고 조금만 듣다가 올 생각이었는데, 5,000원이라는 생각보다 비싼 자료집의 가격 때문에 결국 세미나를 다 참관하고 내용을 요약해가는 작업을 하게 되었었다. 그런데 이게 왠 일! 생각지도 못하게, 세미나의 패널들이 모두 외국인이 아닌가! 세미나 제목 그대로, 국제형사재판이라 그랬는지, 요즘 한창 진행 중인 “ICC" 확립에 힘을 쓰고 있는 세계 곳곳의 학자분들이 오셔서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토론해보는 자리였던 것이다. 게다가 그 세미나를 보러 온 사람 중에도 역시 외국인이 몇 명 있었다. ”영어“와는 담을 확실히 쌓고 있는 난 갑작스럽게 발생한 이 사태에 어찌 대처해야 할지 앞이 깜깜해졌다. 결국 법률소비자연맹으로 전화를 걸어 이 사태를 어찌해야하는지 SOS를 쳤는데, 들려오는 대답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의 노력“을 다해보고, 안 되면 그냥 다른 세미나에 참석해보라는 것이었다. 마음에서 외치는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듣고 가야지“ 하는 소리와 ”과연 알아들을 수 있을까?“ 하는 가로막힌 현실의 벽 앞에서 한참을 갈등하다 결국 세미나 장소로 들어갔다. 물론, 세미나를 듣고 내용을 파악해가야 하는데, 까맣고 노란 피부를 가진 저들의 말들을 어찌 다 이해하겠느냐마는 그냥 돌아가기에는 나의 기대가 이미 너무 커져있었다.
하지만, 역시 국가인권위원회 건물은 대한민국 서울 땅에 있는 것이었고, 그 세미나를 준비한 주체도 역시 한국인이었기에 나의 걱정은 기우였다. 다행히도 준비위원회 측에서 통역원 두 명을 배치해두었고, 모두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통역기를 나누어주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물론 100% 완벽하게는 아니었지만, 무슨 이야기가 오가며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는지 정도는 뒤처지지 않게 따라갈 수 있었다. 하지만 때로, 한참 길게 얘기한 패널의 말을 단 한 문장으로 통역해 줄 때는 정말이지, “내가 영어공부해서 그냥 듣던가 해야지!”라는 마음이 생겨, 한참을 영어공부에 대한 열의를 태워야했다.
세미나 도중 기억에 남는 하나의 장면은, 조금 실망스럽게도 패널 중의 한 명이 다른 화자가 자신의 주장을 개진하며 있는데 졸고 있었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자리인 만큼, 그 곳에 있는 것이 단지 “개인”의 신분으로서가 아니라 “국가적 위상”을 대변할 수 있는 자리였을 텐데, 그리고 굳이 그런 거창한 이유를 들지 않고 세미나에 참석하는 기본적인 예의를 생각해보더라도, 그렇게 졸고 있는 모습은 상당히 보기 좋지 않았다. 결국, 그 사람은 세미나 진행 도중 받은 질문에 버벅거리며 대답하는 우스운 모습을 보이고야 말았다.
전체적인 봉사활동은 봄학기 때와 비교해서 좀 더 수월했다. 한 학기 동안 한 번 해보았던 것이어서 익숙해진 탓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법률소비자연맹 담당자분께서 내 이름과 얼굴을 기억해주셔서 상당히 잘해 주셨기 때문이다. 사무실에서 사무보조를 하고 있을 때면, 마치 내가 승진이라도 한 듯한 기분으로 있을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가을학기에도 봉사활동을 계속해볼까 하는 유혹(?)이 계속 든다.
언제나 그렇지만, 누군가를 돕고 지낸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모두 자신의 삶 속에 갇혀 그 안에서 아우성치며 사느라 잠시 주위를 돌아보는 것을 잊고 지내기 일쑤이다. 한 번만 걸음을 잠시 멈춰 서서 주위를 둘러보고, 주위 사람을 살펴보고,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한 번 생각해보고, 그러면 삶의 여유가 생길텐데 많은 사람이 그러지 못하고 있다. 나도 그렇게 수십년을 보내온 사람 중의 하나였다. 하지만, 봉사활동을 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제껏 너무 나만 생각하며 지내온 것이 아닌가 하는... ... 물론, 내가 한 봉사활동이 아픈 사람의 병수발을 하고, 장애어린이를 돌봐주고, 고아원의 아이들에게 학업을 가르치고 하는 것들은 아니어서 솔직히 아주 크게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생각은 들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돈이 없어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한다거나, 국선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 해도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많은 문제들, 여전히 위협받고 있는 피의자의 인권, 검사기소주의, 판사의 절대적 권한 등등, 아직도 우리 사회는 기본적인 인권이 지켜지지 않고 있고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하지 못하다는 것을 깨달을 때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작은 보탬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현실에만 안주하며 나만을 생각하며 살기에는 우리가 고쳐나가야 할 것이 아직도 너무 많지 않나 하는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그 때는 조금씩 봉사활동에 대한 작은 보람을 느낀다.
그리고 또 하나.
그 동안 교과서적으로만 들렸던 “민주사회”에 대한 상이, 법률소비자연맹에서의 봉사활동을 통해 좀 더 현실적으로 그리고 구체적으로 피부에 와 닿게 되었다. 너무나도 익숙한 말이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추상적이고 이상적이기만 했던 이 말이, 이제는 구체적인 모습으로 내게 다가온다.
벌써 여름의 반이 지나갔고, 여름학기 봉사활동은 끝이 났다.
봄학기 때와는 또 다른 느낌들이 다시 내 몸 속을 파고든다.
하지만, 그 때와 비슷한 느낌이 또 하나 있다면... ...
다음 학기에 또 해 볼까? 하는 마음이 또 꿈틀거린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