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법과 조금 더 가까워 질 수 있게 계기를 마련해 준 하기 봉사활동을 마치고서-부산대 법 박호선

정말 우연한 기회에 법률소비자연맹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올해 군 제대하고, 남은 대학교 2년의 생활에 대하여 보다 구체적으로 생각하다보니, 봉사활동에 생각이 미치게 되었다. 부끄럽지만, 입대 전까지는 주위에서 방학을 이용하여 해외에 봉사활동 참가하러 간다거나 국내 여러 기관들에서 주최하는 봉사활동에 참가한다는 친구들의 말이 내겐 제대로 와 닿지 않았었다. 나와는 별 세계의 일인 듯이 느껴졌었고, 그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했었다. 그랬던 것이, 제대 후 정말 현실적인 문제로 내게 다가왔고, 주위에 다른 대학생들과 비교하여 내가 너무 안이하게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여 찾은 봉사활동 기관이 법률 소비자 연맹이다. 부산에서 매년 열리는 국제영화제 참가 봉사활동, 보육시설 또는 양로원 등에서 하는 자원봉사, 해외 오지 등에 가서 하는 자원 봉사 등 그 성격과 목적이 다른 다양한 봉사활동 등이 있었지만, 법원에 가서 재판 당사자와는 별개의 한 시민으로서, 또 법을 소비하는 소비자로서 재판에 참가하여 법조인들이 소비자에게 제대로 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를 모니터링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매력으로 내게 다가왔다. 또 다른 이유로는, 법대에서 공부한지 3년이 넘어감에도 불구하고 법원에서 행하는 재판과정을 한 번도 제대로 방청해 본 적이 없다는 부끄러운 사실도 한 몫을 하였다.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내가 한 봉사활동은 법정모니터링과 번역봉사, 세미나 참가 봉사, 그리고 법률소비자연맹 사무실에서 한 행정봉사였다. 이 중에서 내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재미있게 한 봉사활동을 뽑아보라고 한다면, 법정모니터링과 번역봉사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 할 수 있다. 법정모니터링은 내게 법이란 학교 수업시간에 활자로써 대하는 죽어있는 무엇인가가 아닌, 한 개인의 삶이 녹아있고 재판 결과에 따라 희비가 교차할 수 있는 살아있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2건의 행정소송 모니터링을 제외하고는 전부 부산 지방법원에서 재판과정을 모니터링 하였다. 내가 법원에 방문한 시간대가 문제인지, 아니면 지방법원이기에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내가 방청한 재판들은 모두 흔히 뉴스에서 언급되어지는 굵직굵직한 정치가가 개입된 사건 또는 재벌가의 탈세혐의와 관련된 사건 등과는 거리가 먼,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사람들의 訟事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보니 더욱 더 그 사람들의 애환과 희비가 잘 와 닿았는지도 모르겠다. 방청한 소송 중 한 부부와 판사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형사소송을 방청하러 간 날이었다. ‘오늘의 사건’ 목록을 훑어본 후 대기석에 앉아 있었더니 ‘덩치가 우람한’ 아저씨와 부인으로 보이시는 분이 걸어들어왔는데,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대단한 실례지만 딱 봐도 사건 관련자인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한 5분정도 법정 앞에서 안절부절 못하던 그 아저씨는, 내게 법에 대해서 조금 아는 바가 있는지 묻고는 자신의 사건에 대해서 내게 ‘자세히’ 이야기 해 주셨다. 간략히 소개하자면 오늘 법정에 온 목적은 이미 선고받은 형량이 과하다고 판단, 감형을 주장하기 위해 온 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감형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내게 물어봤는데,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적정한 형량이라고 판단되었고 또 항소를 함에 있어 변호인의 도움 없이 법정에 서는 것이 어려워보였다. 그러한 어려움에 대해 잘 알고 있기에 학생인 나에게까지 물어봤을 것이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대답이라는 것은 판사도 사람인 이상 자신의 죄에 대해서 인정하고 충분히 반성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리고 형이 과함에 대해 타당한 근거를 댈 수 있다면 감형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형식적인 것 뿐이었다. 그 항소의 결과를 말하자면 감형은 당연히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 큰 덩치의 아저씨는 어려운 형편에도 무거운 벌금을 모두 부담하게 되었다. 물론 죄를 지은 사람이 염치없이 그 죗값을 가지고 흥정한다는 것이 앞뒤가 안 맞긴 하지만, 법을 가지고 사람들의 죄를 저울질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모순된 상황도 어느 정도 감안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300만원의 벌금 중 단 몇 십만원이라도 감해 보려고 항소를 택한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변호인이 우리 사회에 많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비록 수임료가 적기에 어느 누구라도 선뜻 맡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적겠지만.
