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민주주의 시민으로서의 자세를 가르쳐준 고마운 단체-이화여대 법 이보미
겨울방학을 맞이하여 어떤 봉사활동을 할까하고 한참을 고민했다. ‘진정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이 어딜까’부터 생각해보았고, 미약하지만 2년 동안 배운 법학지식을 바탕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결정지었다. 그래서 접한 곳이 법률소비자연맹이었다.
우선 법정모니터링을 형사, 민사, 행정 법원에서 각각 3시간씩 하였다. 비록 법학과를 다니는 학생이었지만, 법원을 방문한 것은 이번에 처음이었다. 처음 법원을 방문했을 때 나는 판사, 검사, 변호사들이 어떤 신성한 존재로 보였다. 그러나 두 번, 세 번 방문할 때마다 다양한 법정에서 방청을 하면서, 그들은 신성한 존재이기보다는 국민 곁에서 분쟁을 해결해주는 조력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생각이 바뀐 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 그들이 신성한 존재라고 하기에는 그들이 보여준 모습과 내가 생각했던 완벽한 이상적인 법조인의 모습에는 괴리가 있었다. 즉 나는 약간의 실망감을 느꼈다. 재판도중 졸고 있는 판사, 증인이 행동으로 표현하며 증언을 하는데도 쳐다보지도 않는 판사, 지각을 하는 변호사, 의뢰인의 사정을 제대로 파악 하지 못한 채 변론을 하는 변호사들을 보면서 ‘저 사람들도 사람인데 피곤하겠지’ 라는 생각과 동시에 그들에게 가졌던 높은 경외심은 감소했다. 반면 두 번째는 신성한 존재라고 생각했던 것은 이론만을 접했던 내가 범한 실수이었다. 나는 완성된 판례를 읽어 내려가는 식의 공부만 했을 뿐, 하나의 완성된 판결문이 작성될 때까지의 과정은 접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 과정을 지켜본 결과 실망감을 안겨준 법조인도 있었지만, 내게 귀감이 되어준 많은 법조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권위적이지 않으며, 재판당사자에게 각 과정을 알아듣기 쉽도록 친근하게 설명해주었다. 각 과정마다 당사자의 설명을 듣고 정리해준 후, 다시 당사자에게 ‘어떻습니까?’하고 되물어주는 판사와, 난민인정 불허취소 소송에서 외국인 난민의 등을 쓰다듬어 주던 변호사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신성한 것이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것인데, 내가 본 그들의 모습은 분쟁이 생겨 고통을 받는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서서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조력자이었다. 이처럼 법조인에 대한 약간의 실망감을 느끼는 반면 그들이 국민가까이에서 분쟁해결사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을 봄으로써 법조인에 대한 현실적인 인식을 가질 수 있었다.
‘국회의원 공약 이행분석’ 봉사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선거철에 한창 ‘메니페스토 운동’이라고 들었던 기억은 있었지만, 그 후로는 들어본 기억이 없었다. 우선 나는 내가 살던 부산 지역의 국회의원 4명을 선정했고, 그들의 공약이 현재 얼마만큼 진행되고 있는지 낱낱이 조사한 후 점수를 매겼다. 공약이 50개 가까이 되는 의원부터 10개인 의원까지 다양했는데, 공약의 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공약이 얼마나 현실적으로 제시되었고 또 그것을 얼마나 이행하였는가가 중요하였다. 그리고 점수를 매길 때는 신중한 자세로 임해야 했다. 자료를 찾아도 나오지 않을 때면, ‘잘 이행되었는데 내가 못 찾는 것뿐이 아닌가.’ 하고 다시 해당 구청, 국회싸이트 등에 들어가 확인했다. 아무래도 점수를 매긴다는 것은 꽤 부담스러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덕분에 그 만큼의 책임감을 가지고 할 수 있었다. 이 과정을 통해 나는 국회의원들을 평가하기도 했지만, 나 자신이 얼마나 지역시민으로서 관심이 부족했는지도 깨달았다. 그저 선거철에 잠깐 관심을 가졌을 뿐 그 후로 그들이 무슨 일을 했는지 전혀 알지도 못했고, 알려고 노력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또 다시 선거철이 다가오면 그저 그들이 제시하는 이행된 공약만을 믿을 것이다. 민주시민의 적극적인 참여란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이번활동을 계기로 국회의원을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게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이번 봉사활동을 하면서 시민단체의 감시기능의 중요성을 느꼈다. 법원과 의회의 규모가 커진 오늘날 개인이 그들을 감시한다하더라도 그 힘이 미약하여 개선될 여지가 적기 때문에 단체가 그 기능을 분담하면 그 정보는 방대해질 것이고, 그 영향력도 강해져 개선율도 훨씬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률소비자연맹이 한국사회의 민주주의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요한 단체인지 알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나에게 민주주의 시민으로서의 자세를 가르쳐준 고마운 단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