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법 생활에 대한 진정한 인식의 계기가 되어 주었던 봉사활동-서울대 법 소재석

대학에 입학한지 6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내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만 생각하느라 사회에 대한 봉사를 고려할 여유도 없이 시간이 흘러버렸다. 6년이 흘러서야 비로소 내 주위사람들, 사회구성원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 것 같다. 더 늦기 전에 조금이라도 봉사의 기쁨을 느끼기 위해서 학교의 사회봉사 과목을 통해서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법률소비자연맹’에서 봉사활동을 하기로 결심한 것은 나의 전공의 영향이 컸다. 원래 법이라는 것이 사회와 늘 소통하면서 구성원들에게 끊임없이 영향을 주는 것인데, 안타깝게도 그 법을 대학에서 학습하는 방법은 사회와의 소통과는 거리가 멀었다. 늘 두꺼운 전공서적만 읽으면서 실제로 법이 우리에 주는 영향이나, 그 법이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려가 없었던 것 같다. 특히 이렇게 폐쇄적인 방법으로 법을 공부하여 훗날 법조인이 될 경우에 가질 수밖에 없는 경직성, 법조계에 대한 무비판성은 지양해야 할 태도라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법률소비자연맹’이라는 시민단체는 법정모니터링을 통해 실제로 법이 적용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라는 3자의 비판적인 시각에서 사법부와 입법부를 감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서 이러한 나의 문제의식 해결의 소중한 장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짧지만 의미 있는 봉사활동을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서 돌이켜 보면, 이와 같은 나의 선택은 탁월했던 것 같다.

법률소비자연맹에서의 봉사활동은 오리엔테이션으로 시작되었다. 봉사활동 방법에 대한 간단한 안내정도로만 생각하고 참여했는데, 일반법에 대한 지식들과 법 생활의 개념에 대한 알찬 강연을 들을 수 있어서 매우 유익했다.

내가 법률소비자연맹에서 한 활동은 법정모니터링과 의정모니터링이었다.
법정모니터링은 9군데의 법정을 방청하고 그에 대해서 모니터링을 하는 것이었는데, 법률소비자연맹에서 제도적으로 민사, 형사, 민사소액 또는 행정재판으로 나누어 방청하게 했기 때문에 오히려 다양한 법정을 방청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물론 예전에도 방청하기 위해서 법정에 간 적은 있었지만 ‘모니터링’이라는 사명을 가지고 법정을 방청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었다. 판사, 검사, 변호사, 재판당사자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신경을 쓰면 재판의 내용과 분위기 등을 꼼꼼히 기록하다 보니 ‘한 법정 당 최대 1시간’이라는 제한이 야속할 정도로 시간이 빨리 흘러갔다.

법정모니터링을 통해서 특히 법학도로서 나는 많은 것을 느끼고 다짐할 수 있었다. 물론 피고나 재판 당사자들을 존중하며 인상적으로 재판을 진행한 판사도 있었지만, 피고를 흘겨보면서(심지어 답변을 머뭇거리는 피고에게 삿대질까지 하면서) 시종일관 고압적으로 재판을 진행하는 판사를 보면서 ‘법관은 법을 적용하는 기계이기에 앞서 사람이어야 하고, 법을 적용하는 권력이 다른 사람까지 무시할 수 있는 권력은 아니다’라는 기본적인 명제를 다시금 깨닫게 해 주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방청하러 온 나에게 친절하게 재판의 진행과정에 대해서 설명해주던 판사, 최후 진술 시에 자신의 경험까지 언급하면서 자신의 의뢰인을 위해서 열성적으로 변론하던 변호사, 피고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며 법 쟁점들을 다투던 검사의 모습은 내가 앞으로 지향해야할 법조인의 상(像)을 제시해 주었다.

의정모니터링 중에서 내가 한 활동은 ‘18대 국회의원들의 공약이행상황에 대한 분석’이었다. 총 5명의 국회의원을 담당하여 그 국회의원이 선거 당시에 제시한 공약을 바탕으로 임기가 1년 반이 지난 현 시점에서 얼마나 이행했는지를 분석하는 의미 있는 활동이었다. 이행상황을 분석하기 위해서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은 매우 힘들고 고단했지만, 그 과정을 통해서 그 국회의원이 선거당시에 얼마나 허황된 공약을 제시했는지, 1년 반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동안 자신이 한 약속을 얼마나 지켜냈는지를 분석하는 것은 매우 유익하고 흥미로운 일이었다. 비록 5명이라는 극히 일부의 의원만 분석했지만, 그 중의 대부분이 지방자치단체가 이미 시행을 확정하거나 시정으로 계획하고 있는 사항들을 마치 자신의 독자적인 공약인양 내세우는 모습을 보였고, ‘노인을 공경하겠다’라는 다소 황당한 슬로건을 공약으로 내세운 의원도 있었다. 이 활동과 분석을 통해서 의원들의 공약에 대한 안이한 태도에 대한 실망과 더불어 이러한 태도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시민단체의 비판활동이 절실하다는 것을 다시 깨달을 수 있었다. 법률소비자연맹이 그동안 다양한 의정모니터링 활동을 한 가운데, 이번에 처음으로 공약이행상황 분석을 하였다고 들었는데, 앞으로 이 활동이 잘 정착되어서 끊임없이 국회의원들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봉사활동을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서 나는 내가 애초에 봉사를 통해 기대했던 것 이상의 것들을 얻을 수 있었다. 짧은 기간동안의 의미 있는 활동들은 앞으로의 나의 삶을 설정하는데 큰 좌표를 제시해 주었고, 법 생활이라는 것에 대한 진정한 인식의 계기가 되었다. 이런 기회를 준 법률소비자연맹에 정말 감사하다. 혹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의미 있는 활동을 법률소비자연맹에서 하고 싶다.

이상의 봉사활동을 하는 내내 법률소비자연맹의 간사님들은 내게 직간접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었다. 업무가 상당히 바쁨에도 불구하고 나의 세세한 질문에 친절하고 성의 있게 대답해 주었던 것은 물론이고, 각 활동에 대한 중간점검을 통해서 나의 활동이 의미 있는 방향으로 갈 수 있게 해 주었다. 지면을 통해서나마 법률소비자연맹의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