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상당히 뿌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경험-서울대 경제학부 김정아
법률연맹
2009-04-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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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사회봉사1을 통해 언어교육원에서 공부중인 외국인 학생의 한국 생활을 돕는 경험을 했었다. 그 기회를 계기로 동년배의 일본인 학생 두 명과 친분을 쌓게 되었는데, 돌아보면 내가 그 친구들에게 도움을 줬다기보다는 오히려 내가 그들로부터 여러 가지를 배우고 느끼게 되었던 것 같다.
이렇듯 첫 번째 사회봉사가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었기 때문에 졸업을 앞둔 마지막 학기에 다시 한 번 봉사의 경험을 가져보기로 마음먹게 되었다.
이번 봉사를 통해서는 주로 학교 안에서 외국인 친구들과의 일대일 관계로 이뤄졌던 사회봉사 1과 다르게, 학교 밖으로 나가 좀 더 커다란 주제와 직접 만나는 기회를 갖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하게 된 것이 법률소비자연맹의 법정모니터링 활동과 국정감사 모니터링 활동이다.
솔직히 봉사활동을 막 시작할 때는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법률소비자연맹을 통한 봉사의 경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기에 앞서 학교에서 진행하는 오리엔테이션 외에도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총 3회의 오리엔테이션이 있고, 이 활동들은 학교에서 요구하는 최소봉사시간에 포함되지도 않으며, 참여시마다 짧지 않은 모니터링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학기라 여러 가지로 바빴던 데다가 학교 안에서 어렵지 않게 이뤄졌던 첫 봉사에 비하면 훨씬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는 계산적인 생각이 앞섰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학기를 마친 지금, 돌이켜보면 학교 안에서만 머물렀던 지난 시간들과 달리 학교 밖에서 여러 가지를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는 생각만 남는다.
법률소비자연맹에서 한 봉사활동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올해 10월 한 달 간 수행되었던 국정감사를 모니터링 하는 것이었다.
국정감사 모니터링은 법률소비자연맹을 비롯한 수 십 개의 비정부기구가 연합하여 출범시킨 모니터링단에 소속되어 국정감사장 또는 국회 내 사무실에 직접 방문하여 감사과정을 모니터링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나는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지식경제위원회 감사를 모니터링 했고, 참관이 끝나고서는 하루 동안 감사내용을 속기했던 것과 특이사항으로 기록해 두었던 것을 취합해 모니터링단 홈페이지에 업로드하여 감사평가에 반영하도록 했다.
모니터링을 하면서 느낀 것은 국회의원과 피감기관 및 기타 관련자들 대부분이 생각 이상으로 성실하게 감사에 임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국회의원들의 경우 국정감사를 위한 사전준비 상태가 비교적 좋았고 감사에서는 반드시 거론되어야 할 현안들이 지적되었다.
예전에는 국회에 출석도장만 찍고 국정감사장을 떠나버리는 의원들도 많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꾸준한 모니터링과 국회방송을 통한 실시간 생중계의 영향 때문인지 그런 의원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여전히 개선되어야 할 부분도 많았다. 정쟁의 도구로 전락되어 폭언이 오고갔던 몇몇 감사가 있었으며 감사 자체가 중단되거나 이뤄지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오늘날 각종 미디어, 시민단체의 모니터링 활동 등으로 ‘보는 눈’이 많아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중계가 이뤄진다고 해도 이를 주의 깊게 보는 사람은 별로 없으며 대부분은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짤막한 글과 화면만으로 감사 전반에 대한 판단을 내린다는 점, 정치와 정치인, 국가기관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 때문에 국정감사는 애초에 관심사가 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국정감사의 개선을 가로막는 이유들로 남아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결국 이런 부분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수단으로서 비정부기구의 역할에 대해 긍정하게 되었고 이들과 시민이 연대한 직접적인 감시뿐만이 아니라 나와 같이 봉사에 참여한 사람들을 교육하는 기능 또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느끼게 되었다.
또 하나 생각해보게 된 점은 ‘과연 내가 봉사자로서 제대로 된 자질을 갖추었는가’이다. 국정감사에서는 피감기관 업무의 여러 가지 사항에 대해서 감사를 하는데 나는 이것에 대한 충분한 사전지식이 없어서 모니터링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곤란한 경우가 몇 번 있었다.
