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내가 정말 봉사활동 신청을 잘했구나 -동국대 컴퓨터공학 함슬기
‘봉사활동은 착하고 성실하고 희생정신이 강한 사람만 할 수 있는 대단한 것이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대학교에 들어와서 봉사활동 신청을 받는 것을 알고 한번 목록이나 볼까 해서 봉사활동 리스트를 보게 되었는데 양로원이나 보육원 같은 곳만 있을 것이라는 내 생각과는 달리, 봉사와는 전혀 상관없을 것 같았던 이름들이 보였다. 봉사를 하더라도 나에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던 나는 그중 완전히 문외한이었던 법에 관련된 법률연맹으로 봉사활동을 해볼까 생각했었다. 사실 몸도 편할 것 같았고 인터넷 봉사도 가능하다고 해서 더욱 끌렸던 것 같다. 그리고 12/28일, 엄청 추웠던 날 중 하나인 그날 난 법률연맹에 처음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내 머릿속의 법이란 크고 위압적이다, 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리고 더 많은 생각을 차지하고 있던 것은 어렵고 고지식하다는 것. 나와는 평생 상관없을 종류의 것. 부자들에게만 유리한 것 이정도? 그런데 OT에서 총재님의 말씀을 듣고는 생각이 완전 바뀌게 되었다. 법률문제로 고생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았고, 그게 바로 내가 될 수도 있었다. OT가 끝난 후 제일 먼저 들었던 생각은 내가 봉사활동 신청을 잘했구나! 라는 것이었다.

일단 법정모니터링부터 시작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던 나는, 집 근처에 있는 평택지방법원으로 찾아갔다. 법원은 시민이라면 들어가서 재판을 방청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던 선생님의 말대로, 난 당당히 법원에 들어갔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좀 무서웠다. 들어갈 때 법원 직원들의 경계하는 눈초리가 사람들이 법원에 출입할 때 긴장하게 만드는 것 같다. 평택법원은 재판이 별로 없었다. 그나마 한 법정에서 재판이 열리고 있었기 때문에 난 법정 문을 열고 슬그머니 들어갔다. 사람은 별로 없었고, 재판은 진행 중이었다. 재판을 처음 구경해본 나는 좀 신기했다. 사람들도 나를 신기하게 쳐다봤다. 아마도 학생이 법정 안에 들어와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됐다.
자신의 재판이 끝난 사람들은 하나 둘씩 법정에서 빠져나갔다. 법원 안에 잠시 혼자 남게 되었을 때, 판사님이 “거기 앉아계신 분은 재판받으러 오신건가요” 하고 물었다. 사실 난 법원에 간다는 생각을 했을 때부터 판사가 무슨 일로 왔냐고 물으면 뭐라고 답해야하나 걱정을 많이 했었다. 당연한 권리라고는 하지만 그네들의 홈그라운드에 불쑥 들어온 것 아닌가. 나는 법에 관해 아는 것은 하나도 없었고, 도와줄 사람도 없었다. 재판을 구경하러 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아니고 말이다. 법대생이라 재판을 한 번 구경해보고 싶다고 해야 하나, 학생증을 보여달라고 하면 어쩌나, 그럼 이번에 합격해서 들어가는 새내기라고 하자, 등의 여러 시나리오를 짜고 들어갔지만, 내 권리로 재판을 보겠다는데 무슨 상관이야, 하는 배짱으로 그냥 ‘방청하러 왔습니다.’라고 했더니 별 말이 없었기 때문에 난 더욱 자신감이 생겼다. 그 후 판사가 재판 중간 중간 쳐다보는 것도 느꼈고, 법정 정리도 좀 긴장하는 것이 느껴져서 괜히 뿌듯해졌다.
법정모니터링을 시작하면서 고작 9시간인데 경험이라는 것이 생길까, 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하지만 모니터링을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 많았다. 어느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일들이 나에게도 닥친다면, 과연 내가 전혀 접해보지 못했던 상황이라면 어떤 쪽으로 나아갔을까 하는 생각에 두려웠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는 생각보다 별일 아닌 일로 억울한 결과를 얻게 되는 사람이 많고, 큰 집단과 개인이 대립하면 법을 모른다면 개인은 불리해질 수밖에 없고, 정말 아는 것이 힘이고 재산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법은 정말 중요한데 일반 시민에겐 너무 멀다고 생각됐다. 그런 생각과 함께, 그런 사람들을 도와주고 좀 더 법에 가까워질 수 있게 다리역할을 해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경험을 할 수 있게 도와주신 법률 연맹에 감사드리고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이런 좋은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