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법률소비자연맹 사람들 만나고 알게 되면 그렇게 못 할 걸-서울대 물리교육 신지숙

대학교에 들어 와 자원활동을 꾸준히 해 왔다고 생각하지만 뭔가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사회봉사1 과목을 수강하여 법률소비자연맹을 신청하게 되었다. 평소에 하던 장애인 관련, 다문화 관련 활동과는 또 다른 경험이었고, 정식 NGO단체에서 처음으로 봉사활동을 해 보는 만큼 여러 가지로 기대가 되었다.

법률소비자연맹에서 할 수 있는 주요 봉사활동은 법정모니터링이다.
교대역에 있는 법원 등에 방문해서 실제 재판정에서 재판이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현장의 관리가 잘 이루어지는지를 감시하는 것이다. 법원에 가 본 적이 없기에 처음에는 설레임 반, 불안 반이었다. 법률소비자연맹 간사님께서 이것저것 지침을 일러주셔서 어렵지 않게 도착, 법정모니터링을 실시했다. 처음 방문한 법정은 약간 실망이었다. TV에서 보던 법정은 이렇게 작지 않았는데, 일단 규모에서 실망을 했고, 진행 방식 또한 실망이었다. 성의 없게 보일정도로 한 사건에 배당하는 시간이 너무 짧았다. 재판 참가인들은 할 말이 더 있는 것 같았지만, 재판관은 다음 법원 방문 날짜를 정했다. 충분한 증거 확보가 안 된 것과 같이 불가피한 이유가 있었겠지만 재판 참가인들의 방문이 헛되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마 내가 민사법원에만 가서 일수도 있다. 다양하게 체험하고 배우라는 취지로 법률소비자연맹에서 예전에는 각 법원(가정법원, 민사법원, 형사법원)을 1시간 이상 의무적으로 모니터링하도록 했었다는데, 그 차이를 보는 것 또한 목적일 수 있다.

그리고 가을학기에 의무로 되어 있는 국정감사 모니터링에 참가했다.
국정감사 모니터링에는 현장모니터링, 화상모니터링, 재택모니터링이 있다. 나는 이 중에서 가장 성가셔 보이는 현장모니터링을 선택했다. 그것은 사회봉사 전체 오리엔테이션 때 우리 대학 사회봉사실에서 나눠 준 브로셔를 읽었기 때문이다. 한 학생이 법률소비자연맹에서 사회봉사 경험한 후기를 썼는데, 자신이 현장모니터링에 참여했고, 평소에 마뜩치 않게 생각하던 국회의원이 국정감사 때 충분한 조사에 근거한 논리를 펼치는 것을 보고는 자신의 생각을 고치게 되었다고 쓰여 있었다. 따라서 나도 그와 같이 현장모니터링에 참여하기로 마음먹었다. 현장모니터링에 필요한 조건이 명시되어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 조건에 위배되는 것에 조마조마했지만 다행히도 현장모니터링은 그렇게 까다롭지 않은 조건에서 할 수 있었다.

정장차림의 깔끔한 복장으로 오라는 지시에 맞춰 최대한 격식 있게 차려 입고 국정 모니터링 하는 곳으로 향했다. 먼저 도착한 국회의원도 더러 있었고, 피감기관 직원들은 모두 나보다 일찍 도착해 있었다. 생각보다 환대를 받으며(법정모니터링에서는 관리인의 얄궂은 눈초리를 받아야 했지만) 국정감사 모니터링은 수월하게 진행되는 듯 했다. 그러나 첫 번째, 교육과학기술위원위를 모니터링 한 날은 증인출석 문제와 관련해 실랑이를 벌이다가 저녁에야 제대로 된 피감기관 질의/답변을 시작하였다. 애초에 교과위를 선택했던 것은 나의 전공과 가장 관련이 있고 평소의 관심분야이기 때문이다. 시간의 지체로 인해 다급히 진행됐지만 피감기관 질의/답변은 어쨌든 나에게 어느 정도 새로운 정보와 시각을 제공 해 주었다. 평소에 관심 있었던 분야의 기관장의 감사를 지켜보며, 내가 수업 시간에 듣던 내용, 밖에서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많은 문제점이 있구나 하고 깨달을 수 있었다. 또한, 관심사는 아니었지만 감사 때 가장 논란이 되던 피감기관들과 관련해서는 많은 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고, 앞으로는 그러한 문제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겠음을 다짐했다.