예를 들어 우수의원 및 불성실의원을 선정하는데 있어서도 제대로 된 기준을 세우기 어려웠다. 단순히 보기 좋은 자료를 많이 만들어왔고 달변이라고 해서 그 의원이 정말로 국정감사에 성실하게 임하고 있고, 감사가 요구하고 있는 전문성을 갖추었는지, 편향된 관점에서 국민을 호도하려 하지는 않는지를 판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전지식이 부족하다보니 우수의원 혹은 불성실의원을 선정하는데 있어 진행상의 매너가 좋다거나 상당한 지식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 혹은 그렇지 못한 사람을 꼽지 않았나 싶다. 결국 마지막으로 제출한 보고서에는 고민하다가 공란으로 남겨둔 부분도 몇 개 된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여나 다른 봉사자들도 나처럼 불확실한 근거와 주관적 인상을 갖고 보고서를 작성했다면 그런 자료들이 모여져 만들어진 종합평가보고서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을 것이다. 특정 단체에 소속되어있지 않으며 특별한 편향이 없는 비전문가라는 점이 공정성이나 말 그대로 ‘국민의 평가’라는 점을 보장해준다는 점에서는 상당한 장점이 될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정치적 지식과 현안에 대한 정보를 가진 사람들의 공정한 평가와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 결과가 도출되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봉사자들에 대한 사전 교육이 보다 실용적인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든가, 해당 분야에 관심과 지식이 있는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두 번째로 참여한 활동은 법정모니터링이다.
법정모니터링은 민사, 형사 법정을 각각 3회 이상 방청하고 국정감사와 마찬가지로 정해진 양식에 따라 참관한 내용을 평가, 기록하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민사재판의 경우 짧은 시간 안에 수개의 사건이 처리되므로 서류상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많고 너무 빨리 다음 사건으로 넘어가서 구체적인 분쟁 내용을 파악하기 힘들었다.
반면, 형사재판은 비교적 장시간 진행되기 때문에 참관을 통해 사람들이 어떤 문제 때문에 갈등이 생겨 재판까지 오게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법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재판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고, 설문에 주어진 내용에 따라 재판과정을 살피는데 주력했다.
처음엔 ‘졸고 있는 판사가 있는가?’ ‘재판장에 판사들이 정시에 들어오는가?’ ‘판사 혹은 검사는 원고, 피고에게 존대를 하는가?’ 등의 항목으로 구성된 모니터링 보고서를 보면서 너무 피상적이진 않은지, 혹은 저런 기초적인 것들도 설마 지켜지지 않을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이번 학기 대학생 봉사를 통해 재판장에서 졸고 있는 판사들이 여전히 있다는 것이 발견되고, 이것이 국회의원을 통해 언론에 보도되기까지 한 것을 보니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인 것 같다.
이번 봉사를 통해 행정의 주요한 주체인 국회, 행정부, 법원, 비정부기구가 하는 활동들을 직접 눈으로 지켜보며 여러 가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모두 다 일견 내 삶과는 먼듯하지만 실은 다양한 방식으로 나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 곳들이었다. 특히 비정부기구 혹은 비영리기구가 하는 일은 직접적인 모니터링뿐만 아니라 이를 언론에 알려 이슈화함으로써 변화를 촉구하는 것, 나와 같은 일반시민들의 올바른 정치적 사회화를 위해 봉사활동 프로그램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과 같이 다양한 영역에 걸쳐있음을 직접 확인했다. 그간 나는 아무것도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 들려지는 것들, 보이는 것들에만 의존해 비판과 여과 없이 그것들을 받아들이지는 않았는지 반성해보았다.
법률소비자연맹 오리엔테이션날 봉사활동을 장기간 성실히 수행하는 학생들에게 상을 수여하는 것을 보았다. 나의 동기가 무려 4학기 연속 법률소비자연맹의 봉사활동에 참여하여 대상을 수상하였는데, 그것을 보고 ‘한 번만 하면 됐지, 다른 경험을 해보면 좋을 텐데 왜 그렇게 여러 번 같은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지금은 그 친구들의 생각을 알 것 같다. 이번 학기에 봉사활동을 하면서 부족했던 부분은 다음 봉사에서는 좀 더 나아질 수 있을 것 같고, 다음번엔 이번보다 봉사라는 말처럼 나의 활동이 좀 더 보탬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봉사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힘들다면 힘들다고 할 수 있는 활동이지만 상당히 뿌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