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봉사활동을 마치며..-인하대학교 이근혁
법률소비자연맹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었다.
좀 과장되게 말하면 인생의 지표를 새롭게 했다고 할 수 있다.
법학부를 4년 동안 다니면서 형법, 헌법, 민법, 행정법 등 많은 법을 배우며 이론적 기초를 다졌지만 실제로 그것들이 우리생활에서 어떻게 작용되는지에 대해서는 너무나 무관심했다. 학회활동이나 수업으로 모의재판을 몇 번 방청하긴 했지만 PASS/FAIL 과목의 하나라고 생각했을 뿐만 아니라 이론수업에 비해서 얻는 것이 없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나의 이런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고 위험한 것이었는지 법정 모니터링을 하며 깨닫게 되었다.
사법부는 법을 집행하는 곳으로 사람의 생명이나 재산에 중대한 제약을 가할 수 있는 곳이다.
따라서 사법부는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는 동시에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사법구조는 소위 엘리트주의가 대단히 강하기 때문에 “법은 높으신 분들만 아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따라서 법과 국민생활은 유리되어있고 사법기관은 국민 위에 군림해온 것이 사실이다. 법정 모니터링을 하면서 가장 절실하게 느낀 부분이 이것이다.
법정에 처음 들어섰을 때 무언가 폐쇄적이고 권위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재판을 참관하는 내내 판사와 변호사 그리고 검사 위주로 재판이 진행되었으며 정작 사건의 당사자인 국민은 왠지 모르게 소외된 분위기였다.
학부 4년 동안 법을 배웠는데도 재판진행 상황을 겨우겨우 알았는데 법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재판을 봤다면 “소 귀에 경 읽기”의 상황과 다를 바가 없었을 것이다.
이것은 분명 바로잡아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국가질서를 확립해야할 사법부가 자신의 이익을 내세워 국민의 의사와 배치되는 판결을 내린다면 그것보다 위험한 일은 없을 것이다.
결국 사법부가 제 기능을 발휘하도록 도우려면 국민의 지속적인 참여와 관심이 필요하다. 따라서 법률소비자연맹의 이러한 활동이 대중들에게 더 많이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혹자는 “우리나라는 윗물부터 썩어서 구제하기 힘든 나라야”라며 자포자기한다.
하지만 나는 현실을 바꾸려는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였는지 그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아니, 오히려 권력자들의 부패보다 국민들의 비참여적인 행태가 오늘날의 많은 문제점을 만든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언론 모니터링을 위해 우리나라의 대표적 토론 프로그램인 KBS심야토론과 MBC100분토론을 비교, 분석하면서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함을 느낄 수 있었다.
사회 공동체의 번영을 위해서는 각계각층의 의견을 직접 듣고 내 생각과 다른 부분에 귀 기울이며 대화와 타협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토론이 민주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바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토론을 위한 기초로써 “토론의 장”이 필요하고 이 기능의 일부를 언론이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그것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 국민들의 지속적인 감시와 참여가 필요하다.
토론 프로그램을 분석하면서 사회문제에 대해 골치 아픈 일, 나와는 상관없는 세계의 일로 성급한 판단을 내렸던 내 자신의 무지에 부끄러웠다.
나의 목소리가 세상에 전달되지 않을 것을 우려해 쉽사리 포기하는 것 보다는 다양한 사람들과 지속적인 소통을 시도함으로써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필요함을 절실히 깨달았다.


법정 모니터링과 언론 모니터링이 사회와 법제도에 대한 나의 무지와 편견을 일소해 주었다면 학술행사 모니터링은 나의 지식세계와 시야를 보다 넓혀준 계기가 되었다.
전공분야와 가까운 정치, 법, 경제부분 뿐만 아니라 생소한 영역이었던 환경에 이르기까지 해당분야 전문가들의 생생한 강연을 직접 들을 수 있는 매우 귀중한 경험이었다.
학술행사에 직접 참여하기 전에는 학술행사에 대한 일종의 거부감이나 부담감이 있었다.
고층의 화려한 건물에서 이른바 전문가들이라는 사람들끼리 모여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는 그런 모임으로 밖에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접 참여해보니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많은 정보나 지식을 접할 수 있었고 전문적인 식견이 없더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었다.
해보기전에 겁 먼저 먹고 쉽게 포기하려했던 모습을 반성하면서 앞으로도 기회가 있다면 많은 학술행사에 참여해보고 싶다.


법정 모니터링, 언론 모니터링, 학술행사 모니터링을 하면서 민주국가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 국민의 참여로 운영되는 나라 그것이 민주국가의 참 의미일 것이다. 일주일 전 참관했던 소액사건 재판이 떠오른다.
판사는 사건 진행이 끝난 후 당사자에게 미소를 지으며 일일이 “수고하셨습니다.”라며 인사를 건넸다.
이처럼 국민에게 다가가는 사법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당사자의 인격을 존중해주고 재판이 끝난 후에는 권위에서 잠시 떠나 뒤를 돌아볼 줄 아는 배려 그것이 사법개혁으로 가는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