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경험에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 이어지길 소망..-서울대 법학과 이수행
이번 학기가 대학생활의 마지막 학기라는 사실은 나에게 이번에는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의무감을 심어주었다.
그래서 이것저것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다가 마침 학교 포털 게시판에서 사회봉사라는 과목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봉사도 하고 학점도 딸 수 있는 일석이조의 과목이었다.
바로 이거야 하는 생각에 사회봉사 과목을 수강하기로 결심하고,
기초교육원 홈페이지에서 봉사기관을 검색하였는데 법률소비자연맹이라는 단체가 눈에 들어왔다.
전공이 법학 이다보니 이 단체에서 봉사하면 내가 봉사하는데 좀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주저 없이 선택했다.
수강 신청을 하는 날, 강원도 태백시에서 집짓기 봉사를 하고 있었는데 인터넷이 되는 곳이 주변에 없어서 산골짜기의 추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새벽에 차타고 30분 이상을 가서 겨우 신청을 했던 기억이 난다.


어쨌든 무사히 신청을 하고, 처음 오리엔테이션을 받으러 방배동에 위치한 법률소비자연맹 사무실에 방문하게 되었다.
오리엔테이션은 금, 토에 걸쳐 진행되었는데 법률 노래를 배웠던 것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주로 헌법의 내용과 국민으로서의 기본권 보장과 같은 내용에 대한 강의를 들었고,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강사가 오셔서 선거법과 관련된 강의도 해주셨다.
법학과다 보니 대부분은 기존에 알고 있었던 내용이었지만, 다시 강의를 통해 들으니 기억이 뚜렷해지는 느낌이었다.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앞으로 봉사활동을 어떻게 할지 정해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법정모니터링은 필수였고 기타 한 가지를 더 정해야 하는데, 당시 국회의원 총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고, 평소 그 분야에 관심도 있었던 터라 선거를 감시하는 선거모니터링을 선택하게 되었다.


선거모니터링활동은 주로 발로 뛰는 활동이었다.
활동 당시에는 점점 더워지는 날씨에 귀찮기도 하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4년마다 돌아오는 선거에 운 좋게 내가 선거모니터링 활동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 같아 좋았다.
선거모니터링을 하면서 각 후보들의 유세현장에 찾아가서 어떤 식으로 선거운동을 하는지 불법적인 선거운동은 없는지 유심히 살펴보았다.
이번 선거모니터링 활동을 하면서 한 가지 뿌듯했던 점은, 이제 많은 선거 후보자들이 금품이나 조직 같은 구태의연한 선거 운동 보다는, 직접 발로 뛰고,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율동도 하고 명함도 나눠주면서 유권자들과 가까워지려는 노력을 하였다는 점이다.
덕분에 나도 내가 맡은 관악구 을 선거구에 출마한 대부분의 후보자들과 악수도 해보고 직접 공약에 대해 이야기도 들어보는 등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내가 모니터링한 관악구 을 선거구에 출마한 대부분의 후보자들이 뉴타운, 경전철 등 선심성 개발 사업을 공약으로 제시해, 후보자들 간에 정책 차별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나 자신이 관악구 주민으로서 생각하건데, 뉴타운이나 경전철 등은 현재 이 지역이 해결해야할 급박한 문제가 아님에도 후보자들이 대대적으로 그 공약들을 선전하는 것을 보면, 민생 친화적인 공약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좋았던 것도 있고,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사회봉사프로그램을 통해 뜻밖의 경험을 할 수 있어 보람 있었다.


형사재판을 보러 몇 차례 법원을 왔다갔다 하긴 했지만, 이렇게 정식으로 모니터링을 하는 건 처음이었다.
법원에 들어서면서 떨렸던 마음가짐과 달리 재판을 모니터링하면서 문제된 법적 논점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하고, 사법현실에 대한 생각도 하는 등 좋은 경험이 되었던 것 같다.
내가 아는 판사・검사・변호사들과 마찬가지로 모니터링 했던 재판의 판・검・변호사들도 각각 공정한 재판과 공익, 의뢰인의 권리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해 주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하지만 개인의 파산사건을 참관하면서 법정 앞에서 보았던 할아버지 한 분이, 변호인이 연락도 없이 오지 않아 발길을 돌려야 하신다고 하소연하시던 모습은 내내 뇌리에 남았다.
법률서비스와 관련하여 아직 개선할 점이 많다고 생각되었다.
특히 소액재판과 개인파산사건이 열리는 별관은 주로 서민들이 사용하는데, 너무 시설이 낙후되어 있어 불편함이 느껴졌다.
또한 법정 경위들이 서성거리는 경우가 많아 재판에의 집중도가 떨어지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시정해야 될 점이라 생각한다.
사회봉사 프로그램을 통해 법률소비자연맹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선거모니터링, 법정모니터링 분야 참여를 통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권리, 특히 사법적 권리에 대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이제 그것이 다만 “경험”에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소망한다.

이 봉사 프로그램 취지도, 몇 십 시간의 봉사 과정이 한 개인의 경험으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그 경험과 경험이 모여 우리 사회의 관심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또 참여했던 활동이 나만의 소중한 경험이 아닌 활동 중에 만난 많은 분들 그리고 같이 법률소비자연맹에서 활동했던 분들께도 소중한 경험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힘이 거대한 역사의 물결을 바꾸어 놓는 것을 많이 목격하였다.
제 자신이 바로 그 작은 힘이 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그리고 성실하게 봉사에 참여하면, 더 밝고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봉사”을 통해 나 자신과 나아가 다른 이들, 사회까지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찬 동력을 얻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법률소비자연맹의 총재님 이하 여러 간사님들의 도움이 봉사하는데 많은 힘이 되었다.
의문사항이 많아 사무실에 여러 차례 문의를 하였는데 그 때마다 친절하게 답해주셨다.
봉사마치고 사무실에 들렀을 때도 심도 있는 봉사 후 지도를 해주셨다.
보통 봉사를 하면 그냥 인력만 이용하고 끝인 경우가 많은데, 법률소비자연맹은 봉사 뿐 만 아니라 봉사자들의 교육에도 관심을 갖고 힘쓰는 단체였던 것 같다.
법학도의 한 사람으로서 법률소비자연맹이 지향하는 민주・자유・법치 사회의 이룩이 실현되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좋은 프로그램을 통해 대학생들이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