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많은 것을 남겨준 봉사활동..-덕성여대 영어영문 유호정
2009년 새해에는 무언가 새로운 도전을 하겠다는 결심으로 교내 ‘사회봉사1’이란 과목을 신청했다. 2주에 걸쳐 진행된 ‘사회봉사1’ 오리엔테이션을 받기 전까지는 그저 막연히 사회봉사란 독거노인, 장애인, 어린 아이들을 돌보거나 쓰레기 줍기, 청소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는 사회봉사에 관한 나의 고정관념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또 대학생들이 할 수 있는 사회봉사가 얼마나 우리 주변 가까이에 있고, 그 범위 또한 다양한지 깨달았다. 그리고 ‘사회봉사1’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기관들 중 눈에 띄는 한 기관을 발견하게 되었다. 바로 ‘법률소비자연맹’이 그것이었다. 법률소비자연맹이라고 하면 처음 들어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 단체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법률을 전문으로 하는 시민단체이다.

나는 고등학교 때 ‘법과 사회’라는 과목을 굉장히 좋아하였고,
이를 계기로 법과 정치에 관련된 분야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법이란 궁극적으로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보장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배웠다.
특히 사법부에서는 입법부에서 제정한 법률을 사회를 비롯하여 국민에게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국가 기관이라고 배웠다.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또 공개 재판의 원칙에 따라 누구나 언제 어떤 법원이든 재판의 과정을 볼 수 있다는 걸 난 이미 알고 있었다. 한 번은 ‘법과 사회’를 가르치셨던 선생님께서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인생에 한 번쯤 기회가 닿는다면, 법원에 가서 실제 재판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몸소 체험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 기회가 내게 찾아왔다. 법률소비자연맹의 활동 안내 책자에서 ‘법정모니터링’을 보자마자 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기관에 연락을 취했다. 참고로 법정모니터링이란 법률소비자연맹에서 사회봉사하는 대학생들이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하는 활동이다.

법률소비자연맹의 오리엔테이션은 이틀에 걸쳐 진행되었다.
그토록 하고 싶었던 경험을 하게 될 것이란 기대감에 부풀어 기관을 찾는 나의 발걸음은 마냥 가벼웠다. 오리엔테이션에서는 대학생들이 앞으로 약 한 학기 동안 사회봉사를 하는데 필요할 기본적인 법적 소양을 배웠다.
또 법률소비자연맹에서 할 수 있는 사회봉사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를 설명 들었다.
법정모니터링을 비롯하여 언론모니터링, 의정모니터링, 세미나모니터링, 번역 봉사 등 의외로 대학생들이 할 수 있는 사회봉사 활동 범위가 다양해서 내심 놀랐다. 처음엔 법률소비자연맹에서 대학생들이 사회봉사를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고, 그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법률소비자연맹의 김대인 총재이 말씀하시길, 법률소비자연맹에서 대학생들에게 사회봉사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대학생들이 민주주의 시민으로서 마땅히 법과 관련된 사회, 정치적 분야에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함이다.

내가 법률소비자연맹에서 활동했던 사회봉사는 법정모니터링과 세미나모니터링이다.
우선 법정모니터링은 직접 서울법원에 가서 재판이 실제로 이뤄지는 과정을 보고, 그 과정을 기록하는 것이다. 뉴스의 참고 영상에서만 비춰지던 서울법원을 실제 눈앞에서 봤을 때 느꼈던 설렘과 두근거림이 아직도 기억난다. 권위적으로만 비춰졌던 판사들과 변호사, 검사들도 실제로 바로 가까이에서 지켜보니 나의 생각이 조금 잘못되었다고 깨달았다. 과연 저 자리까지 어떻게 올라갔고, 그 자리를 어떻게 유지하는지 그의 자질이 의심되는 몇 판사와 검사들을 보았고, 반면에 그야말로 이제껏 내가 꿈꿔온 이상적인 판사의 모습을 보이며 존경심을 불러일으키는 판사님도 보았다. 내가 법정모니터링을 할 때마다 주변 친구들은 법원에 아무나 갈 수 있냐는 질문과 함께 법정모니터링을 하는 나를 보고 매우 놀라워했다. 아직까지는 일반인들에게 법이란 생소하고 어려운 분야로 인식되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점 때문에 법률소비자연맹 김대인 총재님께서 대학생들에게 사회봉사 경험을 제공하는 이유를 비로소 깨달았다.

세미나모니터링에서는 책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씨, 한국의 대표적인 좌파 지식인으로 불리우는 진중권, EBS의 ‘지식채널e’의 전 김진혁 PD의 강연을 들었다. 처음엔 세미나라고 해서 국회의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회의가 이뤄지는 자리에 참석하는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가을에 열리는 국회감사모니터링에서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 세미나모니터링은 법률소비자연맹에서 인정하는 사회 정치와 관련된 분야를 주제로 펼쳐지는 각종 강연들을 듣고, 그 과정을 기록하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평소 듣고 싶었던 다양한 강연들을 접할 수 있어 좋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연사는 우석훈씨였다. 내게 ‘88만원 세대’란 책은 굉장한 충격과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그의 연사는 책보다 훨씬 더 많은 인상과 교훈을 주었다. 그의 강연으로 나는 다음날 거리에 나가 촛불 시위에 참석했고, 결국 그 시위의 후기로 쓴 글은 전국 대학생 연맹의 신문에 실려 전국 대학가에 퍼졌다.

이번 법률소비자연맹에서의 봉사경험은 나에게 여러 가지 많은 것을 남겨주었다.
우선, 타 기관과는 달리 법률소비자연맹의 봉사활동은 전적으로 각 봉사활동가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는데, 하지만 나의 경우, 봉사활동가로서 지켜야할 정해진 약속이행에 있어서 잘못을 저질렀다. ‘사회봉사1’의 교수님, 법률소비자연맹,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 약속을 어겼다. 미리미리 시간을 배분하여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하지 못한 것이 나의 큰 잘못이었다.
결국 나는 다른 학생들이 봉사활동 시간을 다 채웠을 때에도 학교 측에서 요구하는 봉사시간을 다 채우지 못했고, 뒤늦게 봉사시간을 채우느라 애를 썼다.
이것도 다행히 기관 측에서 내게 관용을 베풀어 다시 한 번 봉사시간을 채울 기회를 주셨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처음엔 마냥 잘 할 것이란 자신감에만 부풀었었는데, 막상 시간이 지나니 나의 행동이 그에 미치지 못 한걸 깨닫고, 무척이나 후회되고 스스로가 부끄럽다. 이번 경험으로 역시 자율적으로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과 봉사활동에 있어 시간 약속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내게 한 번의 기회를 더 주신 법률소비자연맹 측의 관용에 감사를 드리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