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신선한 충격을 전해준 법률연맹에게 감사의 말을..-연세대 간호학과 졸업 황유리
떨리는 마음으로 법정모니터링을 위해 지방법원으로 향하던 첫날을 잊지 못할 거다. 일반인이 방청객으로 법정에 들어가는 것도 몰랐던 내가 혼자서 법원으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놀랍던지…. 법률연맹 모니터링에서 2회에 걸친 오리엔테이션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으로 내딛는 첫 발걸음은 매우 어려웠다.

그렇게 듣게 된 첫 민사재판은 재판당사자들의 목소리조차 듣기 어려울 만큼 스피드하게 진행됐고, 정말 억울한 일이 있어 바쁜 일정 중에 시간을 내어 왔을 저 사람들이 제대로 의견이나 낼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했다. 제 3자의 입장으로 재판을 모니터링 하러 오는 나조차도 첫 법원방문에 이렇게나 마음을 졸였는데, 정작 당사자인 저 사람들의 불안함과 걱정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처음 바라본 법정에는 변호사와 재판장이 있을 뿐, 어디에도 재판당사자들은 본인은 없는 느낌이었다. 모니터링 횟수가 늘어날수록 법정을 바라보는 내 시선은 여유로워졌다. 조금 더 진지하게 재판장이나 검사, 변호사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됐고, 재판당사자들이나 증인들을 대하는 태도를 좀 더 비판적으로 관찰할 수 있었다.

예전 의료기관은 권위를 가진 기관이었다. 물론 장기적인 교육으로 익힌 전문적 지식은 그 권위의 토대가 되어줬다. 하지만 의료기관은 전문적 지식을 겸한 서비스 기관이며, 기관을 찾는 이들에게 최선의 서비스와 지식을 제공해야 함을 당연한 일이다. 의료기관은 점차 변했고 여전히 권위적이기 하지만 계속적으로 탈권위적 자세를 벗어던지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전문기관인 법원은 여전히 정체된 느낌이다. 사법부라는 국가적 위상은 물론 인정하지만, 국가는 국민을 위한 기관이지 자신의 권위를 보여주기 위한 상징적 존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법원도 어느 정도의 권위는 벗어던지고 서비스적인 자세도 키우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을 위하고 법적 질서를 위한다는 법원에 국민은 없다면..? 내가 바라봤던 법정에서 바로 그러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재판당사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보다 공정하게 서로의 입장을 살피려하는 재판장이하의 법조인들도 있었다. 그러나 변호사들에게는 앉아서 진술해도 좋다고 예의 있게 말하는 반면, 재판당사자들에게는 지금 앉아서 뭐하는 거냐면서 일어나서 진술할 것을 종용하는 법조인들도 있었다. 할 말이 있다고 손을 드는 재판당사자들에게 변호사와 겹치는 말이면 하지 말라고 다그치는 재판장을 보면서 진정한 권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재판장이 자리한 위치에서부터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재판장을 바라보려면 재판당사자들이나 증인, 변호사들뿐만 아니라 재판을 방청하는 이들까지 고개를 들어 그들을 바라봐야한다. 왜 재판과 아무 관련 없는 나조차 그들을 고개를 들어 바라봐야 하는 것일까. 조금은 강요된 위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법률연맹에서 법정모니터링 이외에 대만헌법을 번역하고 여러 세미나를 방문하는 봉사활동의 경험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법정모니터링이 법학과는 거리가 멀었던 내게 가장 새로운 경험이었고, 법률연맹 본연의 의의에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법률연맹의 봉사는 단 한 번으로는 그 진가를 맛볼 수 없을 것 같다. 법률연맹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봉사활동을 차례로 경험하면서 우리가 진정한 이 국가의 주인인지에 대해 반성해 볼 필요가 있음을 느낀다. 신선한 충격을 전해 준 법률연맹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