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법이 보호하지 않는다-서울대 경영 이한기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법이 보호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법 조항 중 공소시효와 관련된 것으로서, 그 뜻은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찾기 위해 스스로 행동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나 자신의 권익 보호는 절대 다른 누군가가 알아서 찾아주지 않으며 따라서 권리를 추구하는데 나태함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를 확대해서 사회의 각 분야에 적용하면 우리가 직접 발 벗고 나서야 할 부분이 많이 존재한다. 법조계도 그 중 하나이며 그 분야에서 시민 스스로의 힘으로 정당한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는 시민단체가 바로 ‘법률소비자연맹’이었다. 법률소비자연맹은 자원 봉사자들이 모여서 법정 모니터링, 의정 모니터링, 언론 모니터링 등의 활동을 통해 입법부와 사법부의 권력 행사를 감시하고 이를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특히 추계 자원 봉사자들은 국정감사 모니터링이라는 특별한 권한 및 의무를 가지게 되는데 이를 통해 의정 활동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국정감사를 국민의 대표로서 감시할 수 있는 자격을 갖게 된다. 따라서 법조인이 꿈인 나에게 있어서는 법률소비자연맹에서의 자원 봉사 활동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가 되었다. 더욱이 학교에서 학점 인정까지 받을 수 있으니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봉사활동도 할 수 있고 내 희망직업과 관련된 분야를 미리 경험해볼 수도 있는 등 일석삼조가 아닌가! 그래서 난 주저 않고 시민단체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처음 찾아간 법률소비자연맹은 작고 사람들도 많지 않은 사무실에 있었다. 하지만 알면 알수록 그 영향력은 참 넓고 크다는 것을 봉사활동을 하면서 알 수 있었다. 눈에 보이는 사무실 크기나 그 안에서의 사람 수 만으로는 법률소비자연맹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할 수가 없다. 다른 여러 시민단체들과 교류하며 많은 봉사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끊이지 않게 이어지고 있었고 그로 인해 법률소비자연맹의 사람들은 항상 부족한 시간 속에서도 시민의 권리를 찾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계셨다. OT 때 보니 많은 자원봉사자들을 수용하기에 버거운 사무실 공간과 그들에게 유인물을 모두 복사해줄 수도 없는 빈약한 재무적 자원을 갖고 있었지만 오히려 그렇게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될 수 있는 한 많은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하여 모니터링의 양과 질을 키우고 더 나아가 진정한 민주주의 꽃을 피우시려고 노력하시는 모습들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다. 그 분들이 갖고 계신 사명정신과 열의를 우리 봉사자들에게 온전히 전해주기 주기 위해서는 3시간의 OT시간도 참 부족해보일 정도였다. 국정감사 OT와 자원봉사자 OT를 마치고 난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의 일원이 되어서 기다리던 봉사활동의 첫 발을 내딛을 수 있게 되었다.

처음 시작한 봉사활동은 국정감사 모니터링이었다. 한 번은 국회 본청의 화상모니터실에서 TV 생중계 화면을 보며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감사를 모니터링 했고 또 한 번은 서울지방경찰청 현장에서 행정안전위원회의 감사를 모니터링 하였다. 국정감사는 4대 권력 중 3주체인 입법부, 행정부, 언론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 감시와 견제를 하는 매우 중요한 의정활동의 장이다. 3권 분립의 정신에 기초해서 입법부와 행정부를 분리하였고 행정부의 활동을 입법부가 감시하는 것이 국정감사의 목표이며 국민의 알권리를 대신해서 언론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도 그 규모가 커지고 영향력이 막강해지면서 점차 권력과 밀접한 관련을 맺으며 권력의 이해관계 속에 함께 묶여온 것이 역사적 현실이고 따라서 그들만의 감시와 견제 제도는 그들만의 형식적인 보여주기 행동에 그칠 우려가 있다. 따라서 그들 모두를 감시할 최종의 권한을 가진 주체가 바로 국민이고, 그 국민을 대표해 NGO 일원으로서 국정감사 현장에 선 것이라고 생각하니 매우 뚜렷한 시민의식이 내 맘속에 깊이 자리 잡게 되었다. 국정감사 모니터링 활동은 결코 만만한 게 아니었다. 보통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 넘어서까지 국정감사가 진행되었으며 우리 봉사자들은 그 모든 일분 일초동안 쉴 새 없이 질의응답내용과 의원들의 출결상황, 현장 상황 등을 노트해야만 했다. 거의 하루 온종일을 긴장을 놓지 않고 계속 펜으로 속기하려니 몸이 녹초가 되었지만, 그만큼 피감기관과 감사기관의 모든 사람들이 국정감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다. 말로만 들었던, 그래서 이미지로서만 남겨있던 국회의원들의 활동을 직접 보고 느끼는 경험을 통해 의정활동의 현실 모습을 더욱 똑바르게 직시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난 더욱 책임감 가지고 모니터활동을 하였고, 그 열의를 법률소비자연맹에서 높게 봐주셔서 국감 우수모니터위원 표창장까지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내게는 매우 보람되고 값진 봉사활동의 경험으로 남을 수 있었다.

다음으로 시작한 봉사활동은 법정 모니터링이었다. 국정감사 모니터링이 4대 권력 중 3주체를 모니터링 한 것이라면, 법정 모니터링은 나머지 하나 즉, 사법부를 모니터링 하는 활동이다. 앞서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법이 보호하지 않는다는 말로 글의 서두를 시작했었다. 법에 기초에 시시비비를 가려 권리를 정당한 자에게 찾아주는 곳이 사법부이지만, 그 사법부가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를 최종적으로 감시할 권리가 바로 국민에게 있으며 바로 그 권리는 국민 스스로가 찾아야 한다. 아무리 권리를 찾아주는 역할을 사법부가 한다고 하지만 사법부를 감시할 최종 권한조차 사법부 그 자체에게 넘겨줄 수는 없는 것이다. 그 권리를 직접 찾아서 행동하는 지성이 바로 법률소비자연맹 및 여러 시민단체의 연합에 의해서 이뤄지고 있었고 그 중의 한 일원으로서 내가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가치 있게 여겨졌다. 모니터링의 장소는 집과 학교에서 가까운 서울남부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이었다. 두 법원에서 민사 재판과 형사 재판 모두를 약 6차례 방청했었다. 국정감사 모니터링 활동이 국회의원들을 그 위에서 감시한다는 생각으로 매우 설렜다면, 법정 모니터링 활동은 그것과 다를 것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긴장되고 불안하였다. 그만큼 내 머릿속에는 판사, 검사에 대한 막연한 위압감과 두려움이 컸던 것 같다. 따라서 이런 이미지를 개선하고 실상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던 것이 바로 법정 모니터링이었다. 미리 이전에 읽어봤던 다른 봉사자들의 체험수기에 적혀 있던 것처럼 실제로 판사들은 부드럽고 재판 과정을 능숙하게 완급 조절하는 조정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기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검사와 변호사들의 역할은 기대에 못 미칠 정도로 변론 과정에서의 능숙함이나 열의가 보이지 않았다. 내가 법정 드라마를 통해 접한 재판 과정에서의 배우들의 연기에 너무 익숙해진 탓일까? 재판 방청 활동은 후에 변호사가 되어 나의 고객의 억울한 사연을 속 시원히 해결하기 위해 당당하고 열의 있게 변론에 나설 것을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다.

벌은 처음부터 계급이 정해져서 태어나는 것은 아니고 어떤 먹이를 먹이느냐에 따라서 일벌이 되기도 하고 여왕벌이 되기도 한다고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어떤 정보, 생각, 사상을 담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법률소비자연맹에서의 국정감사 모니터링과 법정 모니터링 봉사활동은 법조인이 되기에 앞서 시민으로서의 법과 정치에 대한 철저한 감시의식을 머리에 담고 NGO 단원으로서의 봉사정신을 가슴에 담을 수 있는 매우 귀중한 시간들이었다. 그 정신을 늘 잊지 않을 것을 다짐하며 곧 다가올 미래의 나의 모습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