또 하나 기억에 남는 법정 모니터링은 한 명의 여자 판사와 관련이 있다. 소액법정 방청을 위해 법원에 방문했을 때, ‘오늘의 재판’ 목록을 보고 많이 놀랐었다. 1시간에 처리할 사건 수가 50건이 넘어보였기 때문이었다. 1시간에 그렇게 많은 재판이 진행된다면, 당연히 판사가 사건에 대해 신중히 생각하고 판단을 내리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여자 판사의 소송 진행은 내 예상과는 너무 달랐다. 대부분 원고는 금융업계로, 피고에 대해 신용카드 대금에 대한 원금상환 청구나 대여금 반환 등의 목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가장 서민들의 생활 모습이 잘 녹아있는 재판일 수 밖에 없었고, 그런 각각의 재판들이 1시간에 50건 이상이 진행되는 법정의 재판과정 속에서 하나의 객체로 전락하게 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또한 안타깝게 여겨졌다. 그래서 더욱 그러한 소송을 진행하는 판사에 대해 불신감을 갖고 모니터링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내가 모니터링한 소액재판 담당 판사는 그런 서민의 삶을 너무나 잘 이해해 주는, 배려심 가득한 사람이었고, 법원 내에서 내가 그토록 찾았던 이상적인 판사 像과 부합하는 사람이었다. 피고에게 ‘법적 구제책은 더 없는 상태이다.’ 고 하면서 원고에게 ‘피고에게 이자를 제외한 원금만 상환하도록 하는 방법을 강구해 줄 수 없겠느냐’ 등으로 청하여, 피고가 원고에 대해 부담하고 있는 상당한 채무를 그 경제적 사정을 고려하여 조금 줄여줄 방안을 강구하는 그런 판사의 모습에서 내가 앞으로 꼭 법과 관련된 일을 하지 않더라도 저런 판사와 같이 타인과 함께 사는, 공생의 방향을 모색하며 사는 그런 사람으로서 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게 하였다.
번역봉사활동은 일본 헌법과 검찰청법, 신 사법시험법, 일본 NGO 단체를 찾아 간략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을 하였다. 간략한 문건을 번역하는 것은 몇 차례 해 보았지만, 우리말로 되어있어도 그 해석이 난해 한 법조문을 다른 나라 언어로 되어있는 것을 우리나라 식으로 번역하여 옮겨적는다는 것이 생각보다 너무 어려웠다. 그래도 우리나라 법이 초기에 일본법을 참고한 부분이 있기에, 그 문투라던지 한자어들이 그렇게 생소한것만은 또 아니었다. 다른 봉사활동에 비해 시간이 많이 걸리긴 하였지만, 하고 나면 항상 뿌듯하고, 뭔가 해 내었다는 성취감이 드는 봉사활동이었던 것 같다.
가장 낯설고 힘들었던 봉사활동은 꼽으라면 세미나 봉사활동이었던 것 같다. 미리 그 주제에 관련한 자료들을 읽어보기도 하였지만, 그 부분에 있어 전공하고 깊이있게 공부하신 분들의 토론회에서 같이 공감하며 뭔가 하나라도 지식을 배우기가 참 힘들었던 것 같다. 마치 ‘그들만의 리그’에 참가한 ‘이방인’의 느낌? 그래도 항상 세미나에 참가하면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 정말 얕고 세상에는 내가 배워야 할 많은 지식들이 산재해 있음을 느끼게 해 주었다.
시간이 된다면 행정봉사활동을 한 번 해 볼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음은 물론이고, 단체의 목적과 부합하지 않는 외부의 압력 등에 굴하지 않고 그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1분 1초의 시간이 모자라게 일하고 있는 사무실 속에서 행정봉사를 해 본다면, 아주 작은 일부분이지만 NGO 단체에 대해 제대로 느껴 볼 수 있을 것이다.
짧은 방학 기간이지만, 모의재판이 아닌 실제 재판과정에 참가도 해 보고, 일본 법문을 번역해 보는 기회도 가져 보는 등 모처럼만에 방학을 알차게 보냈고 이 모든 일을 해 볼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법률소비자 연맹의 총재님 이하 모든 담당 선생님들께 감사하다고 다시 한 번 인사를 드리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