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법은 내게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서울여대 독어독문 이도경

법원은 내게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었다. 언제나 텔레비전 속에서만 보이는 곳이며, 죄를 저지른 사람들만이 가는 곳이었다. 하지만 사회봉사를 신청하기 위해 여러 기관의 정보를 검색하던 중에 법률 소비자 연맹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법률연맹에서는 법원에서의 재판, 뉴스의 공정성, 국회의원들의 공약사항 실천 등을 주로 한다고 했다.
법률연맹에서 오리엔테이션을 받는 날은 눈이 아주 많이 오는 날이었다. 굉장한 폭설로 인해 많은 학생들이 늦게 참석하였지만 분위기는 열정적이고 진지했다. 법률 연맹이 하는 일에 대한 소개를 받고 이때까지 언론에 소개된 연맹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차근차근 설명해 주셨다. 또한 우리가 하게 될 일이 어떤 것들이고 어떤 식으로 영향을 내는지에 대해 듣게 되었다. 오리엔테이션을 끝내고 법원에서 실제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법정 모니터링은 단순히 방청에 그치지 않는다. 법정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개요를 꼼꼼하게 기록하는 동시에 법관과 법원의 공무원에 대한 느낌과 생각을 기록한다. 또한, 피고인의 입장에서 바라본 법정의 모습 등을 상세히 기록한다. 민사, 형사, 행정법정을 각각 3군데씩 돌면서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법정에 따라 그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민사 법정에서는 주로 대여금과 보험금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었고, 이혼에 관한 재판도 진행되었다. 원고와 피고가 나뉘어졌지만 법정에 관한 미국 드라마처럼 양쪽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보다는 진실을 위해 양측이 협조하는 분위기로 진행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반면 형사법정의 경우,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범법행위를 저지른 사람들이 선고를 받는 장소인 만큼 민사 재판보다도 어수선하고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폭행과 절도, 음주운전과 무면허 운전, 저작권법 위반 등을 저지른 사람들이 피고석에 서서 선고를 받거나 경위를 설명하고 다음 재판 날을 받고 돌아갔다. 자신의 죄가 억울하다는 사람, 죄를 인정하고 죄를 달게 받겠다는 사람, 재판에 나타나지 않은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행정 재판의 경우 행정법원에서 따로 진행되었는데 형사재판과는 다르게 차분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방청객의 수가 15명인 상황에서 방청석이 12석만 준비되어 있는 점과 재판이 판사의 지각과 변화사의 지각으로 제 때 시작되지 않는 점 등은 아쉬웠다.
가장 인상에 남는 재판은 차량소유와 대출금 상환에 관한 법정이었다. 무엇보다도 판사분의 포옹력과 강하지만 부드러운 말투가 기억에 남는다. 또 같은 법정에 있던 법정정리분이 문맹인 분을 대신해 증인 선언서를 읽어주시던 모습 역시 잊을 수 없다.
법률연맹의 법정 모니터링 활동을 하며 깨달은 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재판은 범죄자만이 받는 것이 아니다. 법원은 특별한 곳이 아니다. 나 역시도 필요하다면 당연히 찾아야 하는 곳이며 절대 두렵거나 무서운 장소가 아니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법은 우리 생활 속에서 늘 함께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순간에도 늘 우리를 감시하고 또 우리를 보호해 준다.
전에는 법에 대해서 전혀 알지도 못했고 오히려 무섭고 나와 상관없는 일들로 여겨졌지만 이번 법률 소비자 연맹에서의 법정 모니터링 활동은 법을 좀 더 가까이 느낄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