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돈주고도 살 수없는 소중한경험..-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이상준

우선 이러한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봉사활동 및 경험의 기회를 주신 법률소비자 연맹과 이것을 연결해준 작지만 중요한 일을 해준 학교에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본래 내가 이 봉사활동을 시작한 이유는 로스쿨에 관심이 있어서 법원의 일이 어떤지 봉사활동 경력도 쌓을 겸 해서였기에 어찌 보면 매우 계산적이고 나 자신이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활동하는 내내 나를 괴롭혔다.
그러나 오히려 이러한 자책감이 양심의 문제로 연결되어 봉사활동 기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하는 방향으로 마음이 써지게 되어서 결과적으로는 나 자신이 만족스럽고 보람도 느껴졌다.
활동 방식은 예상 외로 매우 힘들었기에 중간에 포기할까 하는 유혹도 많았으나 하다가 포기하느니 안하느니만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왠지 이런 기회가 다시 찾아오기 힘들 거라는 나 자신만의 추측도 하게 되어 우여곡절 끝에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였다.

어쨌든 이러한 나만의 목적을 통해서 얻은 나의 결론은 아쉽게도 법원에 대한 회의감과 판검사, 변호사가 되는 것에 대한 환상의 박멸이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다고나 할까, 내가 꿈꾸던 법조인의 모습과 현실의 법조인은 정말 많이 달라보였는데, 아무래도 영화나 드라마의 모습을 상상했었나보다.
이러한 나의 감정적 실망감이 결합되다보니 법원 모니터링은 비교적 철저한 비판정신에 입각하여 하게 되어서 한편으로 어찌 보면 나랑 일면식 없는 이들이기에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냉정하게 평가했다.
무엇보다도 현실과는 비교적 동떨어져 보이는 형식적인 사건 조사 및 차일 피일 사건 해결을 미루는 것 같은 긴장 없는 모습에서 나의 일부분을 발견한 것 같아 더욱 거부감이 들었고, 어쩌면 이러한 실망감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도 미래에 저런 사람들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기 싫다고, 되기 싫은 모습이라고 피해갈 수는 없다는 게 나의 다소 고집스런 생각이기에 어쩌면 이러한 싫은 모습을 많이 보았고 싫증을 느꼈는데도 장래에 나의 진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끔찍하기까지 하다.

내가 애당초 로스쿨을 가려고 한 이유는 공대생이라는 법조계 입장에서는 다소 외부인으로서의 감정을 공유하며 이러한 소외된 사람들을 포함한 외부인 같은 사람들에게 기회의 문을 열어주고 도움을 주고 싶어서였는데, 현실은 재판소라는 곳이 죄의 문제, 양심의 문제를 해결해 준다기보다 없던 죄가 만들어지고 감정대립이 전보다 더 커지는 곳, 가지 않는 것이 최선인 곳이라고 인식되었기에 나는 이러한 사건 제조를 통해 무언가 목적을 달성해보겠다는 식의 계산은 예전만큼 철저하지 않아졌다.
그래서 이 길이 아닌 다른 길로 들어서 이러한 나의 생각과 소신을 달성하고 싶어졌는데, 동시에 이러한 법조인이라는 직업이 고역이고 나의 능력이 부족하다보니 더욱 피하고 싶어지지는 않았는지 하는 내적 갈등을 겪게 되었다.
참 어려운 문제였다.
그래서 나는 깨질 땐 깨지더라도 더욱 더 이 일에 철저히 부딪쳐 보고 싶어졌기에 인간관계를 포함한 다른 대부분의 것들을 포기한 채 이 일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보았고, 이러한 다소 험난한 과정을 통해 결과적으로 나의 무능력인가 아니면 애당초 나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진로인가에 대한 새로운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무능력이라면 능력을 갖춘 후에는 법원이, 그리고 이를 통한 세상이 다르게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을 줄 수 있는 반면 나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진로라면 왠지 현실을 외면하는 듯 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두 가지 고민모두 나에게는 무거운 과제로 다가오는 기분이었다.
실망은 했지만 포기할 수 없는 매우 난처하고 해석하기 힘든 마음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다소 무거운 마음을 간직한 채 언론모니터링의 경우 나에게 또 다른 고민거리를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약간 고리타분해 보이고 세상일과 동떨어지게 느껴졌던 법정의 모습과는 달리 언론의 사설을 통해 비춰진 세상의 모습은 보다 현실과 맞닿아있다고 느껴지게 하였고, 무엇보다도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함을 재차 확인함으로써 다소 격리된 듯 한 법원 일에 내가 굳이 뜻을 두었던 이유를 되묻게 되었다.
급변하는 세상, 그리고 그러한 거센 파도와 함께하는 듯 한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방식으로써는 어쩌면 법원과 같이 격리되어 있고 비교적 폐쇄적인 듯 한 나의 마음의 벽을 허무는 일이 우선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법조인에 대한 더 큰 회의감과 동시에 이것을 여기서 선택하지 않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방식의 이기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싫든 좋든 법조인이 되고 싶어져야 한다는 다소 어려운 생각에 도달하게 되었다.
차후에 법조인이 되는 것에 실패하는 일이 있더라도 적어도 나 자신에 대한 도전이자 각성의 계기로 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론을 통해 보도된 수많은 사건들과 다양한 시각들을 통해서 나는 이들의 다양한 시각들이 무의미하지 않고 가치 있는 의견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고, 다양한 사건들을 통해 오해가 있었던 부분은 합리적인 절차와 마음으로 수긍할 수 있는 결론을 통하여 해결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것을 법조인이라는 신분으로서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할 수 있을지 하는 생각에 잠시 빠졌는데, 그렇게 되려면 나 자신이 나를 뛰어넘어선 남을 이롭게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좀 더 나아진 모습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나 중심적인 무게중심을 다른 이들과 공유할 수 있는 수준에 우선 도달해야 로스쿨이든 법조인이든 가치 있는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높이기 위한 수준 향상이 아니라 나와 남을 이롭게 하기 위한 진정한 의미에서의 수준향상을 기대해보면서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더 힘들고 어려워서 나를 더 심하게 깎을 수 있는 봉사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울러 법률 소비자 연맹에서 제시한 지렛대 시민운동의 실천도 이러한 마음 자세를 갈고 닦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보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