첫 날, 밤 12시가 다 돼서야 국정감사를 끝낼 수 있었다. 국정감사가 끝나기까지 하루종일 예상치 못한 난국에 난 적잖이 당황했다. 2주 후에 자율학습일에 또 하루종일 시간을 내서 감사를 모니터링 할 계획이었는데, 이렇게 늦게 끝나버린다면 조금 더 고민해 봐야 할 일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앞서 얘기한 것과 같은 수확들은 값비싼 기회비용이 될지도 모른다. 따라서 2주 후에 다시 기획재정위원위의 국정감사 모니터링에 참여했다. 기획재정위원위의 국정감사는 매끄럽게 진행됐다. 위원장의 진행도 좋았고, 피감기관의 답변도 지난 번 교과위 때와는 다르게 회피보다는 정면응수가 많았다. 속기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노트북을 가져갔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숨이 찰 정도였다. 기재위원장은 나중에 우수 위원장 3인에도 뽑혔다.

현장에서는 속기와 이석체크를 했다면, 모니터링이 끝나고나서는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이것이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머리를 아프게 했다. 객관적인 사실만 쓰면 되는 속기와 이석체크에 비해, 이것은 항목이 다 있고, 학교에서 쓰는 레포트처럼 내 생각을 쥐어짜야하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의외로 쉽게 써지지 않았다. 보고서를 쓰기 위해서는 속기 기록을 다시 다 훑어보고 정리해야 했다. 내 경우에는 보고서에 들어 가 있는 항목에 나름대로 번호를 매기고, 작성한 속기록를 프린트해서 읽으면서 해당되는 내용에 번호를 체크했다. 그렇게 해서 체크 된 내용들을 중심으로 보고서에 옮겨적었다. 이렇게까지 보고서 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줄 몰랐으나 보고서를 작성하는 동안에 생각도 정리가 돼서 좋았다. 또한, 단순히 모니터링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건의할 사항, 느낌 같은 것을 적어야 했으므로 내가 보고 생각한 것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비판적 사고’를 갖춘 인간이라 이것저것 할 이야기가 많았음이리라.

이렇게 해서 바쁜 국감모니터링이 끝났다.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법률소비자연맹 관계자 분들이다. 하나같이 다들 친절하시고 어려운 일 생기면 반드시 연락하라는 말씀, 어디에 치우침 없이 중립을 지키려는 모습들이 다 생각난다.
잠시 서류 때문에 법률연맹에 들렀었는데 마침 국정감사 모니터링 종결을 기념하는 회의 같은 것을 하고 계셨었다. 엉겁결에 나도 원탁에 한 자리를 차고 앉게 되어 한 마디를 할 기회가 생겼다. 그 때 이런 이야기를 했다. “사람들이 물어요. ‘너 그 보고서를 뭘 그렇게 열심히 쓰냐, S/U인데 그냥 대충 쓰지~’ 그 때 제가 그랬어요. ‘당신이 여기(법률소비자연맹) 사람들 만나고 알게 되면 그렇게 못 할 걸. 얼마나 고맙고 대단한 사람들인데!’” 그 발언 때문이었을까. 국정감사 종료 후 우수 모니터링위원으로 뽑혀서 다시 한 번 국회에 가서 상도 받고, 법률소비자연맹 분들도 다시 뵐 수 있었다. 그 때 원탁에서 다음 학기에도 법률소비자연맹에서 사회봉사2를 듣겠다고 호언장담을 했기 때문에 다시 그곳을 찾아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거기에는 내가 아는 얼굴들이 있고, 또 내가 좋아하게 됐고 뜻 깊게 생각하는 일이 있기 때문에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