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봉사 참여자인 나에게 더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경험들..-서울대 사회학과 오준석
학교에서 하는 두 번째 봉사였다. 성격탓 때문인지 교외 활동은 그리 해본 경험이 없었고, 봉사활동도 그저 학교에서 수업의 일환으로 듣는 사회봉사 과목을 통해서 접하는 것이 다였다. 처음 봉사는 학교 근처 공부방에 나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었다. 그래서 두 번째는 좀 다른 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결정한 것이 시민단체에서 일 해보는 것이었다. 평소에 언론분야에 대한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법률소비자연맹에서 언론모니터링 봉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법률소비자연맹이라는 이름에서 법률관련 시민단체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 외에는 어떠한 정보도 없었다. 그리고 언론모니터링은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처음 연맹을 찾아간 날이 봉사자 오리엔테이션 첫 번째 날이었다. 각 학교별로 수 백명의 학생들이 교육을 받으러 오다보니 교육장소 내부는 상당히 복잡했고 연맹의 간사님들은 교육 진행을 위해 열심히, 분주히 움직이셨다.
봉사를 마치면서 지난 한 학기를 돌아봤을 때 봉사활동에 있어 나에게 기억에 남는 몇 장면 중 하나가 바로 오리엔테이션 시간이었다. 연맹 총재님의 말씀, 강의도 새롭고 유익했으며 다함께 노래 부르던 시간도 기억에 남는다.(시민단체에 봉사 와서 노래배우는 시간이 있을 줄은 몰랐었다.) 법률분야에 대해서는 아는 게 참 없었는데 이번 활동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법률분야에 대해 새로이 알게 된 것들이 많았다. 우리가 법을 그저 어렵고 잘 모른다고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 나에게 가장 의미 있는 말로 기억된다. 법 위에 잠자는 자는 법이 보호할 가치가 없다는 말처럼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법을 알고 우리 생활 속에서의 법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하고 가슴에 새겨둘 필요가 있다.
의무적으로 하게 되는 법률 모니터링도 나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법원, 법정에 들어설 일이 전혀 없었다. 그리고 모든 재판들이 공개적으로 모두에게 개방되어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그래서 처음에 모니터링 하러 가서 재판장 입구의 게이트를 통과하는 것에서부터 법정 내부로 들어서서 방청하는 모든 것들이 낯설고 어색했다. 그런 중에 모니터링까지 해야 한다는 것에 그리 더운 날씨도 아니었던 봄이었지만 곧잘 식은땀이 흐르곤 했다.
법정모니터링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재판받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우리 사회 내부적으로 존재하는 많을 갈등의 양상과 그 면면들을 새삼 마주하고 떠올리게 되었고, 그동안 학교 안에 갇혀 지내면서는 느낄 수 없었던 사회에 대한 많은 생각들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사회학을 전공하는 사회학도로서 너무 책 속에 있는 내용, 이론들에만 파묻혀있었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반성의 생각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어찌되었건 우리 사회의 많은 갈등을 중재하고 정리하는 법원에서의 모니터링 과정은 사회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을 한 층 더 폭넓고 깊이 있게 다듬어 주는 계기가 되었다.
내가 선택한 언론모니터링의 주제는 신문사설 분석이었다. 10개의 일간신문들의 한 주간의 사설들을 모두 읽고 분석, 정리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간단해 보이는 작업이었지만 실제로 조사, 연구에 들어서면서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일단 180개의 사설을 일일이 읽고 분석하는 것에서부터 중복되는 여러 주제들을 선정, 하나의 주제에 대한 각 신문사들마다의 보도성향과 논조를 비교, 분석하면서 지금까지 내가 신문을 읽어오면서 놓쳤던 많은 부분들을 세심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국내 신문시장을 살펴보면 조선, 중앙, 동아일보 이렇게 메이져 3사의 점유율이 월등히 높고 이는 세 신문 모두 대체적으로 보수적 성향을 띤다는 점에서 그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신문사의 경우 사측의 입장을 사설이나 칼럼 등의 형식을 통해 분명히 전달한다는 점에서 자칫 독자는 하나의 사회현안에 대해 편중된 시각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자는 사설에서의 주장, 견해를 이해하는데 있어 주장의 근거와 배경, 그리고 논리적 일관성 등을 고려하여 판단해야한다.
물론 우리 사회는 이미 이런 부분에서 많은 극복을 이루었다고 개인적으로는 평가한다. 이미 인터넷을 통한 대중간의 소통의 장이 확보되었고 이를 통해 기존의 언론권력들이 여론 형성, 주도, 독점의 경향은 많이 완화되었다. 하지만 권력의 속성은 어느 순간이고 어디에서든 새로이 그 힘을 발휘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런 미시적 권력의 행포에 주목하고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신문을 볼 때에도 다양한 관점의 신문사 의견을 비교, 분석해서 받아들이는 태도는 현대인들이 현대사회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봉사활동 중간에 모니터링 평가를 받기위해 연맹에 다시 찾아갔을 때의 인상을 적어본다. 사실 그 이전까지는 연맹에 소속된 여러 간사님들과 봉사자 분들도 많고 연맹의 규모가 어느 정도 클 것으로 짐작했었다. 하지만 연맹 사무실에는 오리엔테이션 날에 뵈었던 몇 분의 간사님들과 총재님만이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고, 그나마도 많은 업무들로 바쁘게 움직이고 계셨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연맹은 규모면이나 재정적인 측면에서 어려운 부분이 많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대외적으로 연맹이 하고 있는 여러 활동들은 규모나 활동의 질에 있어서도 상당한 활동들이었고 그 영향력도 대단했다. 수 백 명의 대학생 봉사자들을 관리하는 것에서 국정감사 모니터링이나 그 밖에 많은 활동들을 봉사자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실로 놀라운 사실로 새롭게 다가왔다. 우리 봉사자들이 단순히 봉사시간이나 결과만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연맹에 대한 좀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말했던 몇 가지 점들에서 두고 보았을 때 이번 언론모니터링 봉사활동은 오히려 봉사 참여자인 나에게 더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경험들이었다. 이런 경험을 나뿐만 아니라 많은 다른 젊은 세대, 친구, 후배들과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을 끝으로 두서없는 소감문을 마무리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