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사회봉사1,2를 모두 연맹에서 마치며-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이우람
법률연맹
2010-02-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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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학기, 수강하였던 사회봉사 1은 법정 모니터링 활동에 대한, 정확히는 사법부에 대한 어떤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법률소비자연맹을 택하였고, 국정감사 모니터링, 법정 모니터링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하며 입법과 사법의 ‘서비스’를 감시하였다. 이렇게 활동을 이미 한 번 해보았기에, 이번 학기 사회봉사 2는 다양한 경험을 얻기 위해 다른 기관에서 봉사활동을 해볼까라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 들었던 한 NGO 대표의 강연에서 NGO의 가장 큰 힘은 지속적인 참여에서 나온다는 말에 공감한 바가 있어, 지속적인 활동이 갖는 의미를 생각하며 동일한 기관인 법률소비자연맹을 신청하게 되었다.
지난 학기와 달리 이번에는 법정 모니터링 활동 외에 의무적 활동이 없었기에, 처음의 생각대로 법정 모니터링 활동을 전부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첫 방청시에 느꼈던 다소 두근거리던 느낌은 이제 덤덤함으로 바뀌었고, 오히려 편안함도 느껴졌다. 덕분에 지난 번에는 볼 수 없었던 많은 부분들이 보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선 용어들이 상당히 익숙해졌고, 또한 대략적인 재판 과정을 이해하여 예전이었다면 놓쳤을 많은 부분들을 잘 정리할 수 있었다. 특히 지난 학기에는 단순히 재판 당사자들의 ‘말’을 기록하기에 급급했으나, 이제 이를 쉽게 정리하고 또한 문제의식 또한 가질 수 있었다. 이러한 체험을 통한 학습효과와 다소간의 전문성 확보는 지속적인 참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장점 중 하나가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실제 재판의 모습을 처음으로 직접 보았을 때 느꼈던 실망감(?)은 여전히 존재했다. 그래도 미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부족한 법정 수로 인해 법관 1인당 법정을 쓸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제한적이라 한 시간에도 3~4 건 이상의 재판들을 진행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현직 판사의 이야기를 들은 바 있어, 지난번에 비해 그 실망감은 많이 줄어들었다. 이런 극적 흥미도와는 별개로 한 가지 사건이 기억에 남는데, 이태원 의류가게에서 있었던 강도 사건이었다. 피고인은 튀니지 인으로 여자 친구에게 선물할 옷을 사러 의류가게에 들렸고, 옷의 사이즈를 확인하기 위해 주인에게 한 번 입어봐줄 것을 부탁했다. 이 과정에서 (피고측 주장으로는) 피고인이 추위를 느껴 가게의 문을 닫았는데, 이를 강도를 위한 과정이라 생각하여 고소인이 지레 겁을 먹고, 피고인의 해명에도 결국 가게를 뛰쳐나가다가 상해를 입은 사건이었다. 비록 재판의 모든 과정을 방청한 것이 아니기에 함부로 누구의 말이 맞다 속단할 수는 없지만, 외국인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편견과 거부감을 보여주는 사례인 것 같아 씁쓸함을 느꼈다.
이번 법정 모니터링은 주로 서울고등법원과 서울중앙지방법원, 그리고 서울지방행정법원에서 수행하였고, 이 외에도 서울서부지방법원과 잠시 고향에 내려갔을 때 울산지방법원에도 들려 모니터링을 수행하여 최대한 많은 표본을 얻고자 노력했다. 종류에 있어서는, 민사, 형사, 행정법정을 골고루 돌아다니며 수행하였으나, 흥미적 측면에서 민사재판을 선호하였다. 그 탓에 같은 재판부에 대해 중복 평가를 내리는 경우가 잦은 점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한, 겨울학기라는 시간적 제한으로 인해 매우 급하게 봉사활동을 진행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 또한 혹시라도 그 질적 부분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다소 염려가 된다.
현재 한국사회의 ‘사법’은 변혁을 겪고 있다고 한다. 수십년간 법조계의 등용문이라 불리던 사법시험 대신 로스쿨 제도가 채택되어 점차 대체중에 있으며, 기존 법조계 자체에서도 보다 국민에 가까이 가려는 다양한 제도를 실시, 홍보 중에 있다. 이 변화는 무엇보다 사법을 ‘권력’이 아닌 ‘서비스’로 인식하는 데서 온 변화라 할 수 있고,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시민단체들의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참여에서 온 것이라 생각한다. 이 변화에 작지만 뜨거운 한 손을 거들게 되어 보람을 느낀다. 비록 사회봉사 과목은 1, 2 모두 수강하여 이것으로 끝이지만, 이제 과목이 아닌 진짜 사회봉사로, 계속 이 한 손을 거들